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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 숨, 하나의 교실

여덟 번 숨, 하나의 교실

오늘의 교실은 여러 이름을 가진 바다다.
같은 파도도 서로 다른 말로 부른다.
우리는 먼저 말 대신 연필을 들어
작은 약속을 적는다—실천이 먼저고,
원칙→의무→평가가 뒤따라 온다.


효(孝)

따뜻한 물 한 컵을 책상 모서리에 올려두고
“고맙다” 한 줄을 적는다.
한 줄의 문장이 한 사람의 등을 편다.
사소한 돌봄이 혈관처럼 교실을 잇는다.


충(忠)

나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함께 맡은 일에 충성한다.
걸레를 짜는 손이 국어와 수학과 음악을 지킨다.
공용의 바닥은 오늘도 조용히 빛나
우리의 약속을 비춘다.


덕(德)

도장 하나가 별자리 된다.
작은 결심들의 은하가 칠판 위로 번진다.
지키지 못한 날도 기록한다—
부끄러움이 방향을 만든다.


자(慈)

세 번 숨이 지나가면
타인의 이름이 내 호흡에 섞인다.
돕겠다는 말은 손보다 먼저 도착해
손이 길을 잃지 않게 한다.


화(和)

갈등은 칼이 아니다, 다리다.
BRIDGE—균형, 재구성, 알림, 결정, 거버넌스, 새김—
여섯 개 판자를 하나씩 얹어
우리는 서로의 강을 건넌다.


묵(黙)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침묵이 있다.
90초의 고요가 눈을 맑게 하고
열·열·열의 간격이 손가락을 멈춘다.
그 사이에만 들어오는 소리가 있다.


신(信)

약속은 돌이 아니라 물이다.
흘러가되 이름을 남긴다.
실수는 금이 아니라 실금—
수선을 배우면 그릇은 더 단단해진다.


정(正)

한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세 창을 지난다: 합법한가, 공정한가, 친절한가.
창을 통과한 말만이
사람 사이에 머물 자격을 얻는다.


다른 언어들이 서로를 다르게 부를 때
우리는 서로의 말을 번역하지 않고
행동을 먼저 맞춘다.


care와 효가 손을 잡고, compassion과 자가 미소 짓고,
mindfulness와 묵이 의자를 당겨준다.


정의는 논쟁이 아니라 절차의 숨결로
우리 사이를 걷는다.


평가는 채점표가 아니다.
아이의 손에 남은 떨림,
교실 공기의 맑기,
동네 골목 불빛의 지속—
이 세 겹의 호흡으로 우리는 배운다.


오늘도 우리는 새로운 이름의 파도들 속에서
여덟 번 숨을 가다듬고 하나의 바다가 된다.


도는 먼 산의 깃발이 아니라
반복되는 작은 손짓의 방향이다.


우리가 키우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서로에게 다가가는 법—
말보다 앞서 도착하는 실천,
실천 위에 서서 다시 말을 고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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