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랑의낙서>
조우와 영이별이 교차하는...
삶의 무게가 필요이상으로 느껴질때는 대학시절 내가 학교 도서관에 무심코 해댄 낙서들이 떠오른다. 그냥 시간 때우기식, 내지는 심심할때 해대곤 하던 그 낙서들. 내 첫사랑이었던 역삼각형 얼굴의 안경낀 k대 생을 자주 그린것 같다. 혼자 두면 외로울거 같아 그에 걸맞는 청순한 여대생도 함께.. 지나고 보니, 다분히 지진아적 행위였고 발상이었던 듯 하다.
지금이야 그런 내 흔적들이 남아있지 않겠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이후의 삶들이 빠르게 내안을 관통한다.철없던 20대를 지나 일하면서 사회를 배우던 30대, 뒤늦게 대학원을 들어갔던 40대 뭐 이런식으로...
어느날인가 도서관 책상에 그짓을 또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싸한 느낌이 전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 먼 발치에서 어느 남학생이 험상궂게 나를 쏘아보고 있는게 아닌가. 드디어 걸렸구나, 하는 마음에 황망히 나는 그방을 나와 다른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랬으면 그만 해야 하는걸 그 방을 또 캔버스 삼아 내 열정을 불태웠다.
아파트생활 을 오래하다보니 낙서를 볼일도 별로없는것같다. 그래도 가끔 담벼락 낙서를보면 콘크리트위 한송이 꽃을 본듯 반갑다. 특히 이제 막 글을 깨우친 꼬마들의 낙서는 평온함마저 안겨준다. 시간이 흐른뒤 저들은 이순간을 어떻게 돌아볼까.
내가 학교도서관에 사인펜으로 조악하게 그려댄 그와 그녀들은 그후 어떻게됐을까. 만났을까 끝내 어긋났을까. 피로감이 열정을 앞서고 셈법이 관계의 서열을 매기는 시간이 오면 어린날 서툴게 적어나간 그 사랑의 낙서들이 이별처럼 날 아프게 한다.
비오는 밤, 어느 으슥한 골목의 점멸하는 가로등 불빛 만큼이나 바스러지기쉬운 내 젊은날의 흔적이 그 낙서들에 묻어있다. 지나고나면 한바탕 꿈이라지만 꿈엔들 잊겠는가 그 시간들을. 해후와 영이별의 교차로에서 가슴조이며 서러워하던 우리 아팠던 젊은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