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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예술 Dec 19. 2024

꿈을 꿀 나이에 돈을 꾸다

「ㅠㅠ」, 2022

Intro


북극곰 - GongGongGoo009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들 합니다. 누구는 팔다리가 부러지고 누구는 얼굴이 뭉개진 채 하염없이 낙하하고 있는 젊음을 향해 미약한 공포를 처방해 주는 셈입니다.


  "따끔합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온 신경이 그곳으로 집중되듯이, 따귀처럼 얻어맞는 청춘의 인생은 사뭇 괴이스러운 모습을 취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받은 사랑의 방식으로만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부모에게서, 집으로부터 배운 방식으로 타인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청춘의 삶에서 처음 겪게 되는 부조리이자 불행입니다.


  집에 대한 추상적인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애증,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사회와의 불합치가 관계를 단절시키고 때로는 스스로 형광등에 걸어 들어가 타 죽는 나방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돈과 집에 집착합니다. 시간에 대한 죽지 않은 애착인지 결코 죽지 않을 돈에 대한 집착인지, 돈과 집에서 태어난 불행은 결국 돈과 집으로 잠재울 수 있습니다.


  청춘입니다. 춥고 아픕니다.


사각예술은 각종 영화, 만화, 음악 등을 리뷰하고 해석하며 덧붙이는 매거진입니다. 업로드 주기는 비정기적이며 현재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운영 중에 있습니다 :)

모든 작품은 스포일러를 동반할 수 있으며 들러주신 노고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GongGongGoo009 - 「ㅠㅠ」

「ㅠㅠ」-  GongGongGoo009

2023 KHA 올해의 힙합 앨범 노미네이트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 '공공구'는 장르 내에서 꽤나 독특한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힙합이라는 마이너한 장르 속 더 마이너한 줄기인 익스페리멘탈 /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추구함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인데요.


현 세대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대표주자, 래퍼 이현준, 김심야 그리고 공공구

  그는 전작 「회색단지」 믹스테이프로 곧 성인이 되는 청소년의 불안과 청소년의 치기 어린 시선으로 쉽게 해석되지 않는 세상의 혼란함을 표현하며 그 음악성을 증명해 낸 바 있습니다. 특유의 솔직한 가사와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그는 오랜 기간 리스너들의 인정을 받아오며 쉽사리 '반짝' 하고 사라지지 않으리라 기대를 모았는데요.


  「회색단지」 이후 성인이 되어 독립한 뒤 서울에 상경하고 본격적으로 '전업 래퍼'로서 세상에 홀로 던져진, 각자의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돈'이라는 목표로 달리는 경쟁 사회에서 그는 어떤 나날을 지냈을까요?


  수많은 영화적 장치와 사운드 복선, 함축적이고 시적인 가사를 쓰면서도 직관적이고 날 것의 공격성을 표출하는 그의 모습은 본래 하얀색 털을 가졌던, 이제는 가래침과 담뱃재, 자동차의 매연과 관계의 단절에서 얻은 흉터로 얼룩진 괴물이 되어있었습니다.


너는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냐?
ㅠㅠ


  그의 실험적이고 몰아치는 특유의 사운드는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만 취향에만 맞는다면 지금이어도, 과거였어도, 혹은 미래에 올 청춘을 위로받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싶습니다.




I

아프니까 청춘이다

・ 지독하게 엮였고, 엮인 것들은 지독하다



  앞서 말했듯 공공구의 'ㅠㅠ'는 전업 래퍼로서 서울에 상경해 사랑과 이별, 궁핍함과 상처를 돌아보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앨범 흐름은 다음처럼 꽤나 선형적이고 평범한데요.

연인과 헤어진 화자 -> 자신의 결핍에 대한 회상
-> 스스로의 결핍을 이해함과 동시에 되돌릴 수 없다는 깨달음
-> 불안한 직진을 다시 이어나가는 화자


  첫 트랙 '괴물'은 이후에 나올 트랙들 속 가사나 나레이션, 장치가 혼잡하게 샘플링되며 약하게 들려오는 괴물의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1 괴물

안녕하세요
2020년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입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다시 안녕하세요
큰 따옴표

우와
너한테
진짜가 진짜가 진짜가
시간이 아깝다

Oh hello
오 안녕
and why
그리고 왜
Why is everything meaningless?
왜 모든 게 의미 없어?
So I'm meaningless too?
야 그럼 나도 의미 없냐?
I don't mean nothing?
난 아무것도 아니야?     


  얼핏 헛소리들을 모아놓은 듯한 1번 트랙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화자 자신, 즉 괴물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크게 보면 청춘의 불안감과 나이를 충분히 먹지 못해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지닌 이들을 표현하죠.


  우리는 누구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면서도 타인에게 진정으로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내면은 이토록 난잡하고 여러 개의 문장 조각이 몰아치고 있지 않을까요.


  잊을 때쯤 고개를 드는 상처의 편린이나 그것들에게 내뱉는 자기변호, 올해가 제일 춥다는 말을 듣는 매년. 이제 괴물의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2 돈 가져와

공과금을 포함한 관리비는 냈어
나머지를 마무리하려 뱉어
제대한 내 친구는 다른 사람이 돼 돌아왔어
그게 나쁜 건지 나은 건지
두고 보기엔 봐줄 사람이 없는 건지
관심이 없네 사람이 더 무섭더라


#3 돈 가져와 2

아직도 못 버리는 이젠 안 신는 신발
시간일까 집착일까
어떤 건 바뀌지 않는 한 바꿀 수 없어
커가는 희망인가 죽어갈 고집인가
폭력적인 아버지와 체벌하는 학교
방과 후 빈 운동장과 뚝방 아래 방황도
네이트온 음악도
첫 작업실 월 30 그 지하 방도
혼자였던 매일 밤과
둘이 됐던 과거가 된 날도
돈이 다가 아니더란 말은 결국 가진 게 돈 뿐인 놈들이 말하더라


  화자는 궁핍합니다. 성인이 되자 스스로 한 몸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그는 월세와 공과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와 돈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돈을 벌어댑니다.


공공구

  개인적으로 두 곡은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지만 화자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 인상에 남는 시퀀스였는데요. 작가주의적인 앨범임에도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청자가 판단할 수 없으나 자신의 고통을 혼란스럽게 사색하는, 또 그러기엔 먹고살기 너무 바쁜 한 청년의 모습이 그려지곤 합니다.


#4 집에서 짐

난 그냥 섹스가 하고 싶은 줄 알았어
지금 보니
난 그냥 사랑이 받고 싶던 거였어
네가 내 짐을 챙겨줄 때
챙기고 보니 짐도 몇 개 없다며 눈물을 흘릴 때
또 운다고 버럭 화를 내고
집을 뛰쳐나가 걸었지
그리고 또 몇 개월을 여자 팬티만 벗겨


  그는 두 번 쫓겨났습니다. 아버지가 없던 집안에서부터, 함께 살며 사랑하던 여자로부터.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두 곳과 이별을 한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집에서 짐'은 '너'로 지칭되는 이가 이별한 전 연인인지 아니면 홀어머니인지 알 수 없지만 일부러 청자의 해석에 맡기도록 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던 큰 줄기의 두 기억을 떠올린 게 아닌가 싶은데요.


  트랙 후반부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다음'이란 구절은 점점 최면에 빠지듯이 화자가 회상을 시작해 가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죠.


#5 산책

보고 싶어 미처 죽지는 않아
미친 것까지는 맞아
아무도 없는 밤에 너와 둘이 길을 걸을 때
별생각 없이 했던 말들을 네가 달달 외울 때
영어로 괜히 love
한국어론 간지러


  화자는 방금과 반대로 제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앨범 중 유일하게 화자가 행복하기만 한 곡이자 전 연인과의 추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인데요.


  갑자기 등장한 러브송이라 당황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고통스러운 과거 중 집어낸 행복이기에 청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6 나방

백날 침 튀겨 논하던 건 결국 물거품 된 너의 품
부푼 사랑은 처음 브라 끈 풀 때 흩어질 거였고
어느새 X 빠지게 흔들면 서로 뒤돌아 자고
토라진 채 마음의 결핍은 커져만 가고
미움이 차면
내가 얼마나 찌질한가를 생각할 때
스스로 사랑해야 할 이유를 자꾸 까먹네
나방이 돼 나비가 돼 날아가는 꿈만 꾸다
형광등 안 다 타서 죽을까 봐
짓밟히는 느낌이 뭔지 너도 알아야 돼
알려줘야겠어


  화자회상은 진행되며 전 연인과의 멀어짐을 깨달았던 기억으로 갑니다. 더 이상 쾌락뿐만이 남지 않은 성관계와 그럴수록 더 공허해져 가는 마음. 결국 연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조차 찾지 못한 '내가 사랑받아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나비처럼 자유로이 날아가지 못하고 나방처럼 고통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타 죽어버리지는 않을지, 그러던 화자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우울을 폭력성으로 드러내며 이 기분을 너(연인)에게도 알려주겠다는 섬뜩한 말을 내뱉죠.



  결국 이는 화자가 연인으로 하여금 폭력적인 괴물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았고, 이별이라는 또 다른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가 걱정한 대로 자신의 상처를 자초한 나방의 꼴이 된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미성숙함의 표본을 잘 표현해 낸 트랙입니다.


#7 진화

꿈을 꿀 나이에 돈을 꿔
게으름은 먼 완벽주의
불완전한 나를 위한 수단이 됐어
주변에 탄식이 산소
냉소는 마치 흑사병
젊음에 가치 그마저 사서 고생
작업은 매일 해도 많이 게으른 거지 못 내면
국수 면발 뽑듯 내는 얘네 앨범은
돈 내고 들을 가치가 없지만
그 돈 없어서 못 낸 넌 계속 지고 있지
그러니까 정신
정신 차려 이 병신아


  회상을 끝낸 화자는 다시 현실을 직시합니다. 연인을 고통스럽게 하던 괴물에서 사회 속 비루한 나방이 되어 타 죽건 말건 뭐라도 해야 합니다.


  '게으름은 먼 완벽주의'라는 가사처럼 화자는 자신을 녹슬게 만드는 사회에서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살아가지만 '뭐라도 낸' 다른 아티스트들을 보며 자신의 완벽주의를 그저 게으름이 아닌가 하는 자기 비하와 각성을 다짐합니다.


#8 북극곰

이유가 많으면 핑계가 되고
핑계가 떨어지면 그게 이유가 되지
어쨌거나 여긴 늪 벗어나야만 내일
너가 내 유일한 친구야
시간 Tic Toc
그래 이해 못 하면 다 꺼져
야 북극곰 한국 오면 연락 줘 화해하자
너 진짜 보고 싶다


  8번 트랙 '북극곰'은 실제 공공구의 친구의 별명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북극곰은 공공구이자 화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유일하다시피 한 친구였으나 외국으로 유학을 갔고, 현재는 고인이 된 상태라고 하는데요.


  일각에서는 북극곰과 전 연인이 동일인물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어쨌든 결핍과 고통으로 사람들을 밀어내던 화자가 소중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는 곡이기도 합니다.


#9 헤쳐모여

애처럼 달려 달려 달려
거기로 헤쳐모여
달려 달려 달려
나는 새처럼 날아 날아 날아
지겨워진 서울
시끄러운 경쟁 다 힘겨워서
몇몇 개의 죽음은 살며 겪어야만 했던 거처럼=
그렇게들 살아
없어 특별할 건 생각은 늘고 상상은 줄어


  서울이라는 장소는 래퍼 공공구의 작업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간입니다. 가장 많은 집, 가장 많은 인구수를 차지하지만 삭막한 곳. 서울에서 월세를 사는 자신에게는 숨 막히게 시끄러운 곳이지만, 서울의 집을 사고 싶어 하는 모두의 염원.


서울

  마치 아이들처럼 헤쳐 모이며 각자 새처럼 날아오를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어깨를 비비는 퇴근 지하철에는 한숨이 가득한 것처럼요. 모든 게 높고 빽빽하지만 역설적으로 서로의 간극은 가장 큽니다. 화자는 이런 서울에서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10 뒤

너와 살던 집에서 쫓겨나
벗어 그냥 하는 거지 별 의민 없어
넌 말해 뭘 찾았는지 거칠어진 호흡
형들이 가르쳤던 방법은 어떻게 따먹는지
사랑하는 방법은 그쯤 다 까먹었으니
이제 기대를 걸면 엿 같지
하나의 전부를 거는 건 멍청한 짓
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인 걸 이제 알겠어


  '너와 살던 집에서 쫓겨나'라는, 앞 트랙에서 나왔던 구절이 재등장하며 화자는 최근 연인과 이별한 직후로 돌아옵니다. 그는 크나큰 상처를 입고 모든 것에 무뎌져가는 모습인데요.


  10번 트랙 '뒤'에서 나오는 대상은 헤어지고 재회한 전 연인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고단한 삶의 윤활제였던 쾌락마저도 마취되는, 몸을 더 많이 자주 섞지만 마음만은 더 굳게 닫히며 화자는 자조합니다. 


  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인 걸 이제 알겠다고.


#11 상담 내용

사람은 안 바뀌지
라고 말하는 너만 안 바뀌니
삶의 한 바퀴째 바퀴 채로 갈아엎고 달려
채로 걸러 바퀴벌레인 미련 알 깐 죄로 죽여
넌 너네 아빠랑 다를 게 없잖아
넌 평생 혼자야


  11번 트랙 '상담 내용'은 누군가에게 넋두리를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 대상이 과거의 자신인지, 전 연인인지 아니면 북극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끝없이 고조되는 자기혐오, 세상에 대한 분노, 화자를 바퀴벌레라고 낙인찍은 사람들에 대해 공격성을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해석했을 때 화자는 자신이자 '괴물'을 때때로 타자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한데요. 괴물이 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반발심리일 수도 있고, 또는 스스로의 추악한 면을 분리해서 바라보고 싶어 하는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고 느껴집니다.


  본 트랙에서 나오는 "넌 너네 아빠랑 다를 게 없잖아. 넌 평생 혼자야"라는 가사도 자신의 비슷한 상처를 공유하던 전 연인에게 하는 말 같기도, 혹은 자신의 아버지를 닮은 화자 스스로를 혐오하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뒤이어 재생되는 12번 트랙이자 Skit은 어떤 여성과 다투는 소리를 지저분하게 믹싱 하며 끝내 화자가 자신의 내면 속에서 그녀와의 관계를 종결짓고 갈무리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너저분한 글씨와 두서없는 문장이었지만서도 끝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13 집중

집중할 때야
아냐 여자랑 술 처먹고 나자빠질 때가
눈앞에 거품 낀 돈 때문에 눈 돌아갈 때가
기억나네 급식 때가
방과 후 담탱이와의
쓰잘 떼기 하나 없는 자존감을 깎아 먹으려던 대화
우린 들은 대로 살 수 없어 누구 좋으라고
희망은 얼마나 내게 허튼 약속을 했는가
시간은 언제쯤 날 기다렸다 태울까
우린 포기할 수 없어


공공구

  청춘의 큰 구멍에 마침표를 찍은 화자는 결국 자신에게 닥친 것들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여전히 벌기 바쁜, 자신에게 인생이 망할 것처럼 말하던 담임 선생님의 말을 곱씹으며 '누구 좋으라고 내가 들은 대로 사나'라는 오기와 집착으로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희망적인 듯하지만 '희망은 얼마나 내게 허튼 약속을 했는가'라는 가사처럼 화자는 광기에 사로잡힌 채 이럴 때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빠르게 변주되는 비트를 따라가며 뱉는 랩은 청자에게 큰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죠.


#14 마지막처럼

모습은 초췌했었어도 지금의 길로
그래 이 시절이 큰 시험이 될 거고
만점짜리 웃음으로 그때 다시 기억하며
귀여워하며 말할 수 있을 거야
비는 그쳐 마른하늘에 벼락 뒤로
크게 챙겨 떠나버리자고 빡친 거처럼
문젠 안에서부터 못 찾고
애꿎은 저 세상을 할퀸 다음
알아 밖은 낮이라지만
아직 안 끝난 나를 위한 아득한 밤에


  여전히 안정되지 않은 삶, 여전히 냉정하고 차갑기만 한 사회는 변함없지만 화자는 불안한 직진을 하기로 합니다. '북극곰'에서 나왔던 '이 비가 그치게 될까 그친다면 언제쯤일까'라는 가사를 생각해 볼 때


  '비는 그쳐 마른하늘에 벼락 뒤로'라는 가사는 어쨌든 이겨내고 나아갈 거라는 태도를 보여주는데요.


  지금의 고통이 결국 시험이 될 것이며 나중에는 만점짜리 웃음을 내보이겠다는, 바로 전 트랙의 광기를 나름대로 건강하게 소화해 낸 모습으로 보입니다.


#15 ㅠㅠ

날씨 알아보겠습니다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으로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늘 아침
올겨울 들어서 가장 추웠다고 하는데요
나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다고 생각해
나는 오빠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해
실망 안 했어
고독사하면 흔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문제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최근 2 30대
젊은 층의 고독사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 너랑 만난 거
기억에서 지울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해
그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마지막 트랙이자 앨범과 동명의 제목인 'ㅠㅠ'는 1번 트랙 '괴물'에서 난잡하게 들렸던 조각들이 제 모습을 갖춥니다. 연인으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위로와 어떻게 바꿀 수 없는 그녀와의 안 좋은 이별. 매해 추워지는 날씨.


  엔딩 크레딧처럼 1번 트랙의 모든 것이 해소되는 충격적이게 좋은 마지막입니다. 화자이자 래퍼 공공구는 2030의 고독사 뉴스, 또 자신에게 모질게 말하는 전 연인의 목소리를 등장시키며 마치 자신의 청춘은 결국 고독하게 끝날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공공구는 표현합니다. 난 이제 괴물이 아니라고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았던 괴물이 자신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마주하고 새어 나오는 눈물(ㅠㅠ)을 느끼는, 진정 괴물이 아님을 표현하는 완벽한 트랙입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청춘은 고독하게 끝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청춘을 그리워하는 것도 미성숙함과 혼란, 불안이 가득했던 그때에 나를 놓고 온 느낌이어서랄까요.


  홀로 그 자리에 선 채 내가 뒤돌아보길 기다리는 젊을 적의 나. 누구는 팔다리가 부러지고 누구는 얼굴이 뭉개진 채 하염없이 낙하하고 있는 나를 향해 미약한 공포를 처방해 주는 셈입니다.




나는 괴물일까?

  앨범 「ㅠㅠ」는 한국의 한 청년이자 아티스트인 공공구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상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결국 그러한 고통의 나열과 분노, 배설이


  현실에 허덕이는 여러 청춘들의 배출구가 되며 되려는 위로를 해주는데요. 실제로 '이 앨범을 듣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평가가 많은 것을 보면 공공구의 진솔함이 이 앨범을 더욱 빛내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냉정한 세상에서 얕보이면 안 된다는 말. 세상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출근을 하며 오로지 돈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문득 괴물처럼 느껴지지만, 모두가 모두의 눈물이 있고 상처가 있습니다.


  괴물로 태어나 괴물로 살아갈지 말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임에도 우리는 서로의 선택을 쉽게 입맛대로 매도하기도 합니다.


  오늘 출퇴근길에 우리는 몇 명의 괴물을 지나쳤을까요? 괴물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은 사실 모두가 숨을 죽여 우는 시간이지 않았을까요?


GongGongGoo009의 「ㅠ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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