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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딜라 Mar 22. 2024

넌 삶이 뭐라고 생각해?

마리와의 오후

마리가 뜬금없이 물었다. "넌 삶이 뭐라고 생각해?"

"삶?" 갑작스러운 말에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어려서부터 궁금했었어. 삶이 뭔가? 근데 어느 그루의 말이 마음에 들었지. [삶은 시간과 에너지다.] 심플하면서 딱 맞는 말이지 않아?


"아! 그렇네!" 그녀의 질문이 내 생각을 자극했다.


마리가 한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나에게 자신의 러블리 스코피를 주고 싶다고 어제 오후 우리 집에 온 페낭토박이 67세 마리, 여유롭게 페낭행 게이트에서 보딩을 기다리던 어느 날, 갑자기 보딩 게이트가 바뀌는 바람에 대화가 시작되어, 이렇게 콤푸차를 만들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어있는 지금 우리. 이런 기억들이 모여 나의 삶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기뻐했던, 잠자리에서 떠오른 글감이 사라질까 남편 몰래 일어나 신나게 글을 쓰던, 공모전 응모를 해보겠다고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글 10편을 완성하던 그 열정은 어디로 갔나! 독자들이 나의 글을 기다린다는 [브런치 글 발행] 독려 알람. 메시지를 처음 받았을 때 심장이 쿵! 뭔가 거창하게 쓰고 싶은 마음에 미뤘고, 두 번째 날아올 때는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하루 날 잡아서 써야겠다며 핑계를 찾았으며,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흥미롭게도 브런치 알람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번에는 다른 멘트이다. 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삶이란 재미난 것이다.


거창하게 하려다 머뭇거리고, 바쁘다고 미루고, 제대로 못할까 봐 겁나서 멈춰 세웠던, 그때 멈춰 세우지 않았다면,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어떤 형태로든 아름답게 태어났었을 나의 많은 순간과 기회들. 나의 그 가여운 미출생 순간들을 추억하게 만든, 기억해두고 싶은 마리와의 어제 오후.


'삶이 뭐냐고...?

삶은 기억이야.

어떤 기억들이 삶이라는 앨범에 모아질지는 사실 내가 결정하는 거더군!'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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