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따로 또같이...

꿈의 세컨하우스

by 박순영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난 집을 두채 소유하고싶다. 세금낼 여력만되면. 그렇다고 내가 강남 큰손이거나 부동산 욕심이 있다는건 아니다. 예를 들어 30평 살 여력이 있으면 20평 하나, 10평 하나 이렇게 나눠서 갖고싶다는 얘기다.



글쓰는 일로 얼마간의 돈을 모았고 그걸로 18평 아파트도 분양 받았으니 나도 작가라면 작간데 나중에 집필실이나 작업실 하나정도 갖고픈건 당연한게 아닌가.

물론 지금은 홀로 살아 집이 곧 작업실이고 그 역도 성립하지만 나중에라도 남자와 산다면, 생활은 집에서 일은 다른곳, 나만의 공간에서 하고싶다.



큰집을 원하는게 아니니 욕심을 줄이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인데...

요즘 집 거래가 바닥을 치고 있어 당장 집이 나가진 않겠지만 만약 나간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수시로 사이버탐방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준공 30년된 단지 관리 사무소에 전화해서 수도배관과 엘리베이터 교체여부까지 확인할 할정도니 이만하면 할말 다 한 셈이다. "서울인데요, 그 단지로 이사할까 하는데 엘베랑 수도배관 교체했나요" 그러자 간결하게 "배관만 2021년에 교체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화를 끊는데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물론 지금 사는 북한산 자락도 훌륭하다. 사방팔방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앞에 있고 경전철도 걸어서 10분거리고, 4호선도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누군 딱히 역세권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만약 역세권, 그에 더해 초역세권이었더라면 지금 퀄리티의 공기와 낮은 인구밀도는 꿈도 못꾸었으리라...

그리고 이곳은 내생애 최초로 내가 번돈으로 '분양'이란걸 받은 그런 곳이다. 당시 난 영등포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신문광고에 난 미분양 공고를 보고 한걸음에 달려와 덜컥 계약이란걸 했고 그렇게 난 18평 신축 아파트의 주인으로 등극했다. 마흔이 다 돼 드디어 '내 집'이 생긴 기쁨이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엔 연고가 죄다 영등포쪽이어서 주중엔 그곳에서 돈을 벌고 주말이면 여기로 와서 산을 즐겼다. 산을 타고 옆동네로 넘어가 보기도 하고...18평은 나의 일종의 세컨하우스였달까... 이곳은 그야말로 배산임수, 말 그대로의 명당이라면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친구 하나는 내가 이곳을 벗어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남들은 일부러 한두시간 차를 몰고 찾는 그런 국립공원을 왜 떠나냐 하면서 미더워히지 않는다. 그만큼 괜찮은 곳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인간은 그것이 지속되고 오래되면 물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번 이주해 보고싶은 걸지도 모른다. 언젠가 썼던 보들레르의 '이곳아닌 저곳에 가면 행복'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담이지만 그 18평에 정식으로 거주한 적은 없고 계속 세를 주었고 생활은 그 옆동 조금 큰 평수에서 해왔다.그래도 이따금 세가 들고나는 텀이라도 생기면 그 며칠을 내 작업실로 꾸며 어린아이가 인형놀이를 하듯하며 나만의 공간을 즐기곤 했다.

물론 그러다 궁핍한 생활이 찾아와 헐값에 매각해버렸지만...



그렇게 집 두채를 난 다시 소유하고 싶다 . 이번에 난 아마 탈서울을 할것이고 새로 가는 그곳의 중심지가 아닌 외곽으로 빠질테니 어쩌면 조금의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년 잡고 추진하고 절약하면 자그만 원룸이나 분리형 원룸 아파트나 오피스텔정도는 살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난 생활은 좀 큰 곳에서 하고 글쓰거나 책을 보거나 일로 누군가를 만나거나 하는건 내 아지트, 즉 그 초미니 공간에서 하고 싶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혼자다. 혼자든 둘이든 외롭긴 마찬가지만 그래도 물리적 외로움만이라도 줄이기 위해 결혼을 하고 동거를 하고 그렇게 사는듯하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룰과 편견, 관습과 억압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나만의 공간'을, 굳이 버지니아 울프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런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한다. 그건 같이 사는 사람을 배반하거나 배제하는 일도 아니고 내가 나와 더욱더 친밀해지기 위한 연습, 뭐 그런거 같다. 따로또같이,의 의미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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