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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Sep 25. 2024

다문화와 나

김주영

베를린에 머물렀을 때 일이다. 쿠담거리에서 독일 중년 여성에게 길을 물었다. 나름 신경 써서 물었는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못 들은 척한다. (눈치 없이 나는) 두 번이나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고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있다.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그런가?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나 보다.


괴산 마을학교축제나 학교를 촬영할 때가 있다. 아주 쉽게 다문화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외모만 다를 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다문화 친구들이 없었기에 그들을 대할 때 나 혼자 어색해 한다. "한국어를 어쩜 이렇게 잘할까?" 나 혼자 말도 안 되는 고정관념이 나온다.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자라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영어 multi culture를 우리말로 다문화라고 옮긴 것 같다. 다문화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섞이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 가본 호주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이미 다양한 민족,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여행뿐 아니라 살러 오는 외국인도 점점 늘고 있다. 올림픽 선수들만 귀화하는 게 아니다. 어느덧 중국에서 온 조선족,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자 등 외국인과 함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괴산에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가 새로 지어졌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흐름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에는 자전거를 탄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괴산은 가까운 음성, 진천에 비해 외국인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요즘에는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괴산고추축제나 면민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은 밤에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외국인 청년들을 본 적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일자리를 주로 외국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고물상에 가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어색하게 말하는 걸 볼 수 있고 생산직, 요양보호사 등 외국인 일손이 필요한 곳이 많다. 최근 서울의 필리핀 이모님(외국인 가사관리사)도 새로운 흐름으로 보인다. 인력뿐 아니라 인구감소 추세로 봐도 외국인 증가는 자연스러운 우리의 미래다.


저녁 무렵 가족들과 괴산고추축제 푸드트럭 거리를 거닐었다. 청소년이 된 다문화 자녀가 외국인 엄마 등을 떠밀며 먹을 거를 사달라고 이끈다. 엄마는 아들의 애교에 웃으며 지갑을 연다. 베를린 시절의 나도 자라 그들 뒤에 시선을 둔다. 여느 엄마와 아들의 그 풍경이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점점 다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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