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의 노래
영국에 대문호 셱스피어가 있다면 미국에는 핏제럴드가 있다고 할만큼 그를 기점으로 미국문학은 다양한 뿌리를 내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창조한 '개츠비' 캐릭터는 후대에 계속적인 페르소나로 작용하면서 미국문학만의 독특한 칼라를 형성해왔다.
핏제럴드를 이야기하면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빼놓을수는 없다. 1차 대전후,전쟁의 결과로 풍요로워진 미국에 불던 획일화, 금욕주의에 반발한 일군의 지식인, 예술인들의 저항운동이자 유럽으로 (특히 파리)건너가 고국인 미국에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체류한 일부를 뜻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을 탄 대표적인 작가중 하나가 바로 핏제럴드이며 그의 아내 젤다 또한 걸출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러나 이 부부는 당대를 대변하듯 공허하고 사치스럽고 향락적인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젤다는 정신병원입원, 핏제럴드는 헐리웃으로 건너가 빛을 보지 못한 시나리오 몇편을 쓰다가 요절하고 만다.
이렇게 핏제럴드가 살았던 시대는 미문학사, 나아가 세계문학사에 가장 찬란한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운 시기면서 가장 '공허하고 소외된' 시간이었다고 할수 있다. 이후 미문학은 거의가 '개츠비의 아류'라 할만큼 핏제럴드의 영향력은 대단했고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흔히들 ' 아메리칸 드림'이라 부르는 것의 허상, 욕망은 추구할수록 더욱더 멀어진다는 심리적 이론, 그리고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감성과가 무의식이 스며든 시기이기도 하다.
이 단편 <크레이지 선데이>에도 이와같은 '공허하고 허무한 부나방같은' 야망을 가지 한남자 조얼이 등정한다. 그는 헐리웃에서 핏제럴드처럼 극본을 쓰는 사람으로 언젠가 상류사회에 반드시 진입할거라는 예감과 야망을 가득 안고 있다. 그리고는 그런 계기가 마련되는데, 영화감독 마일스의 아내 스텔라를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연정을 품게 된는데 때마침 마일스는 이바라는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2년이상 끌어오고 있어 조얼이 욕심만 내면 스텔라를 정말 얻을수도 있어보인다. 그리고 스텔라도 조얼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 둘의 '사랑 love affair'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공허하고 위선적이기만 한 '파티'라든가 아내를 두고 내로라 외도를 하는 남편 마일스, 그리고 남편과 조얼 사이 줄타기를 하는 스텔라같은' 가치없는 물질의 세계, 근본없는 인간'들에 대한 냉소와 조롱, 그럼에도 그들처럼 되고픈 조얼의 욕망이 뒤엉킨채 빠르게 전개된다.
스텔라는 외도하는 남편 마일스를 외면하면서 조얼에게 추파를 던지고 그걸 바라보는 마일스의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은 독자로 하여금 마일스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까지한다. 위에 쓴것처럼 욕망이란 추구하면 할수록 더더욱 커지고 멀어지는 속성이 있어 인간은 결코 그것을 제대로 손에 넣을 수가 없다. 그래서 존재는 늘 공허하고 남의 것을 탐하게 되고 설령 욕망 가까이 근접했다 해도 완전히 '소유'할 수 없음을 이 단편은 잘 보여준다.
조얼이 그리도 원하던 스텔라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 마일스의 죽음이라는 비보가 전해진다. 이 소식에 반응하는 스텔라의 심리묘사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복잡하고 적확하면서 모순적이다.
"제 나름의 암중모색을 한 스텔라는 마일스가 상상했던 상황을 유지함으로써 그가 계속 살아있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마일스를 배신한다면 스텔라는 마일스를 계속 살아있게 할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마일스가 정말로 죽었다면 배신당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은 복잡한 유기체이자 모순 덩어리다. 남편의 죽음에 대응하는 아내 스텔라의 반응은 조얼에게 '가지 말고 자기를 안아달라'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죽은 남편이 '살아있는것처럼, 그렇게 해서 배반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그의 죽음을 부정하는'무의식이 작동했다 할 수 있다. 이런 스텔라의 행동에 조얼은 이율배반적으로 끌리며 서서히 그녀의 제물이 되어간다.
이처럼 인간은 '부유하는 공허한 존재'라는게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한마디로 요약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핏제럴드가 아내 젤다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한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핏제럴드는 어찌보면 평생을 아내 (여자)에 대한 탐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아내 젤다의 작품을 폄훼하고 일부는 손봐서 자신의 이름으로 낸것도?
이런 잣대로 핏제럴드를 재단한다면 그가 그리도 경멸했던 '부도덕한 군상'의 하나일수 있지만 세계 문학사에 '개츠비'라는 걸출한 페르소나를 탄생시킨 면에서는 세계적 대문호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단편 <크레이지 선데이> 속 조얼 또한 그런 개츠비의 계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참고도서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e북 <어느 작가의 오후-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주)인플루엔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