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정은 꽤 오래 지속됐다...
난 씀씀이가 다소 헤픈편이다. 수입이 많지 않으니 크게 쓰진 않지만 꾸준히 소비를 한다. 그러다 때로는 해외제품을 사는 경우도 있고 절반은 실패한다. 일단 최소 열흘이상의 배송기간에 그나마 제대로 된게 오면 다행인데 안그런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얼마전엔 서재에 놓을 미니 접이 소파를 하나 샀는데 박스째 들어도 가벼운게 역시 캐주얼한 시대구나, 하고는 흐뭇해하며 포장을 풀고 다리를 찾아 돌려끼우고 어디한번, 하고 앉자 엉치가 좌석 프레임에 쾅 닿는게 아닌가. 것도 싸게 산것도 아니고 거의 20을 줬으니 나로선 통탄할 일이다. 그래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어떻게든 써보려 방석도 깔아보고 별짓을 다 했지만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이런걸 사람 앉으라고 파는게 어딨어? 하면서 급기야는 중고마켓 캐럿에 내놓았다. 디자인은 어린 친구들도 좋아할만큼 깜찍 그자체였지만 목재가 느껴지는 소파를 그 누가 선뜻 산다고 하겠는가...그렇게 두어달 이상을 끌다 누군가, 엘베로 내릴때 도와주면 갖고 가겠다고 해서 판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캐럿에선 이런저런 일이 일어난다. 심지어는 로맨스까지 싹트는 모양인데 해 넘겼으니 벌써 재작년 얘기다. 엔틱소파와 엔틱 책상겸콘솔을 사들였다가 카드비를 감당 못해 한달만에 캐럿에 내놓았고 좋아요 하트는 무쟈게 받았지만 아무리 다운시켜도 가격이 있어선지 선뜻 하겠다는 이가 없었다.그래서 구매액의 거의 1/4값에 내놨고 누가 하나 하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또 반토막을 부르는게 아닌가. 장난인가, 하는데 콜하심 지금 입금하겠다고...
해서 다음날 그놈은 저어기 신당동으로 이사를 갔다.
물건을 보낸뒤 무심코 내 폰을 들여다보다 톡방에 들어가보니 새친구가 떠있었다. 누구지? 하다 홍..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전 내 물건을 가져간 그 사람이었다. 기사만 보내서 구매인의 얼굴은 보질 못했고 엔틱을 산걸 보면 중후한 장년층이려니 했던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는 30대 언저리의 아직도 젖살이 얼굴에 남아있는 통통한 볼을 가진 우수에 젖은 눈매를 가진 청년이었다.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이로 치면 어불성설인데도 그즉시 연정을 품게 되었고 그렇게 말없이 톡에 떠있는 그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었고 왜 들어와있을까, 곰곰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사람의 생각이란 리미트가 없어 점점 난 그에게 깊은 마음을 품게 되었고 물건 살때도 챗만 한 지라 목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외양에 어울리느 낭랑하고 도시적? 음색이려니 했다...
기사만 보낸다고 해서 내가 내 주소와 전번을 주었고 그 전번으로 톡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농담같지만 그 연심은 꽤 오래 갔고 어느날 난 그의 캐럿방에 들어갔다. 그랬다 충격을 받았는데 그가 내게서 산 물건들을 다시 내놓은게 아닌가. 순간 난 실연당한 꼬라지가 돼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고 며칠후에 용기내서 그에게 챗으로 말을 걸었다. 마음에 안드셨나봐요. 했더니. 물건은 좋은데 자기집 컨셉과 맞지않아 내놨다고...
그렇게 있다 엔틱소파는 말도 안되는 값에 팔렸고 콘솔책상은 떴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아마도 내가 보고 있다는걸 그가 눈치챈듯 했다. 해서 고심끝에 난 그걸 다시 샀다. 내 물건이 계속 가격다운되면서 떠있는게 안쓰럽기도 했고 그렇게 해서라도 그와의 인연을 기억하고싶어서...
그러자 그가 반색하며, 다른것도 함께 사시면 많이 다운시켜드려요, 하는거였다. 순간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 내 톡방에 들어온 뒤로 그뒤는 이리저리 프로필 사진을 바꿔가면서 계속 떠있어 마치 우리는 사이버 연애를 하는 모양새였는데 많이 깎아준다니....서운해서 , 나 모르세요? 이 책상 팔았던 사람인데, 하자, 그는 아...하더니 , 암튼 고맙습니다, 하고는 더이상 강매?를 하지 않았다. 내가 오랫동안 품었던 연정은 나만의 알뜰한 착각이었을까? 암튼 나의 실망은 쪽팔림으로 바뀌었고 하마트면 큰 실수를 할뻔했다.
그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내가 캐럿과 손절한건 아니다.늘 무언가를 사고 실패를 하기에 아직도 종종 찾고 있고 어제도 15000원짜리를 팔아 순대를 사먹었다...
대부분은 카드비가 모자라 충당차원에서 하는 거래지만... 지금까지 난 수많은 물건을 팔았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만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비록 나와 인연이 닿지 않았고 어쩌면 나만의 알뜰한 착각이었는지 몰라도 꽤 긴시간 내게 사랑의 환상을 갖게 해준 고마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에게서 다시 사들인 콘솔책상은 지금 내집 거실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그걸 매만지며 가끔 난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곤한다. 볼수록 귀티나면서도 공허해보이던 그 얼굴, 그 인상, 묶어서 사달라는 얘기따위는 안하게 생긴...
지금도 궁금하다. 그 친구는 물건을 판 뒤 꼭 구매자의 톡에 그렇게 떠있는걸까...혹시 그렇게라도 연을 만들고 싶어하는건 아닐까, 이 메트로의 또다른 외로운 멤버인가, 하는.
우린 어디서 우리의 반쪽을 만날지 모른다. 그러니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가끔은 저런 웃픈 해프닝도 발생하지만...
(75) That's Why You Go Away | Michael Learns To Rock | [ Lyrics + Vietsub HD ]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