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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 해체와 사교육을 넘어

경쟁교육에서 능력·정의 기반 교육·고용체제로의 전환

Beyond Credentialism and Shadow Education: Transitioning from Competitive Schooling to a Capability- and Justice-Based Education–Employment Regime in Korea


국문초록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업고 출신 경로와 이재명의 청소년 노동·비정규 학력 경로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공적 역량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교육 집중–경쟁교육 체제를 지속해 왔고, 이는 가계 부담 증가, 낮은 출산과 지역·계층 격차, 교육불평등의 세대 간 재생산으로 이어졌다. 본 연구는 자격주의(credentialism), 신호이론(signaling), 문화자본(cultural capital), 그림자교육(shadow education) 이론을 통합한 분석틀로 한국의 사교육–학벌–노동시장 삼각구조를 진단하고, 독일의 이원적 직업교육과 싱가포르의 스킬스퓨처 등 국제사례, OECD·UNESCO 권고를 참조하여 국가–학교–노동시장–지역 4 수준에서 실행 가능한 12가지 구조개혁 패키지를 제시한다. 윤리교육 관점에서 ‘옳음–정의–공평(rightness–justice–fairness)’의 원칙을 제도 설계 기준으로 삼아, 공교육 품질의 공공보장, 직무역량 중심 채용과 임금체계, 전 생애 학습권을 축으로 한 전환 로드맵을 제안한다.


주제어: 학벌사회, 사교육(그림자교육), 자격주의, 신호이론, 문화자본, 이원적 직업교육, 스킬스퓨처, 능력기반채용, 교육정의


Abstract (English)

Despite the recurring appearance of national leaders without elite academic credentials, Korea still maintains an unusually shadow-education-intensive, competitive schooling regime. Drawing on credentialism, signaling theory, cultural capital, and shadow education, this paper diagnoses the triangle of private tutoring, academic hierarchy, and labor-market selection in Korea. Referring to international cases—Germany’s dual vocational system and Singapore’s SkillsFuture—and OECD/UNESCO recommendations, it proposes a twelve-point structural reform package across the state, school, labor market, and local community. From the perspective of moral education, the paper operationalizes rightness–justice–fairness as design principles to shift towards a capability- and justice-based education–employment regime that publicly guarantees quality schooling, mainstreams competency-based hiring and pay, and secures lifelong learning rights.


Keywords: credentialism, shadow education, cultural capital, signaling theory, dual VET, SkillsFuture, competency-based hiring, educational justice


1. 서론

한국의 교육은 오랫동안 입시 중심 경쟁구조와 사교육 의존을 제도화해 왔다. 흥미롭게도 한국 현대정치에서는 비(非) 명문 학력의 지도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는 공적 역량의 형성에서 학교 이름이 절대변수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학벌에 대한 사회·시장 신뢰가 여전히 강력한 선별 신호로 작동하면서, 가계는 사교육에 고액을 지출하고, 학교는 시험에 최적화된 교수·학습을 강요받는다.

본 논문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한국 사교육–학벌–노동시장 연결부의 작동 원리를 윤리교육 관점에서 규범·제도·행위 차원으로 분석한다. (2) 국제사례와 권고를 참조해 경쟁교육을 대체할 능력·정의 기반 체제의 설계원리와 실행 패키지를 제안한다.


2. 선행연구 검토와 이론틀

2.1 자격주의와 교육팽창의 역설

콜린스(Collins)는 근대 교육이 지위 경쟁의 형식적 장치가 됨으로써 학력 인플레이션과 과잉자격 문제를 낳는다고 보았다. 한국의 과도한 학위·시험 의존은 바로 이 자격주의의 전형적 현상이다.


2.2 신호이론과 ‘스펙 경쟁’

스펜스(Spence)에 따르면 학위·성적·자격증은 생산성의 불완전한 대리변수다. 신호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추가적인 사교육 투자가 합리적 선택이 되고, 이는 ‘더 많은 시험–더 비싼 준비–더 큰 격차’의 악순환을 낳는다.


2.3 문화자본과 가정배경 효과

부르디외(Bourdieu)는 가정이 보유한 문화·사회·상징자본이 학교성취를 매개한다고 보았다. 정보·시간·언어자원 격차는 한국의 지역·계층 간 사교육 참여·성과 격차와 밀접하다.


2.4 그림자교육의 제도화

브레이(Bray)는 사교육을 정규교육을 모방·보완하는 ‘그림자교육’으로 개념화했다. 고위험·고보상형 시험일수록 그림자교육은 제도화되며, 공교육의 보충 기능이 사적 비용으로 이전된다.


2.5 윤리교육의 규범틀: Rightness–Justice–Fairness

옳음(Rightness): 최소학력·핵심역량을 누구에게나 확실히 가르칠 의무.

정의(Justice): 소득·지역·장애·이주 배경에 따른 기회·자원 배분의 형평.

공평(Fairness): 평가·선발·보상 절차의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이 세 범주는 교육내용·평가·채용·임금체계까지 아우르는 설계 기준으로 작동한다.


3. 한국의 구조 진단: 사교육–학벌–노동시장 삼각고리

첫째, 입시–노동시장 결박이 강력하다. 대기업·전문직·공공부문은 여전히 학교 서열·시험성적에 높은 신뢰를 둔다.

둘째, 조기 사교육화가 심화되며 초등 이전 단계까지 학습이 확장되었다. 이는 가계소비 구조를 왜곡하고 출산·돌봄 선택에 부담을 준다.

셋째, 학교 내부의 동형화가 진행되어 창의·협력·시민성을 기르는 교육시간이 부족하다.

넷째, 지역·계층 격차가 누적되어 세대 간 교육기회 불평등이 재생산된다.


4. 국제 비교와 시사점

4.1 독일의 이원적 직업교육(Dual VET)

기업과 직업학교가 법정훈련규정에 따라 공동으로 책임지는 이원학습은, 학위 서열보다 직무역량과 표준훈련을 시장 신호로 활용한다. 청년은 유급 현장학습을 통해 숙련을 인정받고, 자격은 임금·고용과 연동된다.


4.2 싱가포르의 스킬스퓨처(SkillsFuture)

전 시민에게 학습크레디트를 지급하고 주기적으로 보강(top-up)해 전 생애 역량개발을 국가책무로 제도화했다. 정부–산업–교육기관이 공동으로 자격·단기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설계해 채용·임금과 연결한다.


4.3 OECD·UNESCO의 공통 권고

성인학습 거버넌스 통합, 정보·상담의 일원화, 취약계층 타깃 재정 인센티브, 역량 기반 채용·자격 프레임의 확충이 핵심 방향이다.


5. 전환 원칙: 능력·정의 기반 교육·고용 레짐

공교육의 ‘질 보장’은 국가 책임: 기초학력·핵심역량 실패를 사교육이 ‘대리 보충’하는 구조를 공공이 회수한다.

학위 외 신뢰 가능한 신호 구축: 표준훈련·국가자격·마이크로크레디트를 채용·임금과 연계한다.

과정과 절차의 공평: 평가·선발·보상에서 설명가능성·이의제기를 제도화한다.

전 생애 학습권: 성인·전직·재교육의 보편적 권리화로 ‘한 번의 입시’ 의존을 낮춘다.


6. 구조개혁 패키지(12)와 실행 설계

6.1 국가(법·재정·규제)

K-튜터링(국가 보충학습) 상설화: 저소득·기초학력군 우선 무상; 대학·교원양성기관·지역기관 연계.

조기학습 보호 규정: 초저학년 숙제 상한, 사교육 과다 개입 금지 가이드라인과 분쟁조정.

사교육 정보·광고 규제: 효과 과장 금지, 환불·성과기반 계약 표준화.

공공부문 채용의 직무역량 표준화: 학력 블라인드, 직무시험·수습연계형 채용을 전 부처·공기업으로 확산.


6.2 학교(교육과정·평가)

과정중심 평가 전환: 서술형·프로젝트·포트폴리오 비중 확대, 고교 성취평가제 정교화.

일반고–직업계고 학점 호환 및 유급 현장학습 의무화.

교사 여건 개선: 평가·생활지도 시간 보장을 위한 업무경감–보조인력–수업준비시간 법제화.


6.3 노동시장(채용·임금)

민간 대기업 채용 공시: 학력요건·비중, 직무역량평가 비중의 공개·관리.

자격–임금 연동 테이블: 국가자격·마이크로크레디트 단계와 임금 등급을 산업별 협약으로 표준화.


6.4 지역(평생학습·전환)

지방 학습바우처: 성인에게 누적형 학습크레디트 제공(취약계층 가중).

청년 전환기 브리지 프로그램: 고교–대학·훈련 사이 6~12개월 프로젝트·현장학습, 국가장려금 지급.

사교육 상생전환: 지역 학원과 방과 후·보충학습을 성과연계 계약으로 공공화(저소득 무상).


7. 성과지표와 평가(대시보드 제안)

사교육 지출·시간·참여율의 연차 하향 추세 확보(국가튜터링·평가개혁 시행 구간과 연동).

역량기반 채용 비율: 공공 100% 정착, 민간 대기업의 단계적 확대.

직업계고 양질 취업률과 중도이탈률 감소.

성인학습 참여율의 OECD 평균 상회.

교육불평등 지표(소득·지역·장애·이주) 격차의 지속적 축소.


8. 논의와 한계

본 연구는 윤리교육 관점에서 규범–제도–행위를 연결하는 전환 모델을 제안했으나, 세부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과 부처 간 조정 방식, 산업별 임금협약과의 정합성 등은 후속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학벌 프리미엄의 구성요인 분해(네트워크·기업문화·지역 노동시장 특성)는 미시데이터 기반 추가분석이 요구된다.


9. 결론

사교육–학벌–노동시장의 결박을 풀지 못하면, 공교육의 교육적·도덕적 책무는 계속 사적 비용으로 이전된다. 옳음–정의–공평의 원칙에 따라 공교육의 질을 공공이 보장하고, 학위 외 신뢰 가능한 역량 신호를 제도화하며, 전 생애 학습권을 확립할 때 한국은 경쟁교육을 넘어 능력·정의 기반의 교육·고용 레짐으로 이행할 수 있다.


각주

본문에서 언급한 정치인의 학력·생애 경로는 공개된 약력을 참고한 상징적 사례로서, 특정 인물의 정치적 평가와는 무관하다.

‘능력(capability)’은 Nussbaum·Sen의 역량 접근을 참고해, 개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것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참고문헌

Bray, M. (2013). Shadow Education: Comparative Perspectives on the Expansion and Implications of Private Supplementary Tutoring. (개정판). Hong Kong: Comparative Education Research Centre.

Bourdieu, P. (1986). The forms of capital. In J. Richardson (Ed.), Handbook of Theory and Research for the Sociology of Education (pp. 241–258). New York: Greenwood.

Collins, R. (1979). The Credential Society. New York: Academic Press.

OECD (2021). OECD Skills Strategy: Strengthening the Governance of Adult Learning in Korea. Paris: OECD Publishing.

OECD (2023/2024). Education at a Glance: Country Notes—Korea; Indicators on Teachers, Student Performance and Tertiary Education. Paris: OECD Publishing.

Sen, A. (1999). Development as Freedom. New York: Knopf.

SkillsFuture Singapore (2015–2025). SkillsFuture Credit and Modular Courses: Policy Notes. Singapore: SSG.

Spence, M. (1973). Job market signaling.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7(3), 355–374.

UNESCO (2020–2024). 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s (Equity and Inclusion; Non-State Actors). Paris: UNESCO.

통계청·교육부. 사교육비 조사 (최근 연도). 세부 수치와 시계열은 해당 연차보고서 참조.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매년). 국가자격·직업교육훈련 통계.

한국고용정보원. (매년). 직무역량 기반 채용 동향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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