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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예술 Aug 23. 2023

최애는 기쁨이고 센터는 슬픔

「인사이드 아웃」, 2015

Happy Madness.

포스터

「인사이드 아웃」, 2015

・ 피트 닥터 감독 / PIXAR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로서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픽사의 명작,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캐릭터들이나 설정이 독특해서 여러모로 최근에 개봉했던 「엘리멘탈」하고도 함께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작품은 사람의 감정들을 의인화하여 우리가 외면하고 또 강박을 갖던 감정의 온상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서브플롯으로 전달되는 라일리의 사춘기이자 인간의 성장을 흥미롭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I   

줄거리



  앞서 말했다시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이라던가 머리, 가슴, 배로 나뉜 곤충도 아닌 인간의 감정이 주요 인물을 맡는 설정이죠.


  기쁨, 슬픔, 분노, 소심, 짜증이라는 다섯 개의 감정이 등장하고 이 감정들은 미네소타 출신의 발랄한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입니다.


  이름대로 각각의 감정들은 자신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타이밍에 등장하며 라일리의 행동을 제어해 나가는데요.


다섯 개의 감정들

  오늘날 라일리의 행동과 습관들은 과거의 기억과 학습으로 구성되므로, 이 감정들은 라일리의 기억들을 유지 보수하는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으레 그렇듯이 각각의 기억들은 행복하게 또는 우울하게, 짜증 나게, 두렵게 기억되죠. 


  이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중심 기억. 오늘날 하키 플레이어로 활동하게 된 라일리는 부모님에게 하키를 배워 시작했던 어릴 적의 기억이 만들었던 것처럼 이제 라일리에게 없어선 안 되는 것들이 되어버린 것처럼요.


라일리의 변화

  허나 감정들 중 슬픔이가 이 중심 기억에 의도치 않게 슬픔을 주입시키게 되고, 아수라장이 되던 와중 기쁨이, 슬픔이 그리고 라일리의 중심 기억들은 사고로 관제 센터에서 튕겨 나가 라일리의 무의식 속 어딘가에 고립됩니다.


  관제 센터로 돌아가기 위해 기쁨이와 슬픔이는 라일리의 머릿속을 쏘다니기 시작하고, 기쁨과 슬픔, 중심 기억들을 갑작스레 잃어버린 라일리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짜증, 소심, 분노만이 그녀를 제어하는 탓에 부모님에게 반항하기도 하고, 학교에선 적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기 시작하죠.      






II

라일리는 행복해야만 해?

・ 작품의 메시지



  작 중 기쁨이의 소명처럼 묘사되는 대사인 '행복'이란 영화를 떠나서도 우리 대다수의 공통적 목표입니다. 기쁨이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며 사건을 해결시키려 하고, 언제나 무기력하고 우울하며 자신감 없는 슬픔이를 뒤처지도록 내버려 두기도 하는 둥 어딘가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죠. 


  그러나 행복해야'만' 한다고 되뇌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새 강박처럼, 그리고 베일처럼 기쁨 뒤에 모든 것을 숨겨두려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행복이 인생에 유일하다시피 한 목표이긴 하다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때로는 짜증과 슬픔과 분노와 소심에 기대고 싶어 하지 않나요. 


  당장 슬픔에 젖은 사람에게도 행복은 최우선시되는 가치겠으나 우리는 때때로 기쁨이의 요구처럼 '행복하다'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괜찮다'라고 말해야만 합니다.


  우울하다, 화가 난다, 겁이 난다는 말들은 입속에서 하염없이 맴돌다 무던해지길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언제나 절망에 빠진 우리를 어루만져주던 것은 슬픔이었으니

  인간의 감정은 분명 나누어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필수적인 본능인 소심(조심성), 싫다는 걸 표현하고 기호를 가진 인간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짜증(거부), 때때로 행동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는 분노, 그리고 일상 속에서 지나갈 뿐인 순간들에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쁨.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막바지를 달려 나가며 초중반에 그저 무기력하고, 축 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에게 정말 슬픔이란 감정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해 나갑니다.



  기쁨이란 치유의 과정입니다.


영화가 주는 답변

직장 생활에 치여 살다 가족과 떠난 여행, 

무료한 삶에 지쳐 있던 와중 만나게 된 친구, 

라일리의 경우라면 경기를 졌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받았던 위로. 

부모님과 마찰을 빚으며 방황하다 다시 화해했던 순간.


기쁨은 언제나 슬픔, 짜증, 분노, 소심 등의 생채기를 치유하며 찾아옵니다.


  단지 인간의 성장이 갖는 가치란 당장의 상처보다 나를 치유시켜 줄 행복에 더 많이 초점을 두게 되어가는 것이죠. '괜찮아질 거야'를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을 때 우리는 자라고 성숙해져 갑니다.


  기쁨이란 그런 것이며 모두 아물어 사라져 가는 흉터까지도 어루만져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흉터를 추억이라고 부르고 그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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