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절 휴가에 맞춰 해외 여행을 가는 유대인들이 많다. 대학생들은 20일까지 방학이라 시간 여유도 있다. 그래선지 오늘따라 유독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이 번잡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외국인들은 많지 않다.
공항까지 오면서 시내를 통과하였다. 부림절 축제라지만 밖에 나간 적이 없기에 밤을 새고 노는 청년들의 모습이 낯설다. 곳곳에 나뒹구는 쓰레기들이 광란의 밤을 연상시킨다. 청소부들이 고생하겠다 싶다. 우리동네 청소부들은 대부분 아랍인들이다. 이 시청역 벤예후다 거리에선 누가 청소할지 . 라마단이라 아랍인들도 밤새긴 마찬가지일텐데 . 그래서 아직 이리도 너저분한가보다 .
공항에 도착하여 보안체크를 하는데 명절이고 사람도 많아선지 보안이 간단하다. 보안요원이 우리와 히브리어로 대화하더니 자신은 한국인이 히브리어 하는거 처음 본다며 방긋 웃는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와 모닝 커피에 이웃집 아모스 할아버지가 준 빵을 꺼내 먹었다. 부림절이라고 이웃에서 준 과자가 많다. 집에 놓으면 먹지 않을 과자지만 여행할때는 꽤 요긴하다. 하만의 귀 같은 과자에 종려열매 몇개를 가져왔다. 커피와 함께 먹으니 든든하다. 오늘 따라 커피 사는 사람은 왜이리 많은지 . 명절이라 그런가보다. 아랍인들은 라마단 명절이라선지 여행객이 거의 없다.
시간이 되어 탑승구로 행했다. E5로 가 보았는데 없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이런 탑승구가 바뀌었나보다. 초조한 마음에 서둘러 다른 사람에게 물으니 안내로 가보란다. 남편은 그냥 E5에 있는게 안전하다고 하지만 나는 안내로 가보자고 남편을 끌었다. 마침 몇명의 탑승객들이 왔다가 다시 알아보러 센터로 가는게 보인다. 동양 남성이 탑승구가 바뀐것을 알고는 허둥지둥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남편은 이럴때일수록 차분해져야한다며 더 느긋하다.
중앙으로 돌아와 전광판을 보니 그제야 우리 비행편이 떠있고 탑승구는 D2로 바뀌어 있다. 라스트 콜이라며 깜빡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허둥대지 않는 남편의 여유로움에 나도 맘이 편해진다. 그래도 그냥 E5앞에 있는건 아니었지.
문득 20여년전에 유대인과 중국 여행을 했을때가 떠올랐다. 지금은 정치인이 된 야리브 어펜하이머와 두명의 친구를 데리고 갔다. 모두 이스라엘 군대를 제대한 친구들이다. 중국에서 국내선을 기다릴땐데 그들은 가만히 쉬지 않고 계속 비행편을 주시하고 있었다. 넋놓고 기다리던 우리랑은 달리 그들은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다. 그러더니 탑승구가 바뀌었다며 조용히 우리를 안내해준다. 절대 흥분하지 않았던 그들이 떠오른다. 그리스에서 이스라엘 돌아올때는 보안이 철저하다. 가끔 탑승구가 갑자기 바뀌기도하는데 보안때문이기도하다. 늘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인들에게 이런 일은 흔한일이다. 아이들도 왓츠앱으로 늘 소통을 하며 실시간 정보를 교환한다. 갑자기 바뀌는 상황 판단이 빠르다. 그렇게 우리는 탑승구를 잘 찾아 비행기에 무사히 탈수 있었다. 아까 마구 뛰어다니던 그 아시아인은 어떻게 알았는지 이미 비행기안에 탑승해있다. 그도 다행이다. 잘 찾아서 .
비행기에 앉아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뒷사람이 너무 시끄러워 한마디 하려던 차에 마지막에 사람들이 아멘 한다. 아 비행기 이륙때 읽는 기도문을 낭송했나보다. 아차 싶다. 나도 비행과 여정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