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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작은여행

by 박순영

오늘 오전에 집관련 은행업무가 있다. 엄마는 융자없이 사셨는데 내가 좀 말아먹은 부분이 있다보니...하여튼 나중에 하늘에 가서 엄마 뵐 면목이 없다.


그리고나면 들어와서 마지막 후보지를 물색해서 아마 내일부터 돌지 싶다. 차가 없으니 하루 이틀만에 결정하려 한다.

조금 이기적으로 가면 아직도 운정이 가능은 한데, 그리고 내 사주에 호수같은 약간의 물이 좋다는데

나와비슷한 사주를 가진 이들이 많은지 왜 그런쪽은 집값이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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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유산을 이렇게 반토막을 내버려서 여간 죄송한게 아니다.

여기 오기전 넓은 데 살았는데 짐도 없이 휑한게 보기싫어서 일부러 줄여왔더니 둘이 살기엔 좁아서

엄마가 답답해하셨다.


말년에 엄마가 치매 왔을때 '넓은 데 가자'라고 하시던 말씀이 지금 새삼 뭉클하다.

나야 대학원다니고 일하고 하느라 집이 좁다 넓다 느낌도 없었는데 하루종일 집에만 갇혀 지낸 분이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디로 정해질지는 몰라도 이번에 이사비도 줄일겸 최대한 짐을 줄이기로 하고 있다. 책도 최대한 줄일 생각이다. 이제 로맹의 책들로 물갈이도 시킬겸.

이젠 짐에 치이고 사랑에 치이고 하는 일도 최소화하고.


어제 저녁에 추가 계약금 다 받은 뒤 인근 다른 부동산들에 '그동안 감사했다'고 일괄 문자를 보냈더니 한군데서 전화가 왔다.

"팔렸어요?"

"네...근데...넘 싸게"

"거기서 또 다운돼서?"

"네..oo에"

"그래도 다행이죠 매매 자체가 안되는데. 잘하신겁니다. 저도 팔아드리려고 몇번이나 시도했는데..."


그 부동산에 오늘 비타 500이라도 한박스 사다줘야겠다.

북한산, 정릉천 보다 더 소중한건 역시 이웃이었다는 생각이다. 어리바리 부잡스레 때로는 무례하게 살았어도 내가 그리 인심을 잃지는 않은거 같다.


참고로, 요즘은 집 살때 융자받기가 하늘의 별이라고 한다. 예전엔 쉬웠지만 이제는 신용, 급여조건, 뭐 이런데서 걸려서 신혼부부들이 집 사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라고 한다.


어제 먹었어야 하는 밥을 안먹었더니 다쉬어버려서 다시 했다.

물말아서 장아찌에 후루룩 먹고 내내 매물 검색을 하다보면 오늘도 다 가려니 싶다.

15년만의 이사, 그것도 혼자 해내는 이사가 마치 '작은 여행' 같기만 하다. 그리고 결국엔 또 해낼것이다.




이제 다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미진하게나마 다시 이어졌다는 안도감 속에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힘들게 첫 결혼을 마무리하고 겨우 찾은 자유와 다시 남자와 삶을 공유한다는 무시할 수 없는 설렘, 그 사이의 방황인지도 몰랐다.

그런 그녀의 눈에 저만치 유턴구역이 들어왔다. 차를 돌려야 하나...

녹음이 짙어진 여름 들녘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황홀했다.-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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