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bird

by 박순영

언제 물렸는지 스치면 아픈게 돋아나서 일단 연고를 발랐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병원 갈 시간도 없는데. 바쁘면 꼭 이런일이 터진다. 하도 청소를 안하고 살아서 어제 복층에서 벼룩에 물린건지....



지금 밖엔 쿠팡에서 시킨 생수와 제로콜라가 와있다.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 그냥 저대로 두지 싶다.. 제콜과 생수 한박스는 인부들 몫이다. 이사를 자주 하다보니 저 정도의 센스???는 생겼다.



오늘도 오전엔 글을 좀 쓰고 오후부턴 본격적으로 복층 끌어내리기를 할거 같다.

지금 거실은 난리가 났다. 완연히 이사하는 집이다. 지난번 또 올거 같던 매수자 따님은 냉장고 사건 이후로 잠잠하다. 다행이다.

아무튼,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이사가 종료시점에 들어가고 있다.



가서 가전가구 들이고 집 모양좀 갖추려면 아무래도 일주일은 걸릴거 같다. 원래는 오늘쯤 로켓으로 주문하려했는데 26일이 갑상선 검사보는 날이라 배달 시간과 겹칠수 있어 들어가서 공간 좀 보고 주문하기로. 2년전 정릉에서 가려고 했던 그곳을 이제야 들어간다. 운명인가보다. 늦어도 가는걸 보면.

그곳에 가면 새 소리가 들릴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니, 오피 와서는 새소리를 듣지 못한거 같다. 정릉이나 파주는 아침에 그놈들이 알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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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종이





모든 문학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읽힐수 있다.

그 안에서 평범한 삶의 향기를 찾는가하면 심각한 정치 상황을 끄집어낼수도 있다.

<성난도시> <끝없는 이별>은 이런 맥락에서 계엄의 충격속에 쓰여졌음을 밝힌다.

삶의 루틴을 앗아가는 자유의 상실에 대한 도전과 저항은 그래서 필요하고 정당화된다.



책속에서/

다음날 새벽, 계엄은 해제되었지만 규현으로부터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애가 탄 은영이 꼭 보자는 문자를 여러번 날려도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곡을 했다. 이렇게 틀어지면 안 되는데. 그날의 '오해'를 안고 이렇게 어긋나면 안 되는데...


그녀는 천천히 침대 옆 협탁에서 지난 2년 동안 모아온 수면제를 꺼냈다. 그리고는 입에 다 털어 넣었다. 물을 넣고 삼키려는데 컬러링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대로 알약을 모두 뱉어낸 은영의 귀에 "밖에서 약속하기가 불안해서 아예 니 집 앞이야. 지금 문 열어줄래?"라며 규현이 숨도 쉬지 않고 긴 문장을 토해냈다.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올 때 이미 두 다리의 힘은 다 풀려있었다. 그녀는 무릎으로 기어 현관으로 가서 손잡이를 돌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그리운 그가 들어섰다.


"은영아" (성난도시)



"허양우씨는 아직도 실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 그게 망상을 만들어낸 거고요. 당신은 여전히 실연 시점에 머물러 있어요. 당신은 결혼한 적이 없어요. 그녀를 대체할 또 다른 여자를 만들어낸 거죠. 그리고는 두 여자를 동일시한 겁니다. 좀 더 안정적 삶을 살도록 해요. 약을 좀 바꿔줄게요"라며 의사는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때 양우의 두눈에 의사 뒤의 창밖 풍경이 들어왔다. 사람으로 치면 갓 스물이 된 어리지도 그렇다고 성인도 아직 아닌 어설픈 중간지대를 지나고 있는 서툴고 황량한 신도시의 풍경이 (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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