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순영 Mar 01. 2023

영화 ,페드로 알모도바르<그녀에게>

그때 이래, 사랑은 속이고, 학대로 괴롭힌다는

가수인 엄마가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 내는 하이힐 소리를  들어야만 비로소 잠에 들수 있는 그 딸의 이야기를 처연하게 보여준 영화 <하이힐>을 몇번씩이나 돌려본적이 있다. 나역시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외에도 에로스와 타나토노스의 절묘한 결합을 극명하게 보여준 <마타도르> 그외 <신경쇠약직전의 여자> <내 어머니의 모든것>등의 영화들을 본거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색다르고 뒤틀린 영화들'이었던것만큼은 아스라히 남아있다.



<그녀에게> 역시 알모도바르의 특기인 '있는대로 뒤틀어 만든 영화'임은 분명하다. 도착적이고 도발적 성, 사랑이라는 의뭉스러운 감정의 철저한 해부, 강간, 무의식, 현란한 미장센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처연한 아름다움과 슬픔'이 깊이 가슴에 스며든다. 그것이 알모도바르가 현대 영화사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우연히 발레학원 소녀 알리샤를 목격한 남자 간호사 베니뇨는 그녀를 흠모하게 되고 한편 여자  투우사 리디아와 그녀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마르코는 서로가 가진 사랑의 아픔이 공통분모가 돼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알리샤, 리디아 모두 일련의 사건들때문에 뇌사에 빠지고 그때부터 베니뇨와 마르코의 그녀들에 대한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늘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속앓이를 해야했던 베니뇨는 이제 온몸을 자신에게 내맡기고 있는 알리샤에게 말을 걸고 그녀를 닦아주고 생리할땐 타월을 채워주고 그러면서 점점 사랑을 키워가고 끝내는 그녀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즉 강간을 해서 임신을 시킨다.

그러나 마르코는 더이상 자신의 성적 욕구에 응할수 없게 된 리디아를 점점 소외시키고 멀어져가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시체나 다름없는 알리샤에게 지극정성을 다하는 베니뇨를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둘은 화해하고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로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나머지 이야기는 영화를 보면서 확인하길 바란다.

사랑이라 부르는것의 정체는 혹시 이기주의에서 싹튼 도착적 도발적 성의 욕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류의 영화를 알모도바르는 자주 만들고 좋아하는거 같다. 혹자는 프랑코 사후 혼돈에 빠진 스페인사회를 대담하게 뒤틀어 표현한것이라고도 한다. 영화의 사회적측면을 언급한 것이리라.

그러나 굳이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알모도바르가 그려내는 무의식, 봉합된, 은폐된 인간내면은 차마 눈뜨고 볼수 없을만큼 엉망이고  뒤틀려있다.



영화 중반쯤에 보여지는 클로즈업된 여성의 '성기'에 한없이 작아진 '남성이 들어가는' (알리샤의 임신을 은유)신은 보는 이를 너무도 민망하게 만든다. 그것도 롱테이크로 잡아서....

그러나 사실 우린 수시로 그런 욕구에 시달리지 않는가. 그리고 그럴 대상이 없을땐 수도없이 낯선이를 범하는 상상을 한다. 즉 정신적 간음, 상상속 강간을 수도없이 하는 것이다.. 그런 인간의 솔직하면서도 치부라 할수 있는 인정하기 싫어하는, 숨기고 싶어하는 속살을 알모도바르는 여지없이 까발린다. 그것이 알모도바르의 영화세계고 기법이라 보면 될것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성장기에 수도사에게서 엄격한 카톨릭 교육을 받고 자라났고 '그것은 아더왕의 궁정에 우주비행복을 입고 다니는'것과 같이 자신에게 어색하고 지겨운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기존의 제도나 풍습에 본능적 저항감을 느끼고 그것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적나라하게 대담하게 솔직하게 그려내는 진정한 휴머니스트라 할수 있을것이다.


지인 하나는 늦은 나이에 남자를 만나 그에게 그야말로 몸과 마음, 돈까지 다 주어 사랑했는데 그 끝은 '버려짐'이었다. 남자가 그녀를 '차버린'이유는 재산이 많지 않고 육체가 늙었다는 것이다.



시체성애나 다름없는 알리샤를 극진히 보살피고 사랑에 빠지는 베니뇨를 보면서 위 지인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았다. 우리들 대부분 사랑의 방식이 저렇지 아니한가,라는 자성을 뼈저리게 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버려진 사랑에 대한 오마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pedro almodovar 1949-




title  HABLE CON ELLA (TALK TO HER), 스페인 ,2002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러닝타임 113분



페드로 알모도바르 (cine21.com), 외

작가의 이전글 영화 <falling in love >이끌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