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삭 May 04. 2024

인구감소 범죄도시

「범죄도시 4」, ★★☆☆☆

움직이면 쏩니다!


*본 글은 필자의 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갈수록 커지는 마석도

「범죄도시 4」, 2024

허명행 감독 / 마동석, 김무열 외 출연


  최근에 다시 돌아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시리즈, 「범죄도시」의 4편입니다.


  「신세계」의 정청 엘리베이터 씬, 「D.P.」와 「범죄도시 2」 등의 무술 연출을 담당해 여러 호평을 받은 허명행 무술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죠.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며 청년들을 착취하고 스캠 코인 상장을 꾸미는 장동철과 그가 고용한 행동대장 백창기. 이번에도 마석도는 형사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또 피해자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내가 누구랑 약속을 좀 했거든.



그러나


  한국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가 될 것만 같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시민들은 조금씩 떠나가는데 아파트는 높게 짓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국밥처럼 아는 맛에, 또 골백번 먹었지만서도 얼큰한 맛에 보는 영화지만 범죄도시는 점점 이익을 위한 난개발에 돌입하려는 낌새가 보이며 걱정스러운 위치에 오르게 됐습니다.




I

장점


나까지 복싱 배우고 싶더라

• 명불허전 액션


  시리즈의 초창기에는 엎어치기, 난투극 등 스타일리시함에서 거리가 멀었다면 「범죄도시 4」의 액션은 스타일을 넘어 절제미까지 갖춘 최종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석도의 복싱 베이스 근접 격투와 백창기의 주특기인 나이프 파이팅 등 나날이 발전해 온 마석도의 격투 실력뿐만 아니라,


 역시 특수부대 설정을 등에 업은 백창기와 그의 오른팔인 조지훈 역시 전문적인 격투를 배운 느낌이 강했는데요.


같은 용병 출신

  특히 백창기 • 조지훈 2인조의 나이프 파이팅은 마치 「아저씨」의 차태식을 보는 듯한, 더욱 냉혹하고 절제된 느낌이라 그 막강함이 드러납니다.


  마지막 비행기 씬에서 보여준 2대 1 격투와 버터나이프를 부러뜨려 마석도를 잠시나마 압도하던 백창기. 그 타격감이 생생할 정도로 액션 하나만큼은 허명행 감독의 명성대로 감탄스러웠습니다.




• 빌런의 간지


  전작인 3편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였던 빌런의 무개성(리키와 주성철보다 초롱이가 더 언급이 많았던 것을 보면)을 해결하고자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백창기 역시 분명 돈이나 물질, 힘에 대한 야망이 있었으나 특유의 과묵한 성격과 절제된 격투로 그 날을 더 예리하게 만든 점, 그럼에도 김무열 배우의 연기에서 이따금씩 새어 나오는 광기가 인상 깊었죠.


초반부 다른 업장에 쳐들어가 다 썰어버리고, 총구를 상대 입에 넣으며 잠시 보여주는 표정연기가 압권.

  마석도와 화장실에서 대치하던 순간에도 인질로 잡은 청소부를 계속 끌고 가기보단, 형사인 마석도의 다음 행동을 파악해 치명상을 입힌 점 역시 백창기의 잔혹함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II

단점



• 데자뷰


  「범죄도시」 시리즈는 각 시리즈 당 유행을 책임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1편의 "내 누군지 아니?", 2편의 "너 납치된 거야", 3편의 초롱이 등이 있죠.


  다만 「범죄도시 4」는 이러한 흐름에 자신이 없었던 걸까요? 이젠 익숙함을 넘어 진부해지는 요소들을 여전히 갖고 오고 있습니다.


또 해?

  진실의 방이라던지, 이젠 개그 캐릭터가 되어버린 장이수의 억지 유행어 밀기, 또 결정적으로 이전 시리즈의 플롯 구조를 완전히 똑같이 가져온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어차피 다 아는 맛에 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3편까지는 그런 기대로 보았었으나 그것이 전통성으로 남기보다는 익숙함에 기댄 ‘흥행 안전장치’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다른 서사 구조를 시도했다면 더욱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4편의 플롯들은  1, 2, 3편의 모든 장면에서 단지 자본만 더 투자한 듯한데요.


진정한 폭발 성애자 마이클 베이

  사실 이런 우려먹기 류 액션 블록버스터의 대표주자였던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쪽박 폭탄 맞아 종이접기 되기 전 까지는 10편 계획이라던지, 유니버스 확장 등 계획만큼은 컸습니다.


  이제는 점점 범죄도시의 시원함에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관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 안 웃겨요


  「범죄도시」에는 매번 액션도 선두에 섰지만, 항상 그 옆에는 코미디가 있었습니다. 기계치 캐릭터를 고수하는 마석도와 항상 마석도의 팀에게 이용당하는 장이수, 또 인물들이 주고받는 웃긴 대사 등이 있는데요.


나름 산전수전 겪은 캐릭터인데

  다만 그 타율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로써 범죄도시 시리즈의 개그 코드가 점점 콩트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스탠드업 코미디나 토크쇼, 유튜브나 스트리밍 등 자연스러움에 기댄 웃음 요소들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추구하는 경향이 줄었듯 개그라는 요소는 변화를 겪어왔지만 범죄도시 시리즈의 개그는 점점 쇼맨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밥 시킨 거야?

  상황이 웃기다기보다는 웃기려는 상황을 끊임없이 등장시키죠.


  초중반부 과한 충청도 억양의 건달들이 정말 디스코스러운 복장으로 말싸움을 하는 장면은, 흡사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 건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편과 2편이 정말 형사의 삶에서 나올 법한 자연스러운 대사로 관객을 웃겼다면, 그 이후로는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처럼 과도한 콩트로 몇몇 씬은 오히려 어색함만 느껴지게 합니다.


  실제로 1회 차 관람했을 적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등장 전까지 거의 아무도 웃지 않았던 기억도 있고, 장이수가 과도한 톤으로 본인의 과거 대사를 재차 등장시키는 부분에선 유행어에 절박해진 영화의 간사함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 수익성과 반비례하는 깊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시리즈 특성상 너무 심오한 주제일 필요도 없고 또 청불 영화처럼 과하게 어둡거나 고어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다만 범죄도시 시리즈의 깊이가 점점 얕아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1, 2편의 마석도의 행동이 '체포'를 넘어 '때려잡는다'로 변모하며 통쾌함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빌런들이 형사 마석도가 아닌 인간 마석도의 범주에 침입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돌덩이가..

  4편의 초반부, 영화가 시작한 지 2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가 죽고, 어머니가 남긴 유서는 마석도에게 백창기를 잡는 동기가 되어줄 역할이 됩니다.


  그러나 그 동기는 관객을 효과적으로 동요시키지 못합니다. 작품은 이를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듯 끊임없이 마석도에게 '약속'이나 '잡아야만 한다'같은 대사를 집어넣지만, 글쎄요.


  이전 파묘 리뷰에서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듯 마치 처음과 끝을 빼면 영화가 오프닝 씬에서 살해당한 조성재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느낌입니다.


사실 장동철은 왜 나왔는지도 잘..

  중간에 마석도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장면이 아주 잠깐 나오지만, 이 역시 ‘마석도의 고난’이라는, 시리즈의 터닝포인트인  위함이었는지 통째로 삭제해도 서사에 딱히 문제가 없었던 아쉬움도 있죠.


  차라리 기계치인 마석도의 설정을 밀어붙여 ‘주먹’과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압도적인 사건을 준다면 어땠을까요. 디지털 수사팀이 공조를 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마석도의 걸림돌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외로는 전일만 반장을 대신해 등장한 장태수 팀장의 극도로 안 어울리는 캐릭터성이라던지, 그래도 가리봉동 시절 산전수전 겪으며 어지간한 쓴맛 단맛 다 본 장이수의 경량화, 설정 구멍 등이 있겠습니다.





멋있긴 했어. 그것만으로도 3편보다는 낫다.

  작품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수익성이 크게 돋보이는 한국영화는 언제나 반갑고 감사합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공공의 적」 시리즈처럼 색깔이 확고한 프랜차이즈는 업계를 활성화시키는데 분명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다만 범죄, 느와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1편은 가히 명작의 반열에 올라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범죄도시의 속편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 역시 커져갔는데요.


  구멍 난 스타킹을 쭉 늘리면 구멍이 더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완벽하진 않아도 국밥처럼 아는 맛, 또 먹어도 먹어도 시원한 맛에 관객들이 찾기 시작했으나


  자본의 투입, 시리즈의 성장과 반대로 점점 한우 육수에서 조미료로, 라면스프 국물로 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쁜 놈들이 가득한 도시는 검거율이 늘어나고 살기 좋은 동네가 되어가고는 있지만, 왜인지 휑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어른의 사정이 있으니 1편의 끈적이는 분위기와 청불 등급으로 돌아가긴 힘들지만, 다시 한번 거대한 도시가 주는 압도갑을 느끼길 바래봅니다. 우스갯소리로 범죄도시가 고담시티 그 옆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구독, 댓글은 에디터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