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문리버>

현재 내가 가진것에 감사

by 박순영

어제는 종일 친구차로 a신도시와 그 외곽 세군데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날이 더운 줄 알고 반팔만 입고 나가려는데 겉옷 챙겨라는 친구의 말이 없었으면 아마 차에서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꽃샘바람은 매섭게 나를 떨게 했다.


둘다 이사가 잡혀있고 a시 에 자리잡을 생각이라 처음엔 중심가 위주로 돌았으나 거의가 재건축 말이 돌고 있어 일단 보류, 외곽 세군데를 가봤다. 두군데는 아파트만 대대적으로 지어졌지 인프라가 거의 전무했고 한군데는 기차역이 가까이 있어 그 근처 집들을 돌아본 다음 피곤에 찌든채, 인근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어땠어 오늘?"

" 아고 난감하다. 내가 눈에 보이는게 다라고 믿었던 거 같아..탈서울 해서 기껏 온다는 데가 이정도면 뭐.."

"그래. 그냥 서울 살아"

라며 친구와 난 암묵적 동의에 들어갔다. 그 친구야 일찌기기 서울을 떠나 a시에 자리잡았으므로 계속 거기 산다 한들 이상할게 없지만 나는 아직은 선택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문제는 돈이어서 a시로 갈 가망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아주 오래돼서 20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풍경의 조금은 빈촌에 가까운, 그러면서 근래 경전철도 들어오고 나름 작게나마 갖출건 다 갖춘 그런 동네다. 그리고 어엿한 서울...

재건축, 재개발,리모델링, 이런 데 무지한 나로서는 재건축시 개인분담금이 억대로 들어간다는걸 알 리 없어, 들어가서 재건축걸리면 조금 내고 하지 뭐, 하고 a시로의 이주를 꿈꿨었다. 그러다 어제 부동산 사장의 억소리를 들으며 재건축 걸리면 곧장 나와야 한다는걸 알았다. 돈을 어느 시점에 내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언제내든 최소 2,3억 이상의 돈이 든다는 바에야...

것도 모르고 호수가 가깝다는 이유로 그곳을 이사지로 덜컥 결정해버린 내가 여간 경솔한게 아니었다.


a시 외곽 ,마지막으로 돌아본 곳은 이른바 a시 짝통마을로 길은 비좁고 인근에서 밀려나오는 차들까지 합쳐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휴일임에도.



그리고는 집에 도착해 친구가 파킹을 하는 동안 나는 먼저 내려 단지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눈이 마주쳤다. 종일 낯선곳을 배회하다 돌아와 마주하는 달이어서 그런지 여간 반가운게 아니었다. 해서 사진까지 찍었다.

그리곤 웬만하면 옆동 좁은 평수로 가자, 마음을 먹었지만 돈문제로 장담은 할수가 없다. 그 교통체증이 심각한 외곽으로 갈 확률은 그래서 아직도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곳에 사는 동안만이라도 이곳을 즐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일 a시를 헤매고 다닌 다음 집에 와서 마주한 달님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런데 다늦게 그친구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자기야말로 지금 사는 a시 중심을 떠나 기차동네 그곳으로 갈지 모른다고. 원래 그곳을 돌아보기로 한건 나의 후보지였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그친구는 자신의 미래 거주지를 미리 돌아본 꼴이 된것이다. 이래서 사람일은 장담하는게 아니라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그 친구역시 빠듯한 자금 사정때문이다. 그리 되면 , 우린 이웃사촌이 될수도 있다 그 짝퉁도시에서.


가까이서 호수를 보겠다는 로망이야 진즉에 접었지만 그렇게까지 밀려날줄이야...

그래도 기차역이 가까우니 됐지, 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자기가 누리는 것, 가진것에 고마워하라,는 말이었다. 아직은 모른다. 이곳을 떠나 기어코 a시 외곽으로 빠질지 운좋게 이곳 작은 평수로 갈지. 결과야 어찌됐든 , 어느곳에 살든 난 이제 내가 현재 가진것, 현재 내 사람들에 감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눈이 즐겁다고 생각없이 장소든 사람을 정해버리는 습관도 고치기로 했다. 아무리 근사한들, 운명적으로 내 공간, 내 사람이 아니면 다 어긋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