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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Nov 22. 2024

이외수 <설야>


설야, 이외수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
눈이 내린다는 말 한 마디

어디선가 
나귀등에 몽상의 봇짐을 싣고
나그네 하나 떠나가는지
방울소리
들리는데
창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함박눈만 쌓여라
숨 죽인 새벽 두 시

생각 나느니 그리운이여
나는 무슨 이유로
전생의 어느 호젓한 길섶에
그대를 두고 떠나 왔던가

오늘밤엔
기다리며 기다리며
간직해 둔 그대 말씀
자욱한 눈송이로 내리는데

이제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
울고 싶다는 말 한마디

이미 세상은 내게서 등을 돌리고
살아온 한 생애가 부질없구나

하지만 이 시간 누구든 홀로
깨어 있음으로 소중한 이여
보라 그대 외롭고 그립다던 나날 속에
저리도 자욱히 내리는 눈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 하나
그대 전생까지 닿아 있음을 


출처: https://itsmore.tistory.com/1786 [촌부(村夫):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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