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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Aug 09. 2023

뿌듯했던 나의 하루 일과

엄마의 하루

완벽한 하루 일과

오늘 나의 하루 계획은 이랬다.

아침에 유정이 센트럴 버스 스테이션까지 데려다 주고 근처 사모님댁에 물건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카네 예후다나 벤예후다에 들러 필요한 물건 사고

돌아와 5시에 미팅 5시반에 마카비 병원을 가는게 내 오늘의 짜여진 일과였다.


남편의 오늘 일과는 아침에 몇몇 분 만나 아침을 먹고 10시쯤 은행일 보고 씨채널 더빙과 여러 일을 하고 저녁에 나와 마카비 병원에 갈 일정이었다.


어제 저녁 커피를 두잔을 마신 남편은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새벽녁에 잠든 남편은 아침 모임에 가질 못했다. 몸이 좋지 않았던 남편은 급기야 은행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침에 유정이를 데려다 주려던 나도 남편을 돌보느라  데려다 줄 수 없게 되자 유정이는 혼자 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다. 문제는 갑자기 정해진거라 버스를 탄 유정이는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고 나는 급하게 일처리를 하고 유정이를 데려다 주러 뒤를 따랐다.  이미 시청앞까지 간 딸은  좀 허탈한듯 앉아 있다. 늘 근무에 시달리다 보니 집에 와도 밤낮이 바뀐다. 집에 와도 쉬는 것 같지 않게 있다 가기 일쑤다.


시청에서 딸을 태우고 근무지로 가려고 전화하니 부대에서 방침이 바뀌어서 부모님이 태워다 주는게 금지되었단다. 차라리 2시반 차를 타고 오라는 통지를 받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럼 남편이 못한 은행일을 먼저 보기로 했다. 내가 은행일 보는 동안 유정이는 아침을 먹으면 될터였다.


은행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다 예약제인데 예약번호도 없이 있는게 이해가 안되지만 어찌됬든 나는 예약을 했기에 바로 할 수 있다. 통장번호를 확인하던 직원이 내가 다른 신분증을 보여주니 본인인지를 확인한다. 남편건데 내가 대신 왔다고 하니  본인이 아니면 해줄 수 없단다. 직원이 완강하다. 조금 실갱이를 하다가 옆에 다른 직원이 자리가 비길래 옆에 가서 상담을 했다. 그도 본인이 아니면 해줄 수 없다니 낙담이 된다. .. 남편 전화를 바꿔주고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모색하는데 완강하던 직원이 말한다. 너에겐 줄수 없어 남편 이멜로는 보내줄께 ....


오 이런 피타론 ( 해결책)이 있었구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더니 역시 이스라엘 답다 싶다. 전에 병원에 입원하신 분의 통장의 돈을 인출하는데 본인이 직접 와야한다하여 입원하신 분이 힘겹게 가서 도장을 찍었다는 한국 뉴스를 본기억이 났다. 그러니 은행에서 이렇게 해주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했던지...   아타 멜렠  ( 당신은 왕이로소이다 )이렇게 말해주니  직원이 씨익 웃는다. 그래 역시 두드리면 열리는거야 ... 아침에 꼬였던 많은 실타래들이 하나 하나 풀리는 듯했다.


브런치를 다 먹은 유정이가 시간이 많이 남으니 집에 가서 좀 쉬고 싶단다. 반쪽 남은 토스트를 가져와 남편과 맛있게 나눠먹고 유정이는 두시간여 단잠을 잤다. 잠을 잘 자지 못한 유정이에게도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한숨 자고 일어난 딸이 개운해 한다.


꼬일 듯했던 하루 일과가 얼마나 수월하게 풀리는지 . 무엇보다도 남편을 위해 딸을 위해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해 어깨가 으쓱하다.


시간이 되어 유정이를 태워주고 사모님 댁에 물건 전달하고 다시 집에 와서 도시락 싸서 남편과 함께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늘 먹던 음식이건만 어찌나 맛있는지 자주 나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환경만 바꿔도 이리 좋다.  


하루가 완벽했다. 물론 남편의 어깨 통증은 여전하고 해야할 일들은 쌓여 있고 여전히 모든 것이 벅차지만  인생 경륜이 쌓여가며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지혜에 스스로 감사했다. 물론 이 모든 실타래를 풀어주신 이는 하나님이시겠지만 말이다.


한국을 떠나 이스라엘에 사는 것이 어떨 땐 외롭고 힘들고 혼자 외딴 섬에 있는듯 낯설 때도 있지만  이스라엘에 오지 않았으면 몰랐을 많은 경험과 새로운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고 방식의 전환 . 나를 변화 시키고 성장시킨  많은 것들로 다듬어진 나의 모습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나도 꽤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말이다. ^^


--- 물론 이 모든일을 하루에 할 수 있는건 다 운전을 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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