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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Apr 11. 2023

액션과 퀴어, 둘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치다.

영화 <길복순>(2023) 간단 리뷰

[영화 길복순 정보]


  사람을 죽이는 유별난 직업을 갖고 있는 엄마와 이성보다는 동성에게 더 끌리는 취향을 갖고 있는 딸. 엄마는 엄마의 일로 바쁘고, 딸도 딸의 세계에서 살아가느라 둘은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엄마와 딸이 각각 중요한 상황을 맞이하고, 잘 해결되어 둘의 관계는 원만해졌다. 어떻게 이렇게 밋밋하게 끝낼 수 있는가.






<길복순>(2023) 스틸 컷


 이야기는 단순하다. 길복순이라는 여자는 길재영이라는 학생의 엄마이자 청부살인 업으로 가진 사람이다. 길복순이 다니는 회사 'MK ENT'에서 길복순은 가히 레전드라 불릴 정도로 경력이 엄청나고 한 번 받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프로이다. 그런 프로가 이제 안 좋아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에 은퇴를 선언한다. 그 회사 대표인 차민규는 길복순을 지금의 킬러로 키운 사람이기도 한다. 그는 길복순에게 재계약을 부탁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마지막 일을 하러 간다. 그러다가 그 일이 길복순답지 않게 감정에 휘둘려 실패로 돌아가고, 이는 다른 회사들과 엮어 있어 큰일이 되어 버린다. 졸지에 다른 이들이 그녀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찾아 오지만 그녀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러던 중 딸이 이성보다는 동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며 머리가 복잡해진다. 예전 같았으면 딸을 나무랐을 텐데 성장한 길복순은 딸에게 따뜻하게 대해준다. 딸도 엄마의 마음을 알았는지 더 이상 이전처럼 쌀쌀맞게 굴지 않는다. 이제 회사 일을 마무리하러 간 길복순은 차민규를 죽이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다. 청부살인을 하고 있는 길복순이 애를 키우면서 그런 무서운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서 일상에선 평범한 워킹맘처럼 살고 있다는 게 말이다. 이런 설정까지는 괜찮았으니 남은 건 액션인데, 액션이 뭔가 밋밋했다. 이렇게 폭력적인 액션은 빠르고 역동적이고 짜릿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길복순>(2023)에선 그런 점들이 약했다. 길복순하고 여럿이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뭔가 딱딱 맞아 들어가는 액션 때문에 예상이 가능해져서 그런지 아쉬웠다. 여기에 차민규 액션도 영 밋밋해서 아쉬웠다.



 아쉬운 액션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걸 감독이 인지한 건지 새로운 설정을 하나 더 추가한다. 바로 '퀴어'이다. 딸이 알고 보니 여자에게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여학생과 키스도 하면서 그걸로 약점에 잡혀 버렸다. 그런데, 한 남학생이 그 약점을 다른 애들에게 퍼뜨리는 대신 자신과 한 달만 사귀자고 하면서 말하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길재영은 그 남학생의 목 주변에 칼(가위?)을 찌른다. 이런 심각한 상황까지 갔으니 딸에게도 뭔가 큰일이 발생하겠거니 싶었는데 이대로 별일 없이 흘러가고 다시 영화는 길복순에 집중한다. 그렇게 쭉 흘러가다 마지막에 다시 '퀴어'를 언급하는 딸의 돌발적 행동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렇게 애매하게 '퀴어'를 사용할 거면 차라리 사용하지 않는 게 나아 보인다. 아니면 저렇게 딸에게 누군가 협박을 해도 딸은 굴하지 않고 그 여학생을 만나서 끝까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그림이 더 나을 것 같다. '퀴어'를 이런 식으로 소비한 점도 아쉬웠다.



 이번 <길복순>(2023)을 통해 변성현 감독의 작품을 처음 봤는데, 소재나 몇몇 시도는 좋은데 선택과 집중을 잘했으면 더 재밌게 봤었을 것 같다. 길복순과 차민규라는 인물이 워낙 매력이 있어서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들었고, 중간에 차민희라는 인물도 빌런 역할을 잘하다가 막판에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해서 약간 아쉬웠다.






별점 :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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