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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Feb 27. 2023

영화 <falling in love >이끌림

그 감정이 새로운 방향을, 것도 운명적으로 그 길을 가려한다면...

모든 사랑이 응원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면 모든 불륜또한 싸잡아 비난받을 필요도 없다는 걸 잘 보여준 영화가 이 <폴링 인 러브>다.  각자 가정을 가진 이들의 로맨스니 물론 '불륜'인데 어째 '순정적 사랑'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었고 그래서 개봉 된 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여태 현대 미국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984년 미국 현지 개봉이나 그후 한국에서 개봉했을때 관람객으로 평가되는 성적표는  형편없었다고 한다. 로버트 드니로, 메릴 스트립이라는 20세기 기념비적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음에도 흥행에 참패한 이유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답을 조금은 알수 있을거 같다.


이 영화는 그 어떤 모이나 인간이 정한'규칙'을 뛰어넘는 인간 본연,  본능에 가까운 타자에의 이끌림을 그려냈기 때문이고, 그것은 종종  이런저런 제약에 의해 금기시되기 때문은 아닐까?



크리스마스이브 운명적 조를 하는 건축기사 프랭크와 아픈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상업미술가 몰리는 3개월후 재회하고 그들에겐 편한 친구같은 감정이 싹트지만,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들이 흔히 그러듯이 그들의 감정은 어느샌가 '사랑'을 향해 커나간다.

그러나 둘에겐 이미 가정이 있다. 프랭크에겐 원예가인 아내와 개구쟁이 두 아들 그리고 몰리는 태어난 지 5일만에 죽은 아이의 기억을 공유한 의사 남편 브라이언이 있다.

둘의 가정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자 누구도 침범할수 없는 '요새'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프랭크와 몰리의 청초한 만남은 점점 서로의 육체를 갈망하는 사이까지 발전하고 마침내 둘은 프랭크 친구의 '숨은 아지트'인 아파트에서 서로를 안으려 하지만 몰리는 마지막 순간 프랭크를 거절한다...



이 시놉만 보면 그저 그런 로맨스라고 치부할수 있으나  그렇게 쉽게 요약될 성질의 '그렇고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 비싼 두 배우들이  별  이유도 없이,그것도 프리섹스가 범람하는 서구의 한복판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멜러물에 아무 계산없이 응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 마치 숨은 그림 찾듯 영화를 탐색하게 된다.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가벼운 농담처럼 시작했던 둘의 만남이 점점 깊이를 더해가고 마침내 성숙하고 운명적 이끌림으로 작용하기까지  작가와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올렸다. 그러면서도 결코 '지저분한 치정'이 되지 않게 그럴 여지가 되는 것들을 세심하게 가지치기 해놔서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멜러물의 좋은 교본이 될만한 작품을 창조해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책과 글이 외면받듯이 사랑또한 내지진 않았나,를 역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한데 불륜이어서, 금지된 사이여서, 이래서 저래서, 우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관계와 소중한 감정들'을 피하고 비난하고 놓쳐버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황폐한 시대를 살아가는 감정이 고갈된 우리를 향한 지극히 완곡한 조롱일수도 있다."이거 봐. 이게 사랑이야."라고.



캐주얼하고 나이브한 대사며 그것을 발화하는 배우들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영화를 빛낸 요소중 하나라고 본다.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속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이어서 더더욱 친숙하면서도 애틋하고 그 사랑이 뒤틀릴때 그리도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렇게 열렬히 서로를 원한 프랭크와 몰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는 영화를 직접 보면서 확인하는게 제일 나으리라. 세월이 흘러 이 영화는 미국에서 리메이크 돼 새롭게 각광받았다고 한다.




뉴욕 맨해튼을 가로지르는 열차 안의 지극히 평범한 두 남녀의 운명적 만남과 헤어짐은 그 누가 강요하거나 등 떠밀어 일어난 일도 아닌 순수한 삶의 해프닝이자 메마른 우리 삶의 단비일수 있다. 둘다 가정있는 사람들이 사랑을 하면 그건 무조건 '불륜'인가?  우리삶이 그리도 단순한 것들로 엮여있는가...그런 의미에서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와이프여서 이혼을 택한' 프랭크의 친구를 무조건 비난 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사랑 역시 언제 변할지 모르는 감정의 영역에 속한다면, 그 감정이 새로운 방향을, 것도 운명적으로 그 길을 가려한다면 , 그 감정을 존중하고 길을 내주어야 하는건 아닐까? 무조건 '책임'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그것을 억압하려 한다면 우리 삶의 진정한 관용과 향기는 없어질 것이다.



프랭크와 헤어지고 몰리는 아버지를 잃게 된다. 장례를 치르며 그녀가 흘린 눈물은 과연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회한일까, 헤어진 프랭크에 대한 그리움일까, 둘중 어느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을까 하는 질문을 영화를 볼때마다 되풀이한거 같다.



"몰리, 지금 나가면 끝이야. 모든게 끝이라고!"

"가야해..갈거야"


다른 곳으로 떠나는 프랭크를 마지막으로 보기위해 빗속을 고 나가기 전 몰리가 남편 브라이언에게  던진 말이다. 그걸 보며 가끔은 '선물처럼 찾아온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해도 좋다는 생각을 해봤다. 세상편견이나 룰따위는 개한테나 줘버리고...



title FALLING IN LOVE (1984.미국)

러닝타임 106분

주연  로버트 드 니로, 메릴 스트립

감독 울루 그로스바드




Falling in Love (1984) - Bilib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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