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의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눈 덮인 능선 아래
숫자와 통계가
조용히 쌓여 있다.
하루 평균 열한 시간,
우리는 화면 속에 머물고
몸은 가만히
마음은 소음 속에 잠긴다.
편안함은
늘 따뜻한 얼굴로 다가와
고통을 덜어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언의 산처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2025년의 끝에서
나는 내 몸을 더듬어 본다.
편안해진 자리마다
감각이 하나씩
사라져 있던 흔적들
아프지 않기 위해
느끼지 않았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깊어지지 않았다.
우주의 시간으로
인간의 삶은
스물일곱 초라고 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너무 오래
안전한 온도에 머물렀다.
그래서
다가오는 2026년에는
덜 편안해지기로 한다.
차가운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고
불편한 질문을
몸에 남겨 두기로 한다.
속도를 늦추고
피로를 회피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영혼이 다시
자라도록 두기로 한다.
산은 여전히 말이 없지만
나는 안다.
살아 있음은
언제나
편안함 바깥에서
천천히 시작된다는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