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활동이 어려운 아
오늘 유치원 등원 길에 루아(만4세 남아)는 문득 “내가 밖에서 똥 쌌던 거 기억나?”라고 물었다. 왜 그 이야기를 꺼냈을까 잠시 궁금했는데, 이어서 “그때 내가 떨어뜨렸던 똥은 왜 없었을까?”라고 묻는다. 이틀 전 산책 길에서 루아는 바지에 똥을 쌌고, 한 덩어리를 바닥에 떨어뜨렸었다. 나는 아이를 안고 집으로 급하게 온다고 떨어진 걸 몰랐는데, 집에 들어와 보니 바지에서 새어 나온 똥이 신발과 내 옷에 묻어 있어 뒤는 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담은 날인 어제, 산책길에서 자신이 똥을 흘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를 찾아보던 루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비에 씻겨 내려갔을 수도 있고, 누군가 치웠을 수도 있고, 혹은 다른 동물이 먹었을 수도 있어”라고 설명해줬다.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유치원에 도착해 대화는 잠시 멈췄지만, 친구들을 본 루아의 얼굴에는 금세 들뜬 기운이 가득했다.
루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또래 아이들을 유독 좋아하는 모습이 분명하다. 산책 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을 때, 단지 내에서 또래 아이들 몇 명이 함께 뛰어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모르는 아이들이었음에도 바로 그 무리에 끼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결국 함께 뛰어들지 못했고, 그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런 모습은 유치원에서도 반복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몇몇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루아가 함께 놀고 싶어 다가갈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루아는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듯한 말을 했다. “나는 똥도 제대로 못 싸서…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
그 순간, 아이의 사고 패턴 속에서 ‘자기 신체 활동의 미숙함’과 ‘사회적 관계에서의 불안’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중요한 건, 루아가 그 생각을 스스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자기 내면의 감정을 언어로 드러냈다는 건 매우 좋은 신호다. 이제는 그 왜곡된 사고를 서서히 변화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루아는 배변 욕구가 있어도 유치원에서 종종 참았을 것이고, 불편한 몸과 불안한 마음으로 친구들 사이에 있다가 부정적인 경험이 겹쳐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험들이 ‘나는 똥도 제대로 못 싸서 친구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식의 부정적 자기 인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차 안에서 나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친구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자기 자랑보다는 친구를 위해주는 게 좋아.” 그러나 시간 제약으로 구체적인 설명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 사실 5세 아이의 발달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 시기의 아이들은 놀이 규칙을 익히고 역할을 나누며 사회적 기술을 배워간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 따르면, 1~3세에 이루어지는 배변 훈련은 ‘자율성 대 수치심·의심’을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미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또래와의 차이는 루아에게 비교의식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3~6세는 ‘주도성 대 죄책감’의 시기로, 자발적 활동이 활발해지고 역할놀이가 중요해진다. 이때 시도를 억제하거나 꾸중을 들으면 죄책감이 생기므로,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와 격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제 밤에는 친구와 대화할 때 먼저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친 뒤 천천히 말해보자고 가르쳐줬다. 사소한 대화법이지만, 루아에게는 또래 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루아에게 배변 활동은 단순한 생리적 문제가 아니라 자아상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반복되는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라는 표현 뒤에 “똥을 못 싸서”라는 이유가 붙어 있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놀이처럼 자연스럽고 즐겁게 배변 연습을 지속해야한다. 어제는 하지 못했지만, 루아와 함께 이 과정을 꾸준히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