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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07. 2024

필기도구의 변천사

몽당연필에서 핸드폰까지

'필기도구의 변천사'라고 하면 고대에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 우리 조상님들이 닥나무로 만든 한지, 붓 등 거창한 역사 서술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용해 보았던 필기도구에 얽힌 추억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 국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모든 아이들이 코 닦는 손수건과 명찰을 겹쳐서 가슴에 달고, 연필과 책보따리를 등에 메고 학교에 갔다. 손수건은 당시 코를 훌쩍거리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신입생들의 필수품이었고, 가방이 없으니 책과 필통을 보자기로 둘둘 말아 등에 메고 등교했다. 책보따리를 등에 메고 뛰면 필통 안에 있던 연필이 "달그락달그락"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품질이 좋지 않았는지 연필심이 잘 부러지고, 글자가 흐릿해 연신 혓바닥에 침을 발라 가면서 썼다. 물자절약을 강조하던 시기이고 우리 집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으니, 아버지가 못쓰는 볼펜 몸체(하얀 파이프)에 몽당연필을 끼워서 깎아 주셨다. 아버지는 깎는 면을 길고 예쁘게 깎아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연필 깎는 솜씨가 좋으셨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면 모나미 볼펜을 썼다. 새 교복을 입고 볼펜을 사용하면서 비로소 중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살아오면서 기술의 발달로 필기도구도 빠르게 변화했지만 종류만 많아졌을 뿐 모나미볼펜은 아직도 쓰고 있으니 최장수 필기도구인 것이다.



군생활은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자리에 배치되었다. 당시 통신수단은 손잡이를 돌린 다음 수화기를 들고 교환을 거쳐야 하는 유선전화가 거의 유일했다. FAX가 나오기 전이니 문서 유통은 TT(텔렉스)를 이용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전언통신문'이라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한쪽에서 전화로 공문서 내용을 불러 주면 상대방이 받아 적은 후 양식에 맞게 백지에 볼펜으로 쓰면 공문서가 되었다.  



제대를 하고 공공기관에 취업이 되어 첫 직장에 출근하니 사무실에 수동식 타자기 1대가 있었다. 상고는 주부타(주산, 부기, 타자)가 필수이지만 인문계를 졸업한 나는 신입교육을 받을 때 한 시간 남짓 타자기를 만져본 것이 전부이니 작동 방법만 조금 아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상사가 메모한 내용을 주면서 타자를 치라고 하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못한다고 할 수도 없어 손가락 2개 독수리 타법으로 떠듬떠듬 문서 한 장을 겨우 완성했다. 그때 상사는 내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을 보았을 텐데도 그 후로도 계속 시키니 연습할 틈도 없이 독수리 타법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요즘은 핸드폰 위에서 독수리 부리 1개가 "다다다" 춤을 춘다)



몇 년이 지나자 수동보다는 글씨가 예쁘고 깨끗하게 찍히는 전동타자기가 나왔다. 5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타자기가 2대밖에 없으니, 볼펜으로 백지에 초안을 잡은 후 타자기로 문서를 적성했다. 독수리 타법 속도가 무척 빨라지는 계기가 있었는데, 약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1주일 내내 타자로 쳐서 만들었다. 그 이후에는 타자 치는 것을 보던 민원인이 "타자를 정말 빨리 치시네요?" 했다. 속도가 늘기도 했지만 전동타자기는 한 템포 늦게 글자가 찍혀서 "다다다다" 소리가 멈추지 않았으니 더욱 빨라 보였던 것이다.



또다시, 몇 년이 흐르니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아서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안 나는데 인쇄기 글자체가 찍히는 워드기계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1인 2PC(업무용, 인터넷용) 시대가 되었다. 전화기도 무거운 핸드폰에서 점차 크기도 작아지고 SMS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MMS라고 하여 글자수에 제한이 없지만 SMS는 띄어쓰기 포함 160자 정도까지 밖에 쓸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요 사항이 있을 때 기관장에게 신속히 메시지 보고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 근무를 했는데, 급하기는 하고 보고서 내용을 160자 이내로 압축해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자수 제한이 없는 MMS가 나오고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음성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 그램 등 문자사용이 더 많아졌다.



이제는 집집마다 1대씩 있던 컴퓨터는 사라져 가고 태블릿과 핸드폰이 컴퓨터와 노트를 대신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태블릿을 사용할 일은 없고 핸드폰 메모장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처음 핸드폰을 사용할 때는 자판 사용이 무척 어색했는데 이제는 컴퓨터 자판보다 훨씬 편해졌다. 몽당연필에서 볼펜,  타자기, 컴퓨터, 핸드폰으로 글자를 쓰고 전달하는 수단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필기도구가 나온다고 해도 하얀 종이위에 볼펜으로 꾹꾹 정성을 담아 써 내려가는 편지만큼 정이 느껴지는 필기도구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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