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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과 나

김주영

by 김주영

여느 집에 가보면 액자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벽에 걸려있는 가족사진, 결혼사진, 아이 졸업사진, 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에 걸려있는 배우자 사진, 작은 액자에 놓여있는 손자사진 등,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내 기분도 흐뭇해진다. 시각으로라도 그때의 추억, 그때의 누군가를 간직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때론 나의 리즈시절 사진을 보며 나를 그리워하고 나를 사랑하기도 한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사진은 아름다운 순간을 소환하기도 한다.


1인 1스마트폰 시대인 요즘, 사진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찍을 수 있고 풍경사진, 셀카 등을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시대에 나는 칠성시장통 광명사진관 자리에 사진관을 차리기로 했다. 셀프사진관도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람이 찍어주는 사진관이라니... 더구나 말보다 글로 쓰는 게 편한 MBTI 극 I인 내가...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다. 이 시골에 손님이 오기나 할까...(인구가 적어 인구소멸위기 지역) 하지만 나를 믿고 나와 우리 가족 삶의 여정을 이끌기로 했다. 그동안 프리랜서로 디지털노마드 식으로 지내왔다면 이제는 가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젠 안노마드다.


꽤 오래전부터 어쩌다 칠성시장통을 지날 때면 옛날 모습 그대로 있는 광명사진관을 들여다보곤 했다. 필름카메라부터 인화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어 그런지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처럼 시간여행을 온 듯했다. 운영은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라고 생각하며 스쳐지나가는 옛날가게였다. 땅에 임자가 따로 있듯이 가게도 마찬가지인지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태어난 김에 사장님이라고 이제는 '스튜디오 느린손'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더 당당히 나가는 시간이다.


가게주인인 광명사진관 사장님은 칠성에서 나고 자라신 분이다. 젊었을 때 먹고살 방법으로 사진관 창업을 하셨다고 한다. 집에서 결혼식, 회갑연을 하던 시절부터 사진업을 해 오셨다. 사장님은 나의 부모님 세대와 비슷하셔서 자녀 또한 내 또래이다. 그분의 자녀와 내가 자라온 시절이 사진관 세월에 녹아있다. 당시에는 필름 한 장 한 장이 다 돈인 시절이라 손님에게 드려야 될 사진만 인화했다고 한다. 사진을 수없이 찍었지만 정작 자기가 갖고 있는 사진은 없다. 누군가의 사진앨범 속에 있는 사장님의 사진들이 그때를 기억하고 있겠지.


사진관은 한 건물인데 벽을 사이에 두고 두 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사진관 옆에는 아내가 <모래잡이북스> 서점을 운영하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헌집을 고친 집인데 이 가게도 퍽 낡았다. 철거하고 수리할 게 많다. 그때도 11월이었는데 비슷한 계절에 공사를 하다 보니 귀촌 13년 만에 시즌2를 맞이하는 느낌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괴산으로 귀촌한 게 신의 한 수였다. 먼 훗날 가게 도전 역시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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