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by 박순영

불과 반년전 라페 거리를 잘 몰라서 지척에 있는 정형외과를 한참 찾아 돌아다닌 기억이 났다.

오늘 병원에서 허리 처치를 받고 오는데, 이젠 제법 지름길도 안다고 5분만에 후딱 왔다. 춥기도 하고...


아직도 사실 라페를 잘 모른다. 방향 한번 잘못 틀면 광장으로 나가버리는.!

그래서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기억에 저장한다. 본가갈비, 올리브 영, 이런 식으로. 여기서 왼쪽, 여기서 오른쪽.

그런데 이짓도 거의 끝나간다.


이사갈 대화에도 병의원이 많아 봤더니 역시 백병원이 1등으로 있고 그외에도 각과가 다 포진해있다. 문득 파주 살던 때가 떠올랐는데 내과, 치과밖에 없던. 그때는 긴장을 하고 살아선지 그닥 병도 안 났는데..여긴 오자마자 안과 피부과 정형, 다 돌아다닌다.비록 여인숙같은 후진 오피로 들어가도 그래도 이 인프라는 당분간은 유지하니 그건 다행이다.


오늘은 저녁에 운동을 나가려 한다. 어제 나가려고 했는데 이놈의 허리때문에 포기, 오늘은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 기온은 냉랭해도, 정신을 맑게 해줘서 나는 이 무드를 즐기곤 한다.


이제 남은 몇시간, 숏폼 단막을 쓰든 뭘 하든 시간 보내다 나가려 한다. 내 곁에 이제 아무도 없다는게 약간의 외로움과 무한한 자유를 준다. 최소, 가짜 인간들에 둘러싸여 있지는 않으므로...지금 나는 삶의 터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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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봄이네요 옷을 보니"라며 먼저 와있던 그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는다.

봄이라는 소리에 나른해진 그녀가 역시 나른하게 자리에 살포시 앉자 그가 로마에서의 그 다정하고 따스했던 눈길을 보낸다. 순간, 그녀의 시선이 그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로 향한다. 아차...10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면 이 사람의 신상에 변화가 있을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구나...사랑이란게 이토록 무모한 것이구나,하면서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로마에서 온 남자>



굳이 그의 답장을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역시 그에게선 그날 저녁이 되도록 답이 없다..

그녀는 오래전에 읽은, 소설을 쓰는 친구가 추천한 로맹가리의 <벽>을 다시 읽기로 한다. 벽을 사이에 둔 두 남녀의 오해와 처절한 비극을 그린 작품이었다.

그녀도 어릴적에는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이제는 네일샵을 하고 있다. 인생이란 이토록 부조리하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꿈으로 오는 사람>



그가 갑자기 '나 결혼해'라며 대학 동창인 현희에게 전화를 걸어와 현희는 온라인 발주를 넣다 말고 깜짝 놀랐다.

이혼후 오랜 기간 홀로 있어 아마도 전처에게 미련이 있나보다,라고 여겨온 현희는 은근 자기와는 안될까, 가끔 머릿속에 그려보곤 하였지만 스무살 교정에서 만나 25년가까이를 친구로 지내다 보니 그것도 우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그가 결혼한다니 왠지 그를 '뺏기는'느낌이다.<응언의사랑>


전자/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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