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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Mar 26. 2023

다시 찾은 평화 ( 쥐와의 전쟁 )

맨손으로 쥐잡은 이야기

우리집에 쥐가 들어왔다. 빌라인 우리집 앞은 광야라 야생 동물이 사는 너무도 경치 좋은 곳이다. 가젤이라는 노루와 여우 하늘에는 새들이 바람에 따라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천혜의 정경이 펼쳐진 집이다 . 하나 아쉬운 점은 자연과 접해있다보니 쥐들이 자주 침범한다는 거다. 집에 개를 키우다 보니 개 밥 냄새를 맡고 들어오나 보다. 언제 들어왔는지 어떻게 들어 왔는지 거의 한달간 우리 집에 지내며 처음 몇주간은 흔적없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간혹 딸이 엄마 쥐가 있어 . 남편이 쥐를 봤어 하는 말은 들었어도 내가 직접 보거나 쥐의 흔적을 보진 못했기에 말이다.  


이스라엘에는 쥐덫이 네모난 직사각형 상자 모양으로 그물망처럼 되어 있고 살짝 걸쳐 놓으면 입구가 들리고 쥐가 들어가 먹이를  무는 순간 문이 닫히며 잡히는 시스템이다. 워낙 작은 쥐다보니 어느 정도 소세지 하나만 놓으면 늘 잡히던 그래도 꽤나 귀여운  쥐었다. 그런데 아무리 매일 매일 이 장치를 해놓아도 이번엔 잡히지를 않는다. 이 안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큰쥐인가 ?


한주 두주 그렇게 시간만 지나갔다. 워낙 겁이 많은 놈이라 어디 숨어서 지내나 싶었다. " 엄마 쥐가 내 책상에 오줌 쌌어 , 엄마 쥐가 내 옷장안에 똥 쌌어 . " 늘 우리는 방문을 닫는 편인데 딸 아이는 문을 열어 놓고 나간다. 그 틈에 그 방 안에 들어갔나보다. 그래서 방 안에다 다시 쥐덫을 놓았다. 허탕이다.


어느날 일이 있어 열흘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물론 아이들은 집에 있어서 잘 정리하고 지내겠거니 했다.돌아와 보니  무언가 바닥에 기름이 흥건하다. 누가 기름을 흘린건가 싶어 물으니 그저 글쎄 모르겠어요  한다. 기름이 흐른줄 모르고 엄마 돌아 온다고 물청소를 해서 온 마루가 기름칠을 한듯 미끄럽다. 바닥 청소제를 사용하여 다 닦고 나도 어딘가 또 새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그 근원지를 찾아 싱크대 아래 문을 열어보니  바닥에 자잘한 것들이  떨어져 있다. 고추장 된장 그리고 기름등을 담아두는 곳인데 뭔가 빨간 부스러기 들이 떨어져 있다. 이게 뭐지 하고 보니 아무래도 쥐가 다 갉아 놓은 잔재인 듯하다. 속의 것을 다 끄집어 내어 다시 살피니 플라스틱 뚜껑이며 플라스틱 제품들은 다 갉아 놓은 상태다. 그중 기름을 갉아서 그것이 새고 있었던 거다. 한두개를 갉은게 아니다. 그리고 구석에는 쥐가 쌓아놓은 똥들로 녀석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녀석을 당장..... 주부가 없는 사이 이 녀석이 부엌에 둥지를 튼것이다. 다 큰 아이들은 엄마 없는 동안 거의 나가서 사먹은 듯하다.


일단 집에 사놓은 찍찍이를 활용해보도록했다. 여기저기 지나가는 곳마다 놓아보았지만 여전히 존재감 없이 다닌다. 그래서 아예 찍찍이 여러개를 싱크대 밑의 공간 안에 여러개를 두었다. 분명이 이 녀석이 이곳을 근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감지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살펴보니 찍찍이 하나가 뒤집혀있고 그 위에 녀석의 흔적인 털이 묻어 있다. 찍찍이 까지 뚫고 살아남은 이 녀석은 힘이 강하고 큰 놈이라는 직감이 왔다.  다른 때와는 다른 놈이 었다.


녀석이 다시 이곳으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며칠간 녀석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숨었을까 ? 일단 한국에서 사용하는 더 강력한 쥐덫이 필요했다.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그런 것은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더 강력한 찍찍이를 세개 더 샀다. 남편과 의논해서 다시 작전을 세워야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무척 피곤한지 내가 쥐얘기를 해도 거의 대답이 없다. 거기다 이제는 더 이상 쥐 이야기는 하지 말란다. 바깥 일로 지친 남편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혼자 어떻게 쥐를 잡나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 그럼 내일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찍 잠이 들었다. 새벽 1시 . 곤히 자는 나를 남편이 상기된 어조로 깨운다. " 여보 쥐를 잡았어  가서 볼래 ? " 아니 어떻게 쥐를 잡은 거지 ?" 내가 손으로 쥐를 잡았어 " 아니 모기도 아니고 쥐를 어떻게 손으로 잡아 . 나는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이미 쥐는 널부러져 있다.


" 내가 작업을 하는데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 그래서 이 시간에 소리가 나는 건 쥐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부엌에 갔지? 그리고 부엌 불을 켰어 .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이 쥐가 숨어 있다가 쪼로록 나와서 저 밑으로 들어가는 거야 . 근데 꼬리가 보였어, 그래서 냅다 꼬리를 이 장갑낀 손가락으로 딱 잡아 냅다 바닥에 매쳤지 두번을 .. 그랬더니 바로 직사했어 ... "

뭐 징그럽다거나 그런 생각도 안들고 그저 우리 남편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와 이 다윗과 같은 우리 남편...박수가 절로 나왔다.  맨손으로 쥐를 잡은 우리 남편.. 내게는 골리앗을 잡은 다윗 만큼 용맹해 보였다. 거기다 뒷처리까지 깨끗하게 싹 다 남편이 정리해 주었다. 아 나는 얼마나 결혼을 잘했나 ^^

그렇게 쥐와의 전쟁은 한순간에 종결되었고 그 이후 나는 평안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 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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