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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호 아침햇살 톤

삶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by 그린딜라

루오미부부를 만나러 페낭섬에서 2시간 떨어진 타이핑에 왔다. 페락(Perak) 주에 위치한 타이핑(Taiping)은 페낭섬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 조용하고 쾌적하다고 했다. 아침 일찍 집 근처 호수로 산책을 왔다. 전날 밤에 도착한 터라 집 앞에 호수가 있는지도 몰랐다. 호숫가에 들어서는 순간 말레이시아인들이 왜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라고 말했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한 폭의 그림 같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거였어!'


호숫가를 뺑 둘러 레인트리(Rain tree) 산책로가 있고, 장년층이 확실히 많기는 하지만 남녀노소 걷거나 뛰면서 자신만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웅장한 레인트리(Rain tree) 산책로를 걸으니 그림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어젯밤에 비가 와서일까! 유난히 공기가 상쾌했다.


이 타이핑호수는 원래 주석 광산 채굴로 남겨진 폐광이었는데,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개발로 아름다운 호수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백 년이 넘은 레인트리는 한 그루에 100만 링깃(약 3억)이 넘는다고 한다. 럭셔리 산책로를 걸으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백로들도 한가로이 자신들의 아침을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백로를 동네사람들은 참새를 보듯 익숙하다. 멀리서 인도 아저씨가 내 쪽으로 걸어온다. 저분은 어떤 인생길을 걸어왔을까? 어떤 길을 걷고 있나? 그 걸음을 보는데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삶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은 고요했다.

그러다 인도아저씨 뒤로 비치는 빛줄기에 내 시선이 멈췄다. 톤이 너무 아름답다.


'톤(Tone) 이야!'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인구대비 말레이, 중국계, 인도계, 이 세 민족이 주류사회를 이룬다. 특히 말레이인은 정치를, 중국계는 경제를 중심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의 견해는 인도계는 기회의 문이 좁고, 심지어 차별을 당한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물론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도 자신들이 말레이인들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인도계는 중국계 보다 더 불리하다는 뜻이다.


불리한 환경, 부당한 대우, 언제나 반갑지 않다! 다행히 다리아의 가족이 난민신분을 인정받아 스웨덴 거주허락을 받았기에 다리아는 깨어나 새 삶을 살게 되었지만, 제2, 제3의 다리아가 모두 그들이 바라는 환경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현실이다. 조그만 스크린으로 접하는 세상에는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갓생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그래, 환경 탓 하는 것은 루저들이나 하는 거야! 화살은 또 다른 곳으로 향한다.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녀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왜 충분히 긍정적이지 않느냐?", "왜 충분한 의지력이 없느냐?"라고 질책한다. 힘든 상황 때문에 이미 진이 빠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죄책감 보너스까지 더해준다.


인도 아저씨는 계속 발 밑을 보며 걸으셨다. 아마 맨발이라 돌부리에라도 부딪칠까 조심스러운 걸음을 내딛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잠시 멈춰 고요하지만 찬란한 아침 빛줄기를 사진에 담았다.


"나도 톤관리를 해야겠어"


화장을 할 때 화사한 톤으로 할 건지 어두운 톤으로 할 건지 신중히 결정한다. 톤이 분위기를 만들고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니까! '그래, 오늘 내 삶의 톤 정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으리라!' 타이핑호수의 아침 햇살 톤을 나의 마음 팔레트에 담아두어야지!


루틴대로 아침에 잘 일어나서 운동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해도 누군가 나에게 언짢은 말투나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 그 순간 내 마음속 따사롭던 빛줄기는 금세 얼음같이 차가운 바람 한 줄기에 기운을 잃는다. 순간 나는 생각한다. '대응해?', '잠깐! 그러면 금세 상대의 우중충한 톤에 물들어 버리게 될 거야!'


서둘러 [타이핑호수 아침햇살 톤]으로 상처 입은 내 마음 위에 살포시 덮어주리라!

나의 유한한 오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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