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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범시민>

-그들만의 정의

by 박순영

흔히들 말한다. '정의는 구현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그런데 우리의 실제에서 정의는 구현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가? 이런 소망과 현실사이의 간극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평화롭던 클라이드의 가정은 어느날 들이닥친 강도 둘에 의해 무참히 깨지고 만다. 남편 클라이드가 보는 앞에서 아내가 죽고 강간위협에 처하고 딸마저 살해된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 닉은 사건을 신속히 종료하기 위해 범인들과 '형량 거래'를 한다.



그리고는 10년후. 풀려난 범인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은 10년전 억울한 일을 당한 클라이드였다 그는 순순히 감옥에 들어가지만 이후로 연쇄적 살인이 벌어지는데...


조금은 과장된 미장센과 스토리라인이 마치 sf를 보는 느낌마저 주는 이 영화는 그러나 대단한걸 말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말한 바로 그것, '행위엔 책임이 따르는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원할 뿐이다.

굳이 먼나라 미국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지금 우리의 정치 행태를 돌아보면 어려울것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정의는 실종되고 포퓰리즘만 무성한 '아포칼립스적 세상'이 우리에게 펼쳐지고 있다.


이 영화는 이런 '생지옥'을 거침없이 보여줌으로써 복수를 넘어선 비인간성의 '극'을 체험하게 해준다.

관료주의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한 검사의 적절치 못한 형량거래가 불러운 참사가 그 몇배의 죽음을 몰고오는 그 여정에서 우리는 경악하게 된다. 당한이의 고통과 억울함을 풀어주지는 못할 망정, 범인을 풀어줘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게 해주는 사법체계의 모순과 부조리, 그것에 길들여진 사법 엘리트들, 그들의 행태가 마치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거 같아 안타깝고 화가 치밀었다.



속된말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법이 온전히 존재한다면 왜 사적인 복수에 연연하겠는가?그것은 진정한 정의가아닌 '그들만의 정의'가 판치는 세상이어서는 아닐까?


시장mayor의 명령이 기억에 남는다. '그 어떤 법 체계를 들이대서라도 그를 처단하라'는.. 물론 '처단'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여서 써보았다. 선량한 시민 citizen이 가공할 살인마로 전락할수밖에 없었던 근원적 사회부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소 과장된 스토리전개에 따른 황당한 미장센이 좀 거슬리지만, 감독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졌으리라 본다. 부패하고 관료주의에 찌든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선한 시민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이 역설적 상황, 즉 아포칼립스적 출구없는 지옥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감독의 전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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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미국, 2009

감독 f 게리 그레이

주연 제라드 버틀러, 제이미 폭스

러닝타임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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