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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Apr 02. 2023

다시는 취미에 관한 모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 글을 쓴 사람의 성별은 남자입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혼자인 생활에 외로움을 갖고 있었다.(이전 글 '혼자가 되기 싫었지만 결국 혼자가 되었어.' 참고) 그런 외로움을 채워 줬던 건 나의 취미 생활이었다. 나의 취미는 영화 보기, 여행 가기, 축구 보기까지였는데 몇 년 뒤에 농구 보기까지 더해지며 총 4가지의 취미를 갖고 있었다. 여행 가기는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자주 할 수는 없었고, 축구와 농구 보는 것도 역시 정해진 시간에 하기 때문에 맨날 즐길 수 없는 취미 생활이었다. 그러면 남은 건 영화 보기, 이건 마음만 먹으면 맨날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취미 생활이었다.



 단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영화를 본 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는 줄곧 좋아했었고,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니 학창 시절 때보다는 시간 여유가 있어 더 많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혼자 갖고 있기엔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이 생각과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를 하고 싶었고, 그 영화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SNS에 가계정을 만들어 내 영화를 기록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영화 모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 했지만 사람들이 내 글이 별로인지 좋아요만 누르고 계속 모든 게시물에 댓글이 달리지는 않았다.(현재 브런치처럼) 그래서 나는 영화 모임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나는 총 두 번의 영화 모임에 들어갔었다. 첫 번째는 한 20명? 30명? 에 육박하는 수의 모임이었다. 약 1년 정도 있었다. 그 모임의 방장이 SNS에 오픈 채팅방 링크를 올렸고, 난 그걸 통해 첫 영화 모임에 참여했다. 낯선 사람들이 우글 거리는 곳이라 그런지 성격 상 먼저 말을 하거나 내가 원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은 것 같아서 채팅방에 나가지 않고 계속 있었다. 거기서 영화를 주제로 얘기를 하기도 했고, 토요일 저녁마다 한 영화를 골라 동시간에 그 영화를 재생시켜 같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채팅방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재밌을 것 같았지만 몇 번 그렇게 하니 참여를 안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결국엔 그렇게 안 보는 걸로 끝이 났다.



 그거 말고는 그 사람들과 영화적으로 깊은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기들의 일상 얘기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자기들의 자랑 거리라 생각되는 것들을 채팅방에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말로는 "멋있어요", "부러워요"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절대 그러지 않았다. 왜 이런 데서 저런 것들을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은 남이 말한 영화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입시키려다가 싸움이 났고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 후, 그 사람은 사과를 하고 나가게 되었다.(나중에 이 사람은 또 등장할 예정) 그래도 모임은 계속 이어졌고, 그 후부턴 나도 말을 잘 안 하면서 있다가 나하고 그나마 친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나가자 나도 같이 나갔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영화 모임이 끝이 났다. 이 영화 모임에서 사람들은 영화 이야기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방장이 무슨 자기들끼리 영화를 찍자고 그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현재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는 단 한 명도 SNS에서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여느 때와 같이 SNS에 글을 올리는 중이었다. 그때, 영화 모임 참여 관련한 글을 보게 되었다. 그때에도 난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영화를 주제로 공유하고 싶었기도 했고, 그 글을 올린 사람이 바로 이전에 영화 모임에서 싸우고 사과하고 난 후 나갔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알고 있는 분이었기에 바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 사람이 오픈 채팅방 링크를 주면서 두 번째 영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역시 낯설었고 서먹서먹했다. 그래도 조금씩 친해지고 있었지만 말 수가 적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잘 안 해보던 터라 말을 많이 할 수 없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의 시간이 지난 후 또 몇 명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전 모임과는 달리 확실히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 건 좋았다. 그러나 이 모임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방장의 입김이었다. 자기가 이 모임을 만들었고 방장이라서 그런지 말을 점점 함부로 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누군가 A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근데 그 방장이 그거에 대해 공감을 아예 못하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감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취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최소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에 대해 이해는 못할망정 존중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게 없었다.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게 싫었어" , "별로야" 이런 부정적인 말들을 자신의 기분대로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도 수긍하거나 오히려 왜 재미없게 봤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런 광경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티를 안 내야지'라고 말이다.



 물론, 방장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같이 밥 먹으러 갈 때도 있었고 자기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는 좋다고 느꼈지만 제일 중요한, 영화 모임에서 영화에 대해 존중이 없는 게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누군가와 영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또 거기 몇 명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도 있었기에 계속 모임을 이어 나갔다.



 시간이 지난 후, 나도 이제 그 사람들과 이전보다는 친해졌기 때문에 말을 좀 하는 편이 되었다. 그래서 경계선을 좀 풀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말을 했는데, 여기서 잘못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A 감독을 좋아한다고 하니, 왜 그런 감독을 좋아하냐고 되묻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를 설명을 했지만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거기엔 장난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참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또 얘기를 하기가 싫어졌다. 이제는 방장뿐만 아닌 다른 몇 명 사람들도 나를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때 화를 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이 웃고만 있거나 그렇게 기분 나쁜 티를 안 내니 사람들이 더 그런 것 같았다. 그다음부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A 감독을 언급하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그 사람들의 말엔 짜증 나는 점이 몇 개 더 있었다. 나한테 나의 부모님도 하지 않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친구 빨리 사귀어야 해", "왜 안 사귀고 있어"와 같이 나의 사생활에 간섭을 하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아니 지들이 뭔데 그런 말들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점점 이 모임이 친목 모임처럼 되어 가면서 영화 얘기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또 영화보다는 굿즈 얘기에 이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방장을 포함한 몇 명은 주식 얘기, 뉴스 및 화젯거리 얘기, 집값 얘기, 사업 얘기 등 영화와 관련 없는 얘기들을 지껄여 놓는 게 별로였다.



 나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사람들이 한도 끝도 없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 거에 또 이번엔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몰아갔을 때였다. 나이가 많으니까 뭐라 못하고 있다 보니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따로 개인 채팅으로 그만 좀 해달라고 정중히 말했지만 계속했다. 그리고 내가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나를 그딴 사람으로 몰아갔다. 그래서 나는 참고 있던 화를 표출했고, 욕도 하고 싶었지만 욕을 하지 않는 선에서 말을 한 뒤, 몇 년 동안 이어온 영화 모임에 나갔다. 그렇게 나가자 괜찮다고 생각했던 몇 명은 자신들이 그렇게 말을 한 거에 사과를 했지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 이상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기도 싫었고, 영화를 주제로 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싫었다. 다시는 그 사람들과 말도 섞기 싫고 보고 싶지도 않다. 평생 안 봤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잘 나왔다.



 일련의 경험으로 나는 이제 더 이상 영화 모임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영화 및 취미 생활에 대한 기록을 적는 거에 만족할 것이다. 누가 내 글을 읽든, 글도 안 읽고 좋아요를 누르든 상관이 없다. 그저 내 글에 반응을 하면 나는 그거에 맞춰 답변을 줄 것이고, 나 역시도 내가 흥미롭게 읽은 글에 반응만 하면서 내 취미 생활을 이 브런치에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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