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청 앞, 이해찬 전 국무총리 시민 분향소에서
시민(市民)의 이름으로, 촛불(燭火) 앞에 서다
— 진주시청(晉州市廳) 앞, 이해찬(李海瓚) 전(前) 국무총리(國務總理) 시민(市民) 분향소(焚香所)에서
어떤 이별은 한 사람의 부고를 넘어, 한 시대의 질문으로 남습니다.
진주시청 앞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는 그래서 더 조용하고, 더 깊었습니다. 바람을 막기 위해 세운 천막 안에는 흰 천이 단정히 드리워져 있었고, 촛불 두 자루가 작은 숨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국화를 내려놓는 손들이 말없이 이어졌습니다. 누구도 큰 소리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공간에는 분명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억하겠다.”
분향소 한쪽에는 손글씨로 적힌 문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실패(失敗)와 좌절(挫折)은 당신이 나약(懦弱)해서 겪는 일이 아닙니다.
— 故 이해찬 님 말씀 중에서
저 문장이 유독 오래 눈에 머물렀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무너지는 순간이 있고, 어떤 날은 ‘내가 약해서’ 그랬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것도 우리 사회의 굵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그건 당신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해 준다면, 그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문장이 됩니다.
민주주의도 그렇지 않을까요.
때로는 좌절하고, 실망하고, 돌아서고 싶을 만큼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한번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서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끝내 지켜야 하는 약속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삶이 그 약속을 위해 소모되었다면, 남은 사람들은 적어도 그 뜻을 “잊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분향소의 촛불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불빛이 가진 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커다란 말보다, 거창한 구호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옮겨 붙을 때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가곤 했습니다. 국화를 올리는 손끝의 떨림, 잠깐 숙이는 고개, 조용히 적는 조문 한 줄—그 모든 것이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생활의 윤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시민의 이름으로 애도합니다.
고인의 삶을 단정한 말로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또렷이 남습니다. 우리가 흔들리는 날에도, 다시 사람을 믿고, 다시 공동체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힘. 그 힘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체온이며,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일 것입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
남겨진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슬픔을 내일의 책임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시민 분향소 운영 안내
기간: 2026년 1월 27일(화) ~ 1월 31일(토)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장소: 진주시청 앞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에 시민 여러분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6년 1월 27일 (화)
다움 김종훈 애도(哀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