3. 양배추 - 회사에선 리스크 관리, 집에선 체중 관리
양배추 하나로 며칠을 버텼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묵직하게 굴러다니는 초록 공 하나.
잘라둔 단면색을 매섭게 확인한다.
처음엔 “또 양배추야…” 싶다가도
막상 썰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칼이 사각사각 들어가는 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풋내.
생각보다, 이 아이… 꽤 쓸모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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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 않고
튀지도 않고
늘 조용히 한쪽에 있는 채소.
그런데 속이 불편할 때,
많이 먹은 다음 날,
다이어트를 결심한 월요일마다
결국 다시 찾게 된다.
마치
“괜찮아, 내가 정리해 줄게”
말해주는 친구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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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볶았을 뿐인데
달큰한 냄새가 올라오면
이상하게 마음까지 편해진다.
양배추볶음
기름두르고
+ (없으면 생략, 있으면 베이컨이나 돼지고기 약간 볶기)
+ 양배추 1/4 통 볶다가 물 약간
+ 간장 1 숟갈
+ 참치액 1 숟갈
+ 고춧가루 or 페체론치노 약간
+ 버터 한숟갈 or 들기름 1 숟갈
양배추 싫다는 딸이 맛보다가 다 먹은 편식제거 요리법.
양배추계란전
잘게 썬 양배추 한 줌
계란 두 개 톡.
소금 조금.
간 마늘 쬐에금. 챔기름 쬐에금. 이게 킥이지! 동그랑땡 느낌!
후춧후춧 조금.
끝.
기름 두른 팬에 올리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노릇하게 붙는 가장자리.
밀가루 없이도 이렇게 든든하다니.
맛있는데 죄책감 없고
브런치 같은데도 속이 편하다.
‘다이어트 음식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은 메뉴 1등.
양배추김치
아삭아삭 별미김치
배추 비쌀 때 효도상품.
시엄마의 엄지 척, 며느리표 애정 메뉴.
양배추김치는 잘 절이는 게 반이다.
반통기준 맘대로 잘라서 굵은소금 세 숟갈 + 물 2컵
위에 뭐든 눌러서 두 시간 이상 잘 절여지게 하기.
양념은
사과반 개 간 거 or 양파 반 개 간 거
+ 마늘 크게 2 숟갈
+ 고춧가루 4 숟갈
+ 매실액 한 숟갈 or 설탕 반숟갈
양배추찜
속 더부룩한 날엔
자극적인 반찬보다
이렇게 말랑한 찜이 더 위로가 된다.
쌈장 찍어 한 장,
고기 싸서 한 장.
병원 대신 부엌으로 가게 되는 맛.
엄마들이 괜히
“양배추가 위에 좋아”
말한 게 아니었구나 싶다.
소불고기양배추 & 케요네즈 샐러드
고기랑 만나면 또 달라진다.
아까 쪄둔 양배추찜이 조금 지겨울 즈음,
불고기를 만든다.
다 만들고 불을 끄기 직전 얇게 썰은 양배추찜 투하.
무치듯 한 바퀴 섞어주고 서둘러 불을 끈다.
생양배추보다 부드러운 게 킥!
기름기를 슬쩍 잡아주는 착한 채소.
“많이 먹었는데 왜 덜 부담스럽지?”
그 이유가 다 양배추 덕분.
그리고 케요네즈 샐러드.
마요네즈 조금만 넣어도
양배추는 왠지 죄책감을 반으로 깎아준다.
얇게 썰은 양배추 두 줌
+ 케첩 두 숟갈
+ 마요네즈 취향껏
무쳐서 두면 김치 수준.
샐러드로 얹어서도 먹고,
핫도그빵 사이에 소시지랑 넣어서 먹고,
그냥 김치처럼 먹기도 하고.
이건 거의
다이어터들의 심리 치료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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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양배추는
화려하진 않지만
매일 먹을 수 있고
몸이 고마워하는 재료다.
다이어트할 때,
속 망가졌을 때,
냉장고가 텅 비었을 때.
남는 건 양배추.
소박하지만 믿을 만한 식재료.
생각보다 알찬, 초록색 생활력.
오늘도 반 통 썰어
또 하루를 버틴다.
괜히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