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은희경 <중국식 룰렛>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일

by 박순영


친철하게 서사를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 상황전개에 따라 독자 스스로 서사를 만들고 상상하게 하는 이 단편은 행과 불행, 우연과 필연, 그리고 타인의 불행에 미소짓는 또다른 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의료사고마처 겹친 '나'는 다른 남자 둘과 함께 k의 주점에 초대를 받고

중국식룰렛'이라는 묘한 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면서 나중에야 k가 왜 그런 음흉한 모임을 열었는지, 그의 속셈이 뭔지를 간파하게 된다. 한 여자를 둘러싼 여러 남자의 이야기가 어지럽게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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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 일중에 제일 어려웠던건 뭔가요?'

'나를 미워하는 상대를 사랑하는 것'

하지만 내가 원한 대답은 '사랑하는 상대를 잊는것이었다.'


이 구절이 암시하듯, 극중 '나'는 신원조차 분명히 밝히지 않는 '중국식 룰렛'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떠나갈 아내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으로 괴로워한다. 그런 그의 어지러운 마음을 이곳에 참석한 다른 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놀듯, 마치 게임을 하듯 다루고 즐긴다.



행복은 그렇다쳐도 불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을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크게 부각되는것은 타인의 이런 조롱과 시기가 더해져서는 아닐까?


"사람의 인생에서 자기도 모르게 증발되는게 있다면, 천사가 가져가는 2퍼센트 정도의 행운이 아닐까요? 그 2퍼센트의 증발때문에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것 같군요"



이렇게 인간은 겉으로는 동지애, 휴머니즘을 외치면서도 어떻게든 상대의 상처를 깊게 만드는 데 열중하고 그것을 게임처럼 즐기는 성향이 있다.

제목 <중국식 룰렛>이 암시하듯, 신원조차 불분명한 사람들 (익명)속에서 존재가 겪어야 하는 수모와 혼란, 굴욕과 증폭된 불행감을 이 소설은 매우 세련되면서도 복잡한 내러티브를 사용해 전개한다.


읽기에 따라 다른 각도의 시놉이 나올수도 있지만 내가 이 단편에서 받은 느낌은 대체로 이런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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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타인에게 휘둘린 개인은 무력해질수밖에 없고 '중국식 룰렛'게임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생존은 여러 타인들의 체인으로 이루어져있어 그것을 과감히 끊어낼수가 없기 때문이다. 싫어도 할수밖에 없는 이 잔인한 게임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이 나약한 '수동성'이 바로 개인의 비극이자 불행의 출발점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한다.


'거짓말을 할 경우 게임에서 제외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경우 상처를 자초한다'


이런 넌센스같은 삶이지만 우린 계속 삶을, 게임을, 참과 거짓의 경계허물기를 계속하며 나아가야 한다는걸 작가는 묻고 있는건 아닐까?



참고도서


은희경 e북 <중국식 룰렛-은희경 소설집>

창작과비평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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