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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Apr 01. 2023

혼자가 되기 싫었지만 결국 혼자가 되었어.

이 글을 쓴 사람의 성별은 남자입니다.

 난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혼자인 게 싫었다. 초등학생 때를 떠올리면 혼자 다니는 애들은 주로 따돌림을 당하는 애들이었기에 그렇게 되기 싫어 애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려고 했다. 하지만 같이 다닌다는 것은 그 애들과 대화를 필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하게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장난 같은 걸로 시작해서 서로를 공격하며 화를 돋우고 감정이 상해진 다음 욕을 뱉으며 끝까지 갈 경우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싸움이 정말 싫다. 키는 평균이지만 체격 자체가 왜소하고 말랐으며 주먹이 크지 않고 팔목도 얇은 등 내 신체 조건은 싸움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걸 내 자신이 알고 있다. 초등학생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신체 조건이 이렇기에 난 절대 싸움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안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어떤 순간에는 이것 때문에 비굴한 상황도 맞이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난 혼자가 되기 싫어 애들과 같이 다니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거치면서 몇 번의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애들과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게임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영화관도 가고 밥도 먹고, 다 할 수 있는 건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니까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이전의 친구들이 점차 사라졌다. 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니까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이전의 친구들이 점차 사라졌다. 또 대학교를 가면서 평생 간다던 고등학생 친구들이 그래도 이전의 초, 중학생 친구들보다는 남아 있어서 약간의 안도감이 있었지만, 군대를 갔다 오고 시간이 지난 후 역시나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같이 다니긴 했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들은 이미 동네 혹은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에게 더 마음이 있던 것처럼 보였다. 물론, 대학교에서 만난 애들이라도 정말 친하게 지내고 같이 놀러도 가는 애들이 있긴 했지만 난 아니었다. 내가 대학교에서 만났던 애들 대부분은 학교 내에서만 다녔다. 그래도 몇 명은 따로 시간을 내서 밥도 먹고 어디도 가고 그랬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만남도,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 후 지금까지 대학교에서 만난 애들 중 연락하는 애들은 아주 가끔씩 안부 인사를 하는 두 명 정도 제외하고는 한 명도 없다.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거나 좋은 관계를 쌓으며 지내고 있지만 당연히 사적으로는 거의 만날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 보내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안 생기도록 지난 몇 년간 많은 노력을 했다. 내 옆에 친구들이 있을 수 있게 친구들과 먹는 자리이든 술을 마시는 자리이든 어디를 가는 자리이든 안 빼고 갔었는데, 결과는 난 혼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혼자인 삶이 싫은 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삶에 적응했고, 불과 3 ~ 4년 전만 해도 친구가 없다는 게 힘들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고 오히려 편해졌다. 하지만 친구가 없다는 게 언제 제일 힘드냐면 남들과 얘기를 하는 순간일 때이다. 난 항상 조용하고 있으려고 하지만 남들은 나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 "주말에 뭐 했어?", "좀 있으면 연휴인데 놀러 어디 안 가?", "여자 친구 있어?" 등 자꾸 누군가와 함께했던 이력을 물어본다. 계속 회피를 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시한폭탄처럼 언제 들통날지 모른다.



 결국 혼자가 되어 혼자인 삶이 편해졌음에도 남들의 시선엔 혼자인 걸 티 안내는 게 점점 버거워진다. 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분명히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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