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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초여름의 기억>을 읽다가

by 박순영

여기 작가님인 정이흔 작가님의 짧은소설집 <초여름의 기억>을 시간나는대로 틈틈이 읽다가 오늘은 <악몽>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깔깔 웃었다.


꼭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거 같아 감회도 새로웠다.

여러가구가 옹기종기?모여 수도, 화장실을 나눠쓰던 그 가난하지만 인정은 넘쳐나던 그 시절의 얘기다.


나이 6살까지 여탕을 드나들던 '나'는 그곳에서 한집에 사는 여자애와 마주쳐 으쓱댄다.

"새끼손톱만큼 작아진 고추를 들이대고 '넌 이런거 없지'? 하고 으스댔다."


지금도 기억나는건 다서 여섯살은 훌쩍 넘긴 커다란 형아들도 엄마따라 이모따라 여탕에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린 나는 괜히 몸둘바를 몰라했다. 누가 의식하지 않는데도 후다닥 씻고 나오기 바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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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속 나는 이후 대학 미팅에서 그 여자애를 다시 만난다.

이럴경우, 어떻게 놀림을 당할까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내가 살던 용산의 정확한 명칭은 서부이촌동이었고 대표적인 빈촌이었다. 비가 오면 도로가 침수돼서 고무대야를 배삼아 오가곤 하던...

그래도 그때는 이웃간의 정이 있고 배려가 있었다.

지금처럼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를정도의 적막함, 적대감은 없던 시절의 얘기다...


덤벙덤벙 사고가 엉망으로 비약, 추락을 반복하는 나의 글과는 달리 차분하게 마음의 풍경을 적어나가는

작가의 내공이 드러나는 작품집이다.

조용하고 은근하고 내성적이면서도 중요한 순간 결단의 의지를 읽고싶다면 이 <초여름의 기억>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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