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TC 훈련 (하편)

돌격 앞으로!

by 사선에서

방어작전의 수모를 대대원은 견디기 힘들어했다.

절치부심('이를 갈고 속을 썩이다'라는 의미로, 몹시 분하여 마음이 쓰린 상태) 그 자체였다.

대대는 이 수모를 공격작전에서 대항군에게 되갚아주려고 했다. 공격작전 준비 시간을 이용해서 기존의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정찰이 허용되는 지점까지 아주 깊숙이 이동하여 확인의 확인을 또 했다. 또한 전 장병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번 해보자!'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대망의 공격작전이 개시되었다. 수정된 작전 계획에 의해서 조공 부대인 우측의 2중대는 적극적으로 공격하면서 대항군의 방어 전면 돌파를 시도했다. 2중대의 임무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양공과 견제를 실시하여 대대의 주공인 1중대 방향으로 방어력이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중대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진출을 잘하기 시작했다. 철옹성같이 지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대항군의 방어진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대 첩보수집 부대로부터 대항군 예비대가 우리 2중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대대의 계획대로 아군의 조공 방향으로 대항군의 주방어전력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대는 주공인 좌측의 1중대를 기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닌 은밀하게 침투식 기동을 통해 최소한의 교전으로 대항군의 종심까지 공격하는 것이 임무였다. 초반부의 기동로가 매우 험난한 지역이었기에 대항군과의 교전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항군도 그곳으로 공격부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중대장의 보고가 들어왔다.

"확인점 #32 확보 완료. 대항군 1개 소대(-)와 교전하게 되어 포위 및 격멸하였음. 계속 공격하겠음"

스피커로 송출된 1중대장의 보고는 대대 지휘소 구성원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대대 정면의 좌측과 우측 모두 공격이 잘되고 있었다. 대대 지휘소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어작전의 수모를 갚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대대는 적극적인 화력지원을 통해 선두에서 진출하는 부대의 공격 여건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대항군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만들어 공격부대가 질풍처럼 달려나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다. 1중대장의 무전이 들어왔다.

" 확인점 #34 확보 완료, 대항군 2개 분대 격멸했음. 현재 대항군 중대(-)와 교전 중. 중대는 전투력 85% 유지하고 있음. 이상!"

좌측 1중대가 교전을 최소화해서 종심까지 침투하는 것을 계획했지만 대항군 배치 간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촘촘했고 이로 인하여 교전이 발생한 것이었다. 대대장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전 송수화기를 들고 2중대장을 찾았다.

"귀소, 현재 대항군 예비대를 식별하고 있는가?"

"예비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교전하는 인원이 증강되었다고 생각됨"

대대장은 참모들과 토의를 시작했다.

"상황 판단을 해보면, 첩보수집 부대로부터 대항군 예비대가 우측 2중대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보고한 후 4시간이 경과된 상태에서 2중대장은 우측에 대항군이 증강되었다고 한다. 이는 대항군이 2중대 방향으로 역습을 시도하거나 증원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좌측의 1중대 방향은 우리가 전투력 우위의 상태에서 진출 속도가 발휘되고 있다. 따라서 2중대가 대항군의 예비대를 지금처럼 고착 / 견제를 잘해준다면 1중대가 조성한 간격을 호기로 활용, 우리 예비대인 전차와 3중대를 투입하도록 하자!"

작전과장은 단편 명령을 작성, 각 중대에 하달하였다. 곧이어 대대 지휘소 인근에서 우렁찬 전차 기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대 지휘소 구성원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대항군의 방어지역을 우리 전차가 유린하는 상상을 하니 나 역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대대 예비대가 투입된 지 얼마 후 전차 소대장으로부터 무전이 들어왔다.

"현재 전차 소대는 공격대기 지점에 위치하고 있음. 방어작전 때 우리를 죽인 대항군을 철저히 격멸하겠음. 현 시간부로 공격을 개시하겠음. 전차! 공격 개시!"

우렁찬 전차 소대장의 무전은 믿음직하면서 결연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어작전 때 작전을 해보지도 못하고 모두 파괴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그 억울함을 일거에 다 털어벌일 기세가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갑자기 전차 소대장의 무전이 스피커를 울리기 시작했다.

"전방 적 발견! 포수 고폭탄 1발! 준비되면 사격 개시"

전차 소대장이 무전기 스위치를 외부망으로 해놨는지 사격을 지휘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무전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전방 밀접 부대! 기관총 사격 개시! 다다다 다다다다~~~ 전차! 돌격 앞으로!!!!"

많은 대항군을 식별했는지 엄청난 화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1중대장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지금 중대 뒤쪽으로 갑자기 전차가 나타나서 1소대를 공격하고 있음! 확인점 #21지역임. 화력지원 바람!"

'이게 무슨 소리야? 전차 소대가 대항군을 발견해서 사격을 하고 있는데 1중대가 전차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혹시 대항군의 전차가 1중대 방향으로 투입된 걸 우리가 식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대대 지휘소는 상황 판단을 위해서 두 가지를 병행해서 조치했다. 먼저 1중대장이 요청한 확인점 #21에 대한 화력지원 준비와 전차 소대장에게 무전을 했다.

"전차 소대장! 귀소 현재 적을 공격하는 게 맞는가?"

"꼭 맞음! 현재 사격하고 있는 적 진지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육안으로 식별됨!"

"현재 전차 위치가 어디인가?"

"잠시 대기 바람!"

잠깐이 정적이 흘렀다.

나는 내가 상상하는 상황이 아니길 바랬다.

"현재 위치, 확인점 #21임!"

아!............

그렇다. 전차 소대장이 공격한 부대는 좌측 우리 부대인 1중대였다. 전차 소대장은 흥분한 나머지 1중대를 대항군으로 오인했던 것이다. 또한 오발이 명중이라고 했던가? 무슨 사격을 그렇게 잘했는지 1중대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전투력이 50%까지 급감해 버렸다. 더 이상 효과적인 공격이 제한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공격 의지는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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