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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Apr 12. 2023

흐릿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다.

영화 <물 안에서>(2023) 간단 리뷰

[영화 물 안에서 정보]


 재능이 있어도 욕구(열정)가 없으면 절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는 것. 분명 나는 영화를 찍고 싶은데, 나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욕구(열정)가 없으니 그럴 수가 없다. 점점 흐릿해지는 나의 목표. 나 자신도 흐릿해지고, 이걸 보고 있는 관객들도 흐릿하게 보인다.






<물 안에서>(2023) 스틸 컷


 이야기는 단순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제주도로 와서 영화를 찍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모든 화면이 아웃포커싱이 되어 있다. 즉, 모든 화면이 흐릿하게 보인다. 영화를 그동안 많이 봐왔지만 이런 독특하고 섣불리 시도하기 쉽지 않은 설정에 처음엔 놀랍기도 하면서 흥미로웠다. 그렇게 사전 지식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는데, 홍상수 감독 영화 특성상 큰 재미가 하나 사라진 느낌이었다. 배우들의 대사만 들리고 세밀한 표정 및 행동은 잘 보이지가 않으니 아쉬웠다.



 한 남자는 감독으로서, 자신이 그동안 번 아르바이트비를 모두 사용하여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전재산일 수도 있는 만큼 목숨을 걸면서 찍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느릿느릿하게 촬영이 진행되고,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를 찍으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었다. 감독은 고민을 하고 계속 곱씹으면서 신중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즉흥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여자에게 감명을 받아 그 인물을 여자에게 연기하도록 지시한다. 과연 이 감독이 욕구(열정)가 있어 영화를 찍으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마치 흐릿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관객들처럼 감독 자신의 목표 역시 흐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중간에 한 여자가 밤에 들었던 "정신 차려!"라는 말은 감독한테 하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흘러가고, 돈도 나가는 상황에서 진전이 없는데 별생각 없이 느리게 영화를 찍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제주도가 좋아서 묵고 있는 숙박 관리인에게 여기서 살려면 얼마 정도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도 정신을 차리는 게 필요해 보였다.



 홍상수 감독의 이번 <물 안에서>(2023)는 최근 이전 작품들인 <탑>(2022), <소설가의 영화>(2022), <당신 얼굴 앞에서>(2021)에 비하면 너무도 아쉬운 작품이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며 신선함과 충격을 줘서 그런지 이번에도 독특한 설정으로 앞선 것들을 느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하성국의 재발견, 새로운 얼굴 김승윤의 등장은 좋았다. 하지만, <인트로덕션>(2021) 때도 느낀 거지만 신석호와 하성국 두 명이 메인으로 가는 영화는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별점 :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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