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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Feb 23. 2023

영화 <시작은 키스 > 그녀 안 두개의 방

죽음은 망각의 허울을 쓰고 있는것같지만 실은 그 어떤 생명의 베일보다..

사람이 남긴상처는 또다른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그것이 가능할까.


또 하나는 배우자나 친족의 죽음이 남기는 존재를 뒤흔드는 충격과 슬픔, 남겨진 자의 이상징후,이상행동들은 '정상'으로 본다는 의학적 소견이다. 그만큼 그들의 상실 혹은 죽음은 남겨진자에겐 존재자체가 뒤집히고 흔들리는 커다란 충격파를 던진다는 말이 될것이다.



이야기는 신혼시절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 나탈리가 3년뒤 스웨덴인 부하직원을 만나 벌이는 자기도 모르게 저지른 키스로 인해 벌어지는 연애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드리 토투라는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직장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새워  그 공감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나탈리는 3년전 남편을 잃고 이런저런 애정과 관련된 이상징후를 보이다 3년뒤 스웨덴사람 마르퀴스라는 부하직원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느닷없는 키스세례를 퍼붓게 된다. 평소 여성의 대쉬라는건 거의 받아본일이 없는 '인기없는 남자'마르퀴스는 그 사건을 계기로 '연애모드'에 빠져들지만 나탈리는 자신이 기습키스를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그런 나탈리의 태도에 당황하고 배신감을 느낀 마르퀴스는 그녀를 피해다니고 심지어 눈조차 마주치치 않으려 한다. 그러자 오히려 그녀쪽에서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줄다리기를 서로 하는데...


둘의 이런 미적지근한 연애코드에 기름을 붓는 이가 있다. 바로 오래전부터 나탈리를 좋아한 ceo샤를이  그녀에게 다시 추근대고 , 자기에겐 눈길조차 안주면서 볼품없이 허우대만 커다란 마르퀴스를 좋아하는 나탈리가 이해가 안가고 동시에  마르퀴스에게 질투를 느껴 그를 조롱한다 . 그런 샤를에게 화가 난 나탈리는 해고를 각오하고 그의 뺨을 때리고, 그 일로 그때까지 느슨했던 마르퀴스와 나탈리는 급격히 가까워진다...



대강의 이야기는 이렇고, 딱히 메시지에 힘을 주지 않으려는 감독 포엥키노스 형제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서두에서 언급한 사별자의 그안 두개의 방에 관한 이야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하나는 죽은 배우자나 연인에 대한 꽁꽁 닫혀있는 깊고 그 누구도 침투해 들어갈수 없는 그런 방이고 또다른 방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그런 방이 될것이다. 영화는 이 두개의 방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이런저런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죽은자를 산 자가 대신 할수 있는가,하는 제법 묵직한 물음을 건넨다는 인상도 주었다.





흔히들 청춘기에 죽은 스타는 평생을 청춘의, 그 나이로 기억된다고 하고 실제로  그렇다. 우리가 제임스 딘을 파파 할아버지로 떠올리는 일이 없는것처럼.

그처럼 죽음은 망각의 허울을 쓰고 있는것같지만 실은 그 어떤 생명의 베일보다도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는 그런 절대적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인 하나는 20년전 먼저 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여태 떨궈내지 못해 새사람을 만나도 쉽게? 연애에 빠져들지 못하고 설령 어느정도 연애가 진전이 있어도 끝내는 그녀에게서 죽은 아내의 흔적을 찾아내다 여러번 파투가 나는걸 목격했다. 그만큼 사별자의 내면은 복잡하고 안타깝고 두텁다고 할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사별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또한 드러내는데, 사별자는 끝까지 혼자, '정절을 지켜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그런것이다. 나탈리의 절친인 소피마저 나탈리의 새 애인 마르퀴스를 대할때 그런 태도를 보인다. 그 외에도 나탈리가 마르퀴스와 연애를 한다는 일은 대서특필할 사건이라도 되는 양 온 사내에 퍼져나가고 그들은 틈나는대로 그둘을 '씹어대기'바쁘다..



왜 혼자남은 이는 영원히 혼자여야 하는가,라는지극히 모순적이면서도 대다수의 편견을 이 영화는 냉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ceo샤를의 존재, 즉 '질투'가 사랑의 '촉매'역할을 해준다는 클래식한 연애모드 역시 이 영화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장르로는 물론 멜러지만, 죽음뒤에 남은 자의 혹독한 내면의 풍경을 새로운 연애의 시작 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적나라하고 신랄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요약될 수 있을것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형제 다비드 포앙키노스와 스테판 포앙키노스는 형제간으로 동생인 다비드는 소설가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영화역시 다비드의 원작소설 la delicatesse에 기반하고 있다. 필자가 아직 이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봐서 그런지 소설로서의 이 작품이 어떨까, 작가의 대강의 세계가 그려지는 느낌이다.


영화<시작은 키스>감독 다비드 포앙키노스, 스테판 포앙키노스 형제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소르본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음악, 미술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 넘나들며 나름 성공한 작가,감독으로 평가 받아왔다. 언젠가 문학으로 이 작가를 접할 날이 다시 오리라 믿는다.



사랑은 무얼까, 배우자의, 연인의 죽음이란 남은 자에게 어떤 충격파와 이상징후를 남길까, 그리고 그런 산 자에게 새로운 사람은, 새로운 사랑은 가당키나 한걸까,그렇다면 어떻게 스며들고 어떤 결말에 이르는가,를 곰곰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 할수 있다.



원제  la delicatesse (2011, 프랑스)

러닝타임 108분.

감독 다비드 포앙키노스, 스테판 포앙키노스

주연 오드리 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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