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유품

by 박순영

또 소파에서 잠들어 4시에 깨서는 입이 심심, 뭘 먹고 또 자고 그리고는 지금 기상했다.

저 소파도 놓고 갈거 같은데, 들어올 사람이 만약 안 쓴다고 하면 그냥 폐기할 생각이다. 당근처리도 귀찮고.

가져갈게 얼마 안된다. 옷장, 소파, 큰 침대, 모두 놓고 가야 하고, 까사미아 책상, 아마도 책도 반 정도 버리고 가고...

뭐 그런 일련의 버림의 미학을 또 행하지 싶다...

그래도 적응하게 된다. 적응 못하면 살지 못하므로...


정릉에서 이사올때, 책 거의 다 안버리면 이사 안해준다는 이삿짐 센터 사장의 으름장에 아마도 수백권을 버리고 왔다. 그런데 나는 한번 읽은 책은 웬만하면 다시 보지 않는 성격이라 그냥 막 버려도 된다.

물론 로맹의 책들은 (얼마 안되지만) 그러지 못해도...

엄마 유품이 책장 한두개는 거뜬히 차지해서 내 책을 놓을 데가 없고 오피스텔은 창고가 따로 없어 쑤셔박을 데도 없다..



엄마는 생전에 취미로 그림을 많이 그리셨고 우표수집을 하셨다.

엄마 가신 다음에 내가 따로 정리를 한건 없지만 그래도 버리지 않고 정릉에서 다 들고 왔다.

내 책은 버려도 유품만은 다 가져가려한다. 그래야 나중에 엄마를 천국에서 뵜을때 덜 죄송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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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좀 빌어와 본다면,인간의 자학은 타인에게로 향하는 원망과 미움이 자신에게 되돌아올때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한다. 결국 타인에의 악의가 자신을 고통의 늪으로 빠트린다는 것인데 , 이걸 조절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추락의 해부>


전자/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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