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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l 07. 2022

시나리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줄거리     

   대학생인 동수는 집에서 독립해 알바로 학비를 대며 생활하고 있다.  잦은 데모로 일찍 여름 방학에 들어가는 대학. 마침, 알바하던 PC방에서 손님과 싸움을 벌여 쫓겨나고 예전 잠깐 살던 K시로 내려간다. 거기서 아는 형인 철민의 바에서 알바를 한다. 거기서 대학친구인 쥐를 만나 여름을 함께 보낸다.

  쥐의 집은 굉장한 부자였지만 아버지가 돈밖에 모르는데다 의처증으로 아내를 괴롭혀 그런 아버지를 포함한 부자들을 혐오한다.

   한편 동수는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라났지만 모든 것이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해 삶자체가 공허하다.

  그러던 어느날, 술집화장실에 쓰러져있는 지영을 보게 된다. 지영은 레코드샵에서 알바를 하고 있고 어릴 때 일찍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가 엄마 친구와 재혼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래서 사랑을 그닥 믿지않고 한낱 놀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동수는 그런 지영에게 서서히 끌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동수는 적은 알바비로 지영의 방에 중고 에어컨까지 놓아준다.

  한편 쥐는 늘 소설을 쓴다고 떠벌린다. 단, 자기 소설엔 섹스와 죽음이 없다고. 그만큼 삶을 보는 시선이 건조하고 동수만큼이나 공허하다.

  동수는 지영과 섹스를 하고싶어하지만 그때마다 지영은 거절하고 다음으로 미룬다. 하지만 동수는 충분히 기다릴수 있다는 소극적 자세를 보일뿐이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지영이 여행을 통보하고 둘은 못보게  된다.

  쥐는 자기 여친을 동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면서도 정작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자기가 쓴 소설을 읽으라고 하지만 동수는 콧방귀를 뿐 읽지 않는다. 그렇게 답답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마침내 지영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여행은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그말에 동수, 혼란스러워지고.. 하지만 둘은 예전처럼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지영은 여전히 섹스를 거부하고, 낙태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말에 동수 충격받지만 더 이상 캐묻거나 따지지 않고 그녀와 K시를 떠나 서울로 돌아온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르고, 증권회사 직원이 된 동수, 영화평론가이자 대학강사인 해란과 조건적인 만남을 갖다가 3개월만에 결혼한다. 가끔 외도를 하지만 오래 끌지는 않는다. 그러다 어느날, 동수의 회사로 지영이 나타나고 둘은 그렇게 오랜만에 마주 앉는다. 지영은 쥐의 원고와 usb가 담긴 봉트를 내밀며 그가 1년전에 죽었음을 알린다. 동수는 충격받고, 지영은 쥐가 일부러 마지막 작품을 미완으로 남겼다며 동수에게 써달라고 한다. 그제서야 동수, 예전 쥐가 소설속에서 고백하려 했던, 그리고 동수에게 인사시키려했던 여친이 어쩜 지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영이 낙태한 아이의 아버지가 쥐일수도 있다는. 그러나 지영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가버린다.

  둘은 다시 그렇게 헤어지고 동수는 쥐의 유작을 완성해 나간다. 1년후, 미국 출장을 떠나는 동수, 거기서 오랫동안 흠모해온 작가 데릭 하트필드의 묘를 찾아간다.  자기들 셋처럼 상실된 삶을 살다간 그의 묘비 앞에서 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key   concept-어긋나고 모순된 사랑으로  인한 상실된 젊음.


러닝 타임 85-90분.        

                 

주요 등장인물

  강동수 (21-29) -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지만 순진한 사랑을 믿는다.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라났지만 그 안에 내재한 위선과 가식에 예민하다. 그런 것이 두려워 인간관계, 나아가 이성간의 사랑에서도 자기마음을 다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쥐 (22-30) -동수의 대학친구. 하지만, 공부에 별 취미가 없고 열심히 데모만 하다 낙오자로 전락해 결국 자퇴를 한다. 부동산업을 하는 아버지덕에 부유하게 살지만 늘 고성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 불행한 가정생활속에서  술과 소설에 탐닉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속엔 섹스와 죽음이 없다. 그만큼 삶을 보는 눈이 드라이하다.     

  안지영 (21-29)-아버지가 불륜으로 재혼한 상처를 갖고 있어 사랑을 그닥 믿지 않는다. 동수를 좋아하지만 섹스는 마다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과 비슷한 쥐에게 끌리게 된다. 둘의 사랑은  작품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암시만 될뿐이다.          

  박철민  (31-40) 동수와 쥐의 아는 선배형. K시에서 바를 운영한다. 열 살이나 어린 동수 쥐, 지영을 늘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준다. 그러나 그들의 위험한 사랑과 우정이 깨질것임을 예감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1. 의사의집 전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있음.     

 동수n.  어린 동수,

         어렸을때  나는 무척말수가 적은 소년이었다. 부모님은 걱정이 돼서 나를 잘 아는  정신과 의사한테 데리고 갔다.     

#2.동, 내경

 중년부인, 쥬스와 도넛 2개 가져옴. 상담받는 동수 옆에 부모.

  맞은편, 중년의 정신과 의사.

  벽면에 모자르트의 초상화 걸려있다.

   여기서부터 나레이션에  따라 애니로 처리.

의사,  옛날에 아주 마음이 착한 산양이 살고 있었단다.

동수  (스르르 눈을 감고 상상)

의사 산양은 항상 무거운 금시계를 목에 걸고 헉헉거리면서 돌아다녔어. 그런데 그 시계는

    너무 무거운데다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도 않았어. 그래서 친구인 토끼는 이렇게 물었지

동수  (눈을 뜬다)

의사  ‘이봐 산양, 왜 자네는 가지도 않는 시계를 늘 목에 매달고 다니는거야? 아무 쓸모도        없을텐데’

     그러자 산양은 ‘ 물론 무겁긴 하지만 익숙해졌거든. 시계가 무거운 것에도, 움직이지 않       는 것에도’

동수   (살며시 미소)

의사   어느날, 산양의 생일에 토끼는 예쁜 리본이 달린 작은 상자를 선물했단다. 그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고 아주 가볍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새 시계가 들어있었어. 산양은

      기뻐하면서 그걸 목에 걸고 모두에게 자랑하면서 돌아다녔지.

       (동수를 응시하며)

     네가 산양이고 내가 토끼, 시계는 네 마음이란다

동수   (...)

     n. 그후로 믿을수 없는 일이지만 열네살에 나는 마치 봇물이 터진것처럼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14년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나는 석달동안 쉴새없이 지껄   였고,  모든 얘길 끝낸 7월 중순에는 열이 40도까지 올라 사흘이나 학교를 결석했다.

       열이 내렸을 때  나는 말수가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평범한 소년이 되어 있 다. 그리고     

#3. 대학 캠퍼스

  친구와 얘기하며 걷는 동수

동수 n. 난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운동장 저쪽 한편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는 구호와 함께 일련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동수와 친구, 각자 흩어진다.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전경들, 데모대를 진압한다)     

#4. 학교 도서관.

   학생들, 창밖으로 데모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동수도 쳐다본다

   -사이-

   동수, 밖의 모습을 뒤로 하고 서가를 뒤적인다.

   그러다 갸웃하며 데릭 하트필드를 꺼낸다. 펼쳐본다

 동수 n.  불행하게도 하트필도 자신은 모든 의미에서 ‘불모’의 작가였다.

         문장은 읽기 힘들고, 스토리는 엉망이고, 테마는 치졸하다. 8년 2개월, 하트필드는

          그런 불모의 싸움을 계속 하다 죽었다.     

#5. 뉴욕 고층빌딩

 동수 나레이션 따라 하트필드 묘사.

동수 n 1938년 6월의 어느 맑게 갠 일요일 아침, 그는 우산을 펴들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렸 다.하지만 그가 살았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죽었다는 사실도 그리 대단한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6. pc방 외경          

#7. 동, 내부

   손님들이 먹은걸 치우고 있는 알바하는 동수.

    그때 한남자, 지나가는 동수에게 다리를 건다.

    동수, 고꾸라지며 음식들 흩어지고 남자 신발이며 다리에 튄다.

    그남자, 야비하게 웃는다.

    카운터의 주인, 그광경을 보고 허겁지겁 오는데

남자 (동수에게) 잘보고 다녀야지, 정신을 어따 빼먹구 다니는거야!

주인 (남자에게 굽신)죄송합니다 손님 (동수에게) 뭐해 , 휴지 갖구와.

    (동수, 물티슈 가져와 남자에게 튄 음식물을 닦는다)

남자 (놀리듯 ) 어허 건성건성 (동수를 발로차며) 제대로 못해?

동수 (꾹 참고)죄송합니다. (바닥이랑 닦는데)

남자   고깝지? 너 대학생이야?

동수 (화가 나기 시작한다) 손님이 다리 걸었잖아요

남자  어쭈, 손님은 왕이야 임마.     

주인 (동수를 말리며)저쪽 가있어 내가 할테니까

동수 (비켜나는데)

남자 (동수 멱살쥐며)어쭈. 죄송합니다, 안해?

동수  아까 했는데요  아까 분명,

남자 (동수의 뺨을 툭툭치며) 먹물들은 이게 문제야.   아까도 오다보니 공부들은 안하고 죄다

      데모질이나 하고.

동수 (정색)  그럴만해서 하는겁니다

주인 (동수를 밀며)오늘 퇴근해 그만, 내가 할테니까.

동수 (가려고 하자)

남자  어? 이놈 봐라? (동수머릴 때린다)

동수 (나동그라지고)

남자  그래, 나 못배웠어. 그래서 너같은 먹물들이 하는 드러운짓, 못참거든?

동수 (반격, 한 대 친다)

  (둘, 서로 엉켜서 치고 박고)

동수 n.  그렇게 나는 그날로 PC방 알바를 그만뒀다.


#8. 캠퍼스

   여전히 데모중이고 진압하느라 어수선..

  동수n. 학교는 그해 일찍 방학에 들어갔다.     

    OL.

#9. 달리는 기차 외경.

동수, 창가에 앉아있다.     

#10. 동내부,

동수n. 방학이라고 한가히 놀수 없어 지방에서 술집을 하는 철민형 가게에서 알바를 하기로         했다. 어릴적 내가 잠깐 살던 곳이기도 했다.     

#11. K시, 바다가 보이는 작은 바, 외경.     

#12. 동, 내경

   동수 들어선다.

   주인이자 바텐더인 철민, 칵테일 만들다 동수를 본다.

철민    왔어?  짜식,

동수  (다가가며)장사 잘돼?

철민   (커플 손님에게 칵테일주고

       동수에게) 이렇게 일찍 내려왔어? 학교 아직 방학 안했을텐데?

동수   맨날 데모해서 일찍 방학했어. 더 이상 학교가 학교가 아냐.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 저만치 구석에 앉아있는 쥐를 발견)

쥐  (이미 많이 취한 상태인데 맥주 또 마시고 있다)

동수  (철민에게) 저거 쥐 아냐?

철민 (턱으로 쥐를 가리키며)가봐라, 며칠째 저러고 있다.

동수   (쥐에게 가서 맞은편에 앉으며) 어이, 쥐새끼~!

쥐 (누군가, 싶어 보다가 알아보고)

   어이 도련님! (하고 자기가 마시던 맥주를 넘긴다)

동수 (앉아서 그 잔 받아 마시며)

    야 임마,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 와있네..

    너 학굔 어떻게 한거야. 통 안보이던데.

쥐   때려쳤어.

   (철민에게 빈잔을 들어보이며) 형 여기!

동수  내가 가져올게. (하고는 가서 맥주 채워온다)     

# 쥐의 집 외경 (과거)

  대저택.     

#13. 동 내경 거실 정도.

쥐의 모를 패는 부. 음흉하고 비대하게 생겼다.

모 (빌며  )  여보 아냐. 정말 아무 사이도 아냐.

부    날 속여? 말해. 그놈하고 무슨 관계야.  하도 촌스러워서 골프나 배우라고 했더니

     아들같은 놈이랑 바람을 펴? (발로 찬다)

쥐 (말리며 )그만해 아니라잖아!

부 (쥐의 뺨을 때리며) 이새끼, 넌 하란 공분 안하고.  (쥐도 마구 짓밟으며) 너두 죽어. 그        에미에 그 자식이다!

모 (애원하며)여보, 나 골프 그만둘게, 그리고 애줌 잡지 마.

부  뚫린입이라고, 지껄여? 어디까지 갔어 니들, 잤어? 같이 잤냐?

모   여보 제발, 당신 상담좀 받아봐

부   이제 하다하다 남편을 의처증으로 몰아?

쥐 ,  (뒤에서 부에게 압력을 가한다. )

부  (푹 쓰러진다)

쥐 (부에게) 미친자식.

모   얘, 무슨 짓이야! (남편 일으키며)여보!

부 (모를 내동댕이치며)잘한다 집구석이라군. 밖에서 뼈빠지게 벌어다주면 마누라놈은 젊은 놈  

    이랑 바람이나 나고 아들놈은 공부하기 싫다고 학교나 때려치고. 응?

   (모자를 번갈아보더니, 저만치, 골동품 하나를 번쩍든다)

모  여보 참아, 제발!

부 (그걸  쥐에게 던지려고)

쥐 (간신히 피하고 )

(골동품, 박살난다)     

#14. 까페 내경, (현재)

동수 n.  그 여름 내내 나와 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상당량의 맥주를 마셔댔고, 형의      바엔 바닥에  (카메라, 땅콩 껍질 잡는)5센티 미터는 쌓일 만큼의 땅콩 껍질을 버렸다. 그      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나지 못할 정도로 지루한 여름이었다)     

#15.  골목길, 그날밤.

만취해서 벽에다 토하고 있는 쥐의 등을 때려주는 동수.

동수  야 임마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고 했잖아

쥐    구역질이 나. 썩은 세상 (토하는)

동수, n. 쥐가 부자들을 욕하는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실제로도 몹시 증오하고 있었다.

      쥐의 집만 하더라도 상당한 부자였지만, 쥐는 늘 이렇게 말했다.

쥐   (토하며)내 탓이 아냐.

-사이-

둘, 담벼락에 기대 나란히 앉아서 담배태우며

쥐  왜 내가 부자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동수 배부른 소리.

쥐   분명히 말해서 부자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손전등과 잣대가 없으면 자기

    엉덩이도 긁지 못한다고.

동수 그래?

쥐 응. 녀석들은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시늉만 할뿐이지.

동수 글쎄...

쥐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물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머리가 필요하지만,

   계속 부자로 있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담배 눌러 끄고 휴지  꺼내 코를 푼다)

동수  하지만 부자들이나 가난뱅이들이나 죽는건 마찬가지야.

쥐  그야 물론이지. 모두들 언젠가는 죽지. 하지만 말야, 우린 아직도 최소한 5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게 문제지.

  (카메라, 둘은 그렇게 남겨놓고 골목을 빠져나가는)

동수 n. 왜 그를 쥐라고 부르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어쩜 쥐 스스로가 원한걸거다.     

#16. 쥐의 집 외경, 며칠후 밤.     

#17. 동 거실  (과거)

부가 던진 골동품 파편을 치우는 모. 부, 소파에 코골며 자고 있다.

쥐 (모를 돕는)

모   하지마 손 다쳐.

쥐 (그러다 손 베이고 피난다)앗!

모 (쥐를 못하게 하는)엄마가 할게

쥐  엄만 왜 아버지랑 살아? 돈 때문에? 부자니까?

모 (나무라는) 못하는 소리가 없어. .너 그러지말고 아버지 회사 들어가서 일이나 배워.

   아버지도 속상하니까 그러는거 아냐. (쥐를 철썩 치며)학교를 때려치면 어떡해.

    어떻게 들어간 학굔데.

쥐  (박차고 일어나며 부를 보고)죽여버리고 싶어!

모  요즘 사업이 안돼서 더 그러시는거야.

쥐  엄만 자존심도 없어?

모 니가 아직 어려서 그런다. 세상을 아직 몰라. 아빠 말이 맞어. 아빠가 뼈빠지게

   밖에서 일하니까 너나나나 세상 힘든걸 모르는거야.

쥐   집구석이 이런데 공부는 해서 뭐해.

     엄마, 아빠 말이 진짜야? 진짜 골프 강사랑 바람났어?

모 (나무라듯 쥐를 툭 친다)말이면 다야?          

#18. 대학 캠퍼스

쥐와 동수, 둘, 풀밭에 누워.

동수, 심각한 표정으로 “감정교육”을 읽는다.

쥐, 스포츠 신문의 거의 알몸 여배우를 보며 낄낄댄다. 그러다 동수보고

쥐 넌, 생물학도면서 왜 그런책을 읽어?

동수 그럼 넌 왜 맥주같은 걸 마시는데?

쥐  맥주의 좋은점은 말야, 전부 오줌으로 변해서 나와버린다는거지, 원 아웃 1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거든. 넌, 왜 문학을 읽어?

동수 플로베르는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쥐   그럼 살아있는 작가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거구?

동수  살아있는 작가는 아무 가치가 없으니까.

쥐 어째서?

동수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걸 용서할수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거든.

쥐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건 작년 여름이었어.

   (일어나 앉는다)

동수  (따라서 일어나 앉는다)

쥐  제목도 작가도 잊어버렸어. 왜 읽었는지도 잊어버렸고, 아무튼, 여자가 쓴 소설이었어.

   그 여자는 해변의 피서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위행위만 하는거야.

   (해변에서 자위 하는 여자, ins)     

   근데 신기하게 그걸 계기로 내가 소설을 쓰기로 했다는거지. 섹스와 죽음이 없는.

동수n.  하지만 사람은 가만 내버려둬도 죽기도 하고 여자와 자기도 한다. 그런 법이다.     

#19 . 바닷가 전경, 파도 밀려온다 (현재)     

#20. 철민의 바, 내부

쥐와 동수, 맥주 퍼마시고 있다.. 그러다 동수, 구역감을 느끼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쥐, 피식 웃는다.     

#21. 동 화장실

   문열고 뛰어들어오는 동수, 그 눈에, 바닥에 쓰러져있는 지영이 보인다. 동수, 변기에 토해      낸다...

    한참을 그러고나서, 물 내린다. 그제서야 생각난 듯 옆의 지영을 보면, 지영, 천연덕스럽       게 돌아눕는다

동수 (지영을 흔들며)이봐요

지영 (무어라 중얼대며 동수의 손을 뿌리친다)

동수  여기서 자면 안돼요

지영 (하지만 잔다)

 -사이-

쥐와 동수, 지영을 화장실바닥에서 일으켜 세우다.

동수  (쥐에게)일행이 있을거야.

 (쥐와 동수, 지영을 데리고 나간다. 지영의 무릎에 난 상처)

동수n. 그러나 바에는 아무도 그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22. 바에 딸린 방. 그날밤.

한쪽에서 쥐, 술기운에 곯아 떨어졌고 동수와 지영, 나란히 누워있다. 지영의 무릎에 밴드 붙여져있다. 지영, 속옷만 입은채.

지영, 돌아눕다 양옆의 쥐와 동수를 보게 된다. 화들짝 놀란다, 자기 옷을 후다닥 입는다.      

지영 (옆의 쥐부터 가만 흔들며)이봐요.  여보세요

동수 (깨서 일어난다)

동수 일어났어요?

지영  누구.. 누구야 넌?

동수 (어이없어)기억 안나?

지영  (급히 일어나다 현기증)

동수 (일어나 부축한다)

지영  집에 가야 돼. (나가려고. 그러다 비틀)

동수 (잡아주며) 이 상태론 못가. 아직 술도 안 깼고.

지영 그럼 미안하지만 데려다 줄래? (하고는 힐끔,

   자고있는 쥐를 본다)

동수 왜 나한테 반말이지?

지영(웃고)나 스물 하나. 넌? 너도 비슷해 보여서.

동수 가자 (둘 나가고 쥐, 계속 잔다)     

#23. 달리는 택시 안.

지영의 자취방으로 가는 택시. 뒷자리에 동수, 지영 타고.

지영 날 버려두고 갈수도 있었을텐데

동수 내 친구 중에 급성 알콜중독으로 죽은 녀석이 있어.

      위스키를 잔뜩 퍼마신 뒤에 멀쩡하게 작별인사까지 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씩씩하게

      갔지.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죽었어. 아주 멋진 장례식이었지.

지영 그래서 나를 밤새 간호했다는거야?

동수  사실은 네시쯤 돌아갈 생각이었어. 그러다 그만 잠이 든거야. 아까 니가 깼을 때 사실

      이제 됐으니 갈까 했는데 결국....

지영   굉장히 친절하시군.

   (하고는, 창으로 시선)          

#24. 철민의 바.

실내 한가하다. 철민 동수, 술잔들을 닦고 있다.

동수  (힘들게 말 꺼내는)가끔 와?

철민  누구, 걔?  남자랑 몇 번 오기도 했는데...왜, 생각있어?

동수 아니. 그냥 물어본거야. 술집 화장실에서 뻗어있는 여자는 처음 봤으니까.

철민   아서라, 그런애들하고 엮여서 좋은거 없다.

동수  그렇게 한 단면만 보구 판단할건 아니지. 얘기해보니까,

철민   말까지 텄어?

동수   동갑이더라구.

 (그때 쥐, 들어온다. 둘에게 와서)

쥐, 어이!

철민  임마. 할 일없음 바닥 청소나 해.

쥐   술, 술이나 줘.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철민 (가서 머릴 툭 치며)일당 줄테니까.

쥐   형!

철민   왜.

쥐  의처증 고칠수 있어?

철민 아버지 또 그러냐?

동수 (뭔 얘긴가 해서 온다)

쥐 (동수 의식한 듯) 아냐, 술이나 해.

철민  바닥 청소하면 오늘은 공짣. (하고는 저만치 있는 대걸레 집어온다. 쥐에게 주면서 )자!

쥐   으이씨.. (마지못해 대걸레질 하는)

(그때 문열리는 소리)

(동수, 돌아보면 지영이다. 반가운 빛이 살짝 스치는 동수)

지영 (동수에게 눈인사하고 빈테이블로 가서 앉는다)

철민 (가서 )  맥주?

지영  (끄덕)

동수 (망설이다 지영에게 가서)괜찮아요?

지영 뭐래, 우리 말 트지 않았어?

쥐 (그말에 힐끔 돌아보고, 지영과 시선 마주친다..그러다 쥐, 마저 대걸레질)

동수 (머뭇머뭇 지영 맞은편에 앉는다)

지영 여기서 알바해?

동수  응, 고향 선밴데,

지영   그렇구나...

동수  (머리 긁적인다)

지영 (웃고)

쥐 (철민에게 눈짓으로 지영, 누구냐고 묻는)

철민  (쥐에게 가서)한번도 본적 없어? 가끔 와..

쥐 (그제야 생각난 듯)아, 화장실, 걔...

철민 (머리 톡 치며 )조용히 해.

지영 (그 말 듣고 쥐를 본다. 다시 동수 보고) 그때 우리 셋이었나?

동수   언제? 아, 맞어. 셋. 나, 너, (쥐를 눈짓으로)쟤.

지영   웃긴다. 쟨 이름 없어? 넌 이름 뭐야?

동수   동수, 강동수, 넌?

지영(쥐 보면서 ) 쟨?

동수   쟨 쥐야. 그냥 그렇게 불러

지영   세상에 , 그런 이름도 있어? (하고는 한참 쥐를 본다)

동수   치사하다. 내 이름은 가르쳐줬는데.

지영  (씩 웃고)안지영.

동수 (작게)안지영..

지영   너, 나 좋아해?

동수 (당황)  뭐? 얼마나 봤다구? 게다가 난 술집 화장실에 처박혀있는 애는 질색이거든.

지영 (웃고,, 쥐에게) 어이 , 쥐!

쥐(돌아보면)

지영 (오라고 손짓)

-사이-

 셋, 동석했다. 맥주 마시며.     

지영 (쥐에게)넌 뭐해?

쥐 술 마시잖아. 이것밖에 안해.

동수  소설써. 섹스가 없고 죽음이 없는 그런 소설.

쥐 (동수 툭 치며 조용히 하라고 )야.

지영 (끄덕이며)아, 그래보여.

쥐 (픽 웃고)아냐. 아무일도 안해. 하기 뭐 가끔.....

지영  근데 왜 니 소설엔 세스가 없고 죽음이 없지?

쥐 그냥....더럽잖아. 결혼제도란것도 사실 합법적 섹스를 하기 위한 그루밍 장치잖아.

지영  너두 나만큼 삐딱하구나

동수 뭐야..나만 빼놓구.

지영 (동수에게) 너 섹스해봤어?

동수 (당황)

쥐 (웃음 터뜨린다)          

#25. 밤거리, 그날밤.

셋, 토닥토닥 장난하며 걸어간다. 그러다 갑자기 퍼붓는 비....

동수, 당황하는데 쥐, 자기 손으로 손우산 만들어 지영을 받쳐준다.

동수. 야, 니들 그러니까 영화같다.

 (쥐와 지영, 보고 웃는)     

#26. 지영의 자취집 외경     

#27. 동 지영의 방.

쥐, 술취해 잠들어있고 밖에 빗소리...

동수, 지영, 서로 무릎을 괴고 마주앉은.

싸구려 가구들 즐비...     

동수 (둘러보며)혼자살어? 무슨 일을 하는데?

지영  너하고 상관없잖아

 (하고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문다. 또 한 개비  꺼내 동수에게 준다. 동수, 지영먼저 불 당겨주고 자기도 피운다, 둘, 서로를 응시..)     

지영  저 말이야,, 이것만은 기억해둬. 나는 분명 술을 많이 마셨고 엉망으로 취했어.

      그러니까 좋지 못한일이 있었더라도 그건 다 내 책임이야.

쥐 (돌아누우며 끙, 한다)

동수 (그런 쥐를 보고 픽 웃는) 하지만 나랑 내 친구는 너한테 나쁜짓 하지 않았어.

지영  여태 궁금한게 있어. 물어봐도 돼?

동수 ,,,

지영 근데 왜 내 옷이 벗겨져 있었지? 의식을 잃은 여자와 자지 않았다고 해서 다가 아냐.

동수 (담뱃재 털며) 니가 벗은거야 스스로.

지영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할수 있어?

동수  맹세한다니까

지영 (담배 끄고) 해장이나 하고 가. (하고 밖으로 나간다)

동수 (자는 쥐를 보며) 이놈은 어쩌구?

지영 (잡아 끌며)자라구 해.     

#28. 해변 전경

카메라, 한산한 새벽 해변을 쭉 따라가다, 식당하나 발견.     

#29. 동 식당 내부

해장하는 사람들. 동수와 지영, 마주앉아 먹고 있다. 동수다 땀을 흘리자 지영, 냅킨집어주고

동수, 닦는다.     

#30. 철민의 바. (며칠후 )

동수, 테이블 정리한다.

카운터의 철민, 커플이 계산하고 나가면,

철민    (동수에게)이놈 며칠째 안보이네?

동수  글쎄?

철민 어디 아픈거 아냐?

동수  형, 전화번호 알어?

철민  아니, 너도 몰라?

동수 소설 쓰느라 처박혀 있는거 아냐?

철민  (픽 웃으며 )섹스와 죽음이 없는?

동수  무시하지마. 나중에 화제작이 될수 있어.

철민...

 (그때, 문열린다. 동수,  돌아보면 다른 사람들)

철민  니들, 남자들끼리 연애하냐?

동수 아, 아냐 아무것도 (실은 지영을 기다림)

철민 그러고보니 그 아가씨도 요즘 안보이네?

동수 (부러 건성으로) 누구?

철민 왜, 화장실...

동수 아....바쁜가보지 뭐. (그리도 다시 문쪽을 본다)          

#31. 밤해변

동수, 쓸쓸히 혼자 걷는다.

그러나 허전한지, 담배한대 문다. 불은 당기지 않는다..

그러다, 떠올리는 지영의 방, ins.     

#32. 철민의 바 (밤) 외경     

#33. 동, 딸린방.

철민, 동수 자려고 누워있다.

동수, 잠이 안와 뒤척이는데, 문, 갑자기 열린다. 둘, 보면

쥐 (술취한채) 어이!

동수 새끼, 막 자려고 했는데

철민 (베개안고 나가며)이  새끼 왔음 잠으 다 잤다. (나간다)

동수 (일어나 앉는)

쥐 (불켠다)

동수 (눈부셔서 짜증내고)뭐 하는거야, 그동안 뭐했어?

쥐 (들어와 널부러진다)

동수 자식... (다시 불 끄려하는데)

쥐 끄지 마

동수  임마, 난 불 켜고 못자

쥐   밤새 얘기나 하자

동수  미친놈.... (불 그냥 켜둔채)소설이라도 썼어 그동안?

쥐 (그 말에 동수를 지긋이 바라본다)

동수 뭐야, 이 느끼한 눈빛은?

쥐 아냐, 아무것도

동수   뭐, 연애라도 시작했어?

쥐   미친놈. 그 쓰잘데 없는걸 뭐할러 래?

동수 (픽웃고 )자 (누워서 눈감는)

쥐 (그런 동수를 물끄러미 본다.. 자기도 자려고 눕는)     

OL     

#34. 지영의 집 (며칠후 밤)

동수, 지영의 불켜진 창문을 바라보고 이다. 그러다 돌아서려는데,

지영, e.  강동수!

동수  (돌아보면)

지영 ( 문열고 손흔든다) 왜, 세레나데라도 부르지?

동수 (머쓱해서)아팠냐? 통 안와서...

지영   들어올래?

동수  지금?     

#35 동,  지영의 방

동수, 라디오를 켠다.

마침, 시그널 음악 흐르는...

세수하고 들어오는 지영, 간이 화장대 앞에서 로숀 바른다.

동수 지금 들어왔어?

지영  자구가.

동수 (그말에 당황...라디오 볼륨 높이는)

DJ.  여러분, 오늘밤 저는 기분이 최고예요.

     여러분께도 반쯤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그리운 곡, 지긋지긋한곡, 구역질 나는 곳, 뭐든 좋습니다.

     개의치말고 신청해주세요.

지영 (동수보며) 구역질나는 곡 있음 신청해봐. (웃는)

동수 ( 그런 지영을 물끄러미 보다가, 생각난 듯)아..그거, (전화기를 든다)     

#36. 해변

며칠후. 동수, 지영 토닥토닥 장난치며 걷는다.

라디오에서 선물한 T셔츠를 입고 자랑하는 동수. 지영, 웃는.

지영 그거 내거야. 벗어 (벗기려고)내가 신청하라고 했잖아

동수  너한테 맞지두 않어

지영   내가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하다구 했지?

동수  아니, 이젠 상관없어

지영 (시계보고)시간됐어. 나 인제 일하러  가야 돼.     

#37. 레코드샵 외경     

#38. 동 내부.

동수, 둘러본다. LP가 빼곡한...

지영 (매대로 가며)여기야. 여기서 알바해 나.

동수  (농담조로)난 술집이라도 나간다고..

지영 말 안하면 죄다 그렇게들 생각하더라? 내가 그렇게 생겼나?

동수 아니..

-사이-     

지영과 동수, 음료놓고 마주 앉어서

지영 우리엄만 내가 두 살 때 죽었어

동수  ....왜 그런 얘길 하지?

지영   그러구나서 1년도 안돼서 아버진 재혼했어.

동수  그때 넌 아기였는데 왜,

지영 (빤히 보며) 물론 나중에 알게됐지. 그 아줌마, 그러니까 울 아빠랑 결혼한

    그 아줌마, 알고보니 엄마 친구였더라구. 엄마가 죽기전부터 둘이...(담배 꺼내서

    입에 문다)

동수 (그 담배 다시 빼서 넣고) 다 옛날일이야. 더 이상 어린애처럼 굴지도 말고. 잊어.

     잊어야 사는일이 있어. 많지 아주.

지영   넌 왜 니 얘길 안해?     

동수 나? 난 별로...지극히 평범하게 살았으니까. 엄마나 아버지가 일찍 죽지도 않았고

    둘중에 하나가 바람을 핀적도 없고...모르지, 아버지가 지방 발령을 받아서 3년정도

    내려가 있었어. 그때 엄마가 유난히 안절부절했지. 그당시 어쩜....아버지한테 다른 여자가

    있었을수도 있겠지. 그냥 그 정도? 대학을 들어오면서 난 독립을 했고, 알바를 하면서

    내 학비는 내가 댔어. 가끔은 장학금도 타고..(머쓱)

지영   잘살아 집은?

동수  그냥 그런...밥을 굶은적은 없으니까.     

#39. 동수의 아파트 외경, (과거, 밤)     

#40. 동내경, 거실정도

부(늦게  퇴근해 들어오며)여보!

모 (방에서 후다닥 뛰어나오며 남편 가방 받아든다)

e.화장실 물내리는.

 (이어서 고교생 동수 나온다. 부 보고 고갯짓으로 인사)

부   임마, 아버지한테 그렇게 인사하는 놈이 어딨어.

동수  (꾸벅)오셨어요

부(모에게)나 배고파, 뭐해?

모  우리 전부 안먹었어요 잠깐만요. (하고는 황급히 주방으로)

부 좀 씻을께! (하고는 양복 윗도리 벗고 욕실로 들어가는)

동수  (주방으로)     

#41. 동 주방

모, 냉장고에서 바삐 음식을 꺼낸다.

동수, 밥상 차린다

-사이-     

셋, 저녁먹는. 부, 국이 얼큰한지 맘에 들어하고.

모, 그걸보고 싱긋 웃는.

부, 그런 모를 보고 칭찬하듯 눈짓.

동수, 묵묵히 밥 먹는     

동수 (부에게)아버지, 저, 생물학 하려구요

모   아버지 식사하시잖아. 이따 얘기해

동수  ...

부  겨우 생각해낸게 생물학이야?

동수  난 동물이 좋아요

부  미친놈. 돈이 좋아야지, 동물이 좋아서 뭐해!

셋, 침묵....

동수 (실망해서 꾸역꾸역 밥 먹는)     

#42. 동, 아파트 외경     

#43. 동, 동수의 방.

밤늦게까지 입시공부하는 동수, 그러다 옆의 빈물잔을 발견하고 물뜨러 나간다          

#44. 동, 거실

동수, 물 뜨러 주방쪽으로 가는데,

e.안방에서 섹스소리..

마침, 문도 조금 열려있고.

부, 탐욕스럽게 섹스에 열중해있고 모, 체념한 듯 눈을 꼭감고 받아드리는..

동수, 만감에 젖는다.     

#45. 지영의 방 (현재)     

동수  (이율배반적으로)그래선가, 난 쥐처럼 부자를 혐오하지 않아.

지영 근데, 왜 계속 쥐라고 불러?

동수 지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어. 나도 쥐처럼 글에 취미가 있지ᅟ간 정말 글로 밥을

     빌어먹고 살지는 장담 못해. 하지만, ..

지영 재미없어. 섹스, 죽음이 없음 무슨 재미로 읽어?

동수  그런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어....너랑 자고싶다.

지영 (..고개젓는)

동수 (한손으로 지영의 볼을 매만진다)     

#46. 해변

바다 보면서 동수, 쥐. 캔맥주 마시며     

쥐   너 여자랑 자본적 있어?

동수 임마...넌....

     지금까지 세명의 여자랑 잤지.

쥐  ...

동수  첫여자는 고등학교때 같은반 아니였는데 우리는 그때 열일곱살이었고 서로를

      굳게 믿고 있었어     

#47. 풀숲 (과거)

동수, 나레이션에 따라 여자 보여지는.     

동수 n.황혼녘의 풀숲에서 그녀는 갈색의 슬립을 스르륵 벗고 흰 면양말을 벗고

      원피스를 벗고, 사이즈가 맞지 않는 기묘한 속옷을 벗고, 조금 망설인뒤에

      손목시계를 풀었다.

     (신문지 한 장을 펼친다)

(그 신문위에서 둘, 서로를 안는다)     

#48. 해변 (현재)

동수 (마시고) 우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달후 갑작스레 헤어졌어. 이유는

    잊어버렸는데, 잊어버릴 정도의 이유였겠지

쥐  그리고는 안 만났어?

동수 (끄덕)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엔 가끔 걔 생각을 해. 그뿐이야.

쥐. 그렇게 딱 한번  잔거야, 자식?

동수 웃어? 당연 두 번째도 있지.      

#49. 명동역 근처.(과거)

카메라, 동수의 나레이션 따라 여자를 보여준다.     

동수 n.명동역에서 만난 여자였다. 마치, 히피같은 여자애였는데 열여섯이었다.

     돈도없고 잠잘데도 없고 가슴도 거의 없었지만 눈은 예리하고 예뻤다.     

#50. 동수의 하숙방

명동여자, 동수, 토닥거리며 동거한다. 동수 나레, 따라 카메라 보여주는.

동수 n.  그애는 일주일 가량 내 아파트에 머물렀다. 매일 정오가 지난후에야

     일어났다.

     담배를 피우고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고, 이따금 나와 시큰둥하게 섹스를 했다.

 (여자, 정말, 시큰둥하게 섹스하는)

-사이-

섹스후에 잠든그녀. 동수, 소리나지 않게 몰래 그녀의 가방을 열어본다. 몇벌의 옷과

속옷들, 탐폰이 한통 들어있다)     

#51. 해변 (현재)

동수, 쥐.

동수  넌 어디서 왔니, 하고 물으면 걘 니가 모르는 곳에서, 라고만 대답했어.

      그리고는 어느날, 수퍼에서 식료품 봉지를 끌어안고 돌아와보니 사라졌더라구.  

      그리구 ...딱한장 메모를 남겼지,

메모, ins “징그러운놈”

쥐 (키득 웃는)

동수 세 번째 여자는 대학 도서관에서 알게 된 불문과 여대생이었어. 그앤,     

#52. 캠퍼스 테니스코트옆 잡목림 (과거)

목을 매단채 죽은 불문과여.

동수 n.그녀의 시체는 새학기가 시작될때까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서 이주일 내내

    바람을 맞으며 매달려있었다.          

#53. 동수의 자취방

그녀, 동수 바지속의 페니스를 잡으며

여자  당신의 ‘레종 데트르’     

#54. 해변 (현재)

동수  그렇게 말했어.

쥐    그게 무슨 말이야?

동수 나의 존재감이라는 거지. 나는 전에 인간의 존재이유를 테마로 한 짧은 소설을

     쓰려고 했었어. 결국 완성은 못했지만, 곰곰이 ‘레종데트르’에 대해 생각했지.

     그때부터 이상한 기분이 생겼어.

쥐  어떤?

동수  모든 사물을 수치로 바꾸는거야.  약 8개월동안 난 그런 충동에 시달렸어. 전철에

     타면 승객수를 헤아리고, 계단수를 전부 세고, 시간만 나면 맥박수를 셌지.

쥐  미친놈

동수 (웃고)당연히, 내가 피운 담배갯수나 올라간 계단수까지. 하지만 누구하나 내

   페니스 크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

쥐  고로 넌 니 자신의 레종데트르를 상실하고 외톨이가 됐군.

    (그러다 저만치 보고)니 여친님 오신다

동수 (돌아보면)

지영 (해맑게 웃고 손짓하며 다가와 동수 옆에 앉는다)

쥐  안녕?

지영 (눈인사하고)나, 상가에 다녀오는 길이야.

동수 (화려한 옷차림에) 그렇게 입구? 누구?

지영 (태연하게)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뇌종양을 앓은지 오래 됐거든.

쥐  (지영을 유심히 보다가) 너도 부자구나

지영   나 사는거 보고두 그래?

동수  누가 알어, 재벌 3세가 반항하고 있는건지 (쿡 웃는)

쥐    우린 서로 같아. 같은 종류의 인간들이지

동수  유치하긴 둘다...

지영 맘대로 생각해. (동수의 캔을 마신다)     

#55. 해변.

지영과 동수, 장난치며 물로 달려간다.

갑자기 퍼붓는 비...

둘, 숨을 곳을 찾으러 두리번...

동수, 격해져서 지영을 와락 끌어안고 키스한다.

지영, 쥐가 보고 있어 밀어내려 하지만, 이내 자신도 동수의 입술을 탐한다.     

먼발치서 그런 둘을 보는 쥐...          

#56. 레코드샵 전경 (다음날)     

#57. 동 내부

지영, LP판을 정리하다 전화기를 본다.     

#58. 철민의 바.

손님상 치우고 있던 동수, 철민이 건네준 전화기 받는다.     

#59 지영, 동수 전화.

동수 테이블 정리하고 있지, 넌?

지영 저녁에 집으로 올래? 저녁먹자 같이

동수 너 요리할줄 아냐?

지영  오늘 좀 일찍 왔어. 비프스튜 만들건데 같이 먹자구. 난 기다리는건 딱 질색이야.          

#60. 밤거리..     

#61. 지영의 방.

지영, 제법 근사하게 테이블 세팅한다.

그러나 동수, 더워서 손부채 요란하게...덜덜이 선풍기 소용없고.

동수 내가 에어컨 한 대 놔줘?

지영 웃겨, 돈 있어?

동수  음식땜에 더 더운거 같아.

지영  사실 나도 이렇게 더울줄은 상상도 못했어.  (이마의 땀 닦는)

      꼭 지옥같다.

동수 지옥은 훨씬 더 덥대.

지영 실제로 구경하고 온 사람처럼 말하네

동수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 너무 더워서 머리가 돌 지경이 되면 조금 시원한

     곳으로 보내준대

지영  그럼 지옥두 갈만하네

동수 끝까지 들어. 근데 그곳에서 조금 회복이 되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지지.

지영   뭐야, 엉터리

(둘, 먹기 시작하며)

동수 그런거지, 하지만 더러는 머리가 완전히 돌아버려서 원래 있던곳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녀석도 있대.

지영 그럼 어떡해?

동수 천국으로 데려간대

지영  대박

동수  그런데 그곳에서 벽에 페인트칠을 하라고 시킨다는군. 천국의 벽은 항상

    깨끗해야 하니까. 안그럼 이미지가 나빠지거든

지영  지옥이 훨씬 솔직한 곳 같아

동수  (찬찬이 지영을 본다)

지영 (민망해서 TV키려고)너 TV 안봐?

동수  요즘은 자주 안봐. 대신 어릴적 본  ‘돌아온 래시’는 여전히 생생히 기억해

지영  그래서 생물학을 택한거야?  대신 그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게 아이러니네?

동수 n. 난 그녀에게, 고양이를 사용한 실험얘기를 하지않았고,

      대상을 죽이는 일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주로 심리적인 실험이라고. 하지만 두달 동        안에 서른 여섯마리의 크고작은 고양이를 죽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1949-)

#62. 철민의 바 외경     

#63. 동 내경

 쥐와 동수 마주앉은. 쥐, 멍하니 술을 보고만 있지 마시지 않는다.

동수 (술 마시고)너 무슨 일 있냐?

쥐   너야말로 뭔가 있는 얼굴인데 (픽 웃고 핀볼게임기 보며)저거나 할까?

-사이-     

둘, 열나게 핀볼 게임하고 있다.

동수  너 무슨 일 있지?

쥐 아무일도 아냐

동수 (쥐를 잡으며) 얘기해 짜식아. 나한테 못할말이 뭐있어.

쥐   부탁이 있어

동수 뭔데?

쥐   사람을 만나줬으면 좋겠어

동수 ...여자?

쥐 (끄덕)

동수 n.하지만 쥐는 그녀를 데려오지 않았다. 대신 자기 집으로 날 데리고 갔다.     

#64. 쥐의 집 외경

차고에 비싼 외제차 2대.     

#65. 동 쥐의 방

가정부, 둘이 먹을걸 놓고가면,

동수 너 진짜 부자구나.

쥐 (먹으며)울 아버지 옛날엔 굉장히 가난했대. 그러다 화학약품을 어떻게 손에 넣고

    방충 연고를 만들어팔았지. 이후엔 영양제를, 그리고 다음엔 세제로 바꿔탔어.

   그러다 누에밭을 사들인게 부동산붐이랑 맞아떨어져 크게 성공했지. 대강 이래..

동수 (먹으며)남의 말처럼 하네?

쥐  소문이 그래. 직접 아버지한테 들은적은 없으니까. 넌 어른들 말을 다 믿어?

동수 반은 믿고 반은 안 믿지.

쥐  너, 내가 쓴 소설 읽어볼래?

동수 (비웃듯)  섹스가 없고 죽음이 없는 밋밋한?

쥐  새끼. 안보여줘 그럼...(진지하게 )진짜 안볼래?

동수  안봐 (하곤 심드렁하게 건배)

덩스 n.그날밤 난 쥐의 소설을 읽어야 했다. 쥐가 하고자 하는말이 거기 있었으니까...     

#66. 도로 , 그날밤.

쥐, 럭셔리한 차 한 대 몰고 나와 질주한다. 옆에 동수 탔고.

동수 (겁이 나서)좀 천천히 밟아

쥐 너같은 놈이 언제 이런거 타보겠어?

  (차선 이탈하고 엉망)

동수 너 면허 없지?

쥐  그런게 무슨 상관이야 (하고 유턴하는데,

    차, 훌러덩 넘어간다)

(동수, 먼저 차에서 빠져나오고, 핸들에 피흘리며 얼굴 묻고 있는 쥐를 간신히 빼낸다.

 한팔을 어깨에 두르고  히치하이킹..)     

#67. 병원 응급실, 그날밤

머리에 붕대감고 있는 쥐, 의식이 돌아와 눈 뜬다. 옆에서 팔깁스한 동수, 보고 있다.

동수 너 미쳤어 임마. 죽을래면 혼자 죽지

쥐. 짜식, 치사하게. 그러게 왜 내 소설을 안 읽어?

동수 그게 이유야?

쥐  왜 나같은걸 살렸어? (그러다 시선 다른곳으로)

동수 n.쥐의 무면허 운전은 부자인 아버지덕에 조용히 묻혔다.     

#68. 거리

팔깁스한 동수 지영 다정히 걷지만 더워 죽겠다...

마침, 중고샵앞을 지나치다가 동수, 중고 벽걸이 에어컨에 시선.

동수 저거 하나 사줘?

지영 (떠보는)일단 사주고 얘기해.

동수 너 이렇게 오래 나와있어도 돼?

지영 (속이 거북한 듯)

동수 너 더위먹었다.  이리와 (하고 지영을 대리점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매장, 시원...다른손님에게 스탠드형 에어컨을 보여주던 사장, 둘을 보고는)

사장  어서오세요

동수 구경좀 할게요. (낮게 지영에게) 시원해서 살거 같아.

지영 촌스러

동수  스탠드형은 니 방에 넘 커.

지영 (픽 웃으면)

동수 내가 벽걸이 하나 해줄게

지영  알바비 다 합하면 그쯤 돼? (픽 웃는)

동수 되지 그럼....나 비싼 알바야 (사장에게)저기요!

지영 (말리며)나가나가 (잡아끄는데)     

#69. 지영의 밤.

그 벽걸이 에어컨 설치해주는 기사.

흐뭇한 듯 바라보는 동수, 그런 동수를 어이없이 바라보는 지영

-사이-

다 설치한 기사 가고, 동수, 지영, 편안하게 누워서.     

지영 지난밤 꿈이 대박이었어 사실

동수 어떤 내용인데?

지영 내용은 잊어버렸는데 깨고나서 기분 넘 좋았어

동수  그러니까 내가 니 꿈을 실현시켜준 셈이네?

지영 오바하지마. 이 정도는, 내 알바로도 충분했어. 잠깐 덥고 말지, 하고 안한거지

동수 (지영쪽으로 돌아누우며)우린 언제 같이 자? (칭얼)응?

지영  (밀어내며)더워, 저리 가.

동수  (떨어지며)치....

지영 (하품한다) 시원하니까 졸립다

동수  자 그럼..

지영 늑대를 옆에 두고?     

#70. 철민의 바 외경     

#71. 동 내부

철민, 동수 영업준비, 동수 깁스 풀었고.

철민   니 주제에 에어컨을?

동수  형 제발...돈좀 땡겨주라

철민 너 개학하면 올라갈거 아냐

동수 응? 서울가서 알바하면 다 갚을게, 계약금만 줬단 말야

철민  그런 기집애하테 미쳤니?

동수 (발끈) 그런 기집애?

철민   난 느낌이 안 좋아

동수  말조심해. 착한애야.

철민, 건, 두고봐야 아는 일이고

 (그때 쥐, 들어온다. 머리에 큰 반창고)

쥐  형!

철민 (동수, 쥐를 번갈아보고)징그러 둘다.

-사이-     

동수, 손님 테이블에 세팅해주고,혼자 마시고 있는 쥐에게 온다     

동수 나, 걔한테 에어컨 해줬다? (앉으면)

쥐 누구? 지영이?

동수 야 임마. 형수님이라고 불러

쥐 미친 새끼. 니들 잤냐?

동수 아마, 곧, 금방...

쥐 공염불을 해라

동수 섹스만이 사랑은 아니잖아

쥐  너 그렇게 뜸들이다 딴놈한테 빼앗긴다.

동수 너나 잘하세요. 그래서 복학은 진짜 안할려구?

쥐  끝난 얘길 뭘로 해? ..저말야..

동수 (솔깃) 응?

쥐  아냐 아무것두.

철민 (지나가다)너두 여자 문제냐?

쥐 아냐 형..난 여자같은거 필요없어.

철민 쉰소리하고 있네.

동수 (쥐에게)할말이 뭐였어? 궁금하잖아.

쥐  다음에, 다음에 할게 (술 마시는)          

#72. 지영의 방.

지영, 아파서 누워있다. 에어컨도 끈채

동수 (들어오며)가게갔다 오는거야. 오늘 출근도 못했다며..(손부채)아 더워..에어컨을 왜

   끄고 있어 (키려고 하자)

지영 아냐. 키지 마. 오한이 나.

동수 촌스럽긴, 그새 냉방병?

지영 왜 왔어?

동수 (지영의 이파 짚는)걱정됐으니까 왔지. 열도 없는데? 아닌가?

지영  밥 먹구 가 (일어나려고)

동수 됐습니다요 마님. 쇤네, 3분 라면 먹고 왔습니다.

지영 왜 그런걸 먹고 다녀?

동수 (에어컨 기어코 틀며)젤 낮게...

지영  고집은...요즘 그 친구랑은 잘 지내?

동수 누구? 쥐?

지영 (끄덕)

동수 몰라, 할 얘기가 있는거 같은데 할래다 말고 할래다 말고 그러네

지영 사람 너무 믿지 마.

동수 믿구 안믿구 할거나 있나 뭐. 만나면 술이나 퍼마시는데....그런 너두 믿지마?

지영 (눈흘기며)그래, 믿지 마.

동수 (옆에 누워 지영을 가만히 끌어안는다)

지영 (밀쳐내며)더워

동수  언젠 춥다매

지영 (다시 품으로 파고든다)

(그 상태로 둘 가만 있는...)

지영 우리 나가서 밥 먹자. 라면으로 돼?

동수 아픈데 어딜 나가?

지영 (눈짓으로 에어컨 보며)덕분에 좀 나아졌어.     

#73. 예전 해변 그 식당.

동수 지영, 해맑게 장난치며 밥 먹는다.     

#74. 횡단보도 앞.

동수 지영, 신호 바뀌길 기다린다.

동수, 지영의 손을 가만히 잡는. 지영, 미소짓고.

드뎌, 파란불로 바뀌고, 지영, 먼저 거넌다. 두따라 동수 건너는데 갑자기,

e끽 , 급정거소리.

(동수 보면, 동수 옆에 급정거한 승용차.

 동수, 가슴을 쓸어내리고, 운전석으로 가는데

 운전자, 무시하고 그냥 내뺀다

 동수, 욕하고, 건너려다 저만치 보면 지영이 안보인다.

 그 자리에 선채 멍하니 지영을 찾는...

 그러다 신호 다시 바뀌고,

  기다리던 차들, 동수에게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는...동수, 그렇게 홀린채 차도 한복판에)     

#75. 철민의 바, 외경. 다음날.     

#76. 동 내부.

동수, 철민에게서 수화기 건네받는

동수, 지영 통화

동수 너 어제 어떻게 된거야?

지영 미안...나, 내일 여행가.

동수 뭐? 그몸으로? 어디루 가? 누구랑?

지영 조용하고 시원한 곳으로.

동수 얼마나?

지영 일주일?  돌아오면 전화할게 (끊는)

동수 (끊어진 전화에 대고)지영, 야, 안지영!     

#77. 지영의 집앞. 며칠후.

불꺼진 지영의 방을 하염없이 보고 서있는 동수.

동수 n.일주일이면 돌아온다던 지영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78. 스산한 느낌의 해변...

가을이 오고 있다.     

#79. 철민의 바.

문이 열릴때마다 혹시나 하고 돌아보는 동수.

손님에게 서빙하던 철민, 와서 툭 치며

철 누구? 지영이 기다려?

동수 (둘러대며)쥐, 그 자식 오늘두 안 나왔어?

철민  그러게..매일 출근하던 놈이. 너, 지영이 기다리잖아.

동수 아냐. 형...전화줌 쓸게 (쥐에게 전화거는)

동수 임마, 너줌 어때? 왜 안 보여 요즘? (...전화기 내려놓는다)

동수n.  쥐는 그렇게 아팠다 일주일정도. 가을이 다가온탓도, 어쩜, 내가 보지못한

      그여자 때문일지도 모른다.      

#80. 쥐의 집 외경     

#81. 동 쥐의 방.

동수 (들어서며)나 왔어

쥐 (쓰다가막힌 컴 화면을 보며) 소설이 안나가...

동수 무슨 일이야

쥐 (피로한 눈으로 잠깐 동수 보고, 다시 화면으로)

동수 너 혹시 그여자랑 문제있어?

쥐 (피식 웃는)

동수 짜샤. 세상에 널린게 여자야.차일거 같음 니가 먼저 차.

쥐  우리 드라이브나 다시 할까?  그때 신났잖아 영화처럼.

동수 (쥐의 뒤통수 때리고)미친놈.

쥐  섹스는 진짜 죌까? (동수 보면)

동수 ?...     

#82. 철민의 바.

쥐, 미친 듯 핀볼게임한다. 걱정스레 그걸보는 동수, 철민.

철민 내가 보기엔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는거 같아. 그 마음 알지

동수 여기 이렇게 나두 있구 형두 있는데?

철민 이제 곧 모두들 어딘가로 갈거 아냐.. 학교나 직장으로. 너도 방학 끝난면 갈테구.

동수 저놈은 휴학을 할 일이지, 왜 자퇴를 해선...

철민 그 여자는? 아직도 못 만나봤어?

동수  아니, 안보여줘.

철민   아마도 그게 틀어진 모양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동수 그럼 안좋게 헤어진걸까?

철민 모르지 그거야... (동수를 물끄러미 보고)넌 전부터 그런 느낌이 늘 있어. 다정하지만

     뭐랄까, 모든걸 달관한듯한? ...뭐, 나쁜뜻은 아냐.

동수 내가?

철민  그러니 쥐가 속내를 다 털어놓지를 못하는게 아닐까?

동수 내가 그랬어?

철민 난 너보다 한참 나이가 많아 그건 그만큼의 많은, 여러 가지를 겪었단 얘기야. 뭐랄까,

동수 (웃는)노파심

철민 그래..노파심이라고 해두자.     

#83. 가을해변

 쥐와 동수, 수영하고 있다. 가을물이라 춥다..외국인 몇 보이고.

쥐 (먼저 물에서 나와 모래에 앉는다)

동수 (뒤따라 나온다. 옆에 앉아 수건으로 물기 털며)확실히 가을바단 달라 (전율)

쥐  여기다 리조트 같은거 지으면 대박나겠지?

동수 니가 그런말 하니까 이상하다...

쥐  내가 뭐어때서, 가업을 잇겠다는건데. 그럼 울아버지 대박 좋아할걸?

동수 소설은?

쥐 (가만 고개 젓는)

(그때 생뚱맞게 헬기 하나 날아와 저만치 착륙, 이는 모래바람..)

쥐 (헬기 보며) 어릴땐 조종사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눈이 나빠서 포기했지

동수 그래?뜻밖인데?

쥐 하늘을 좋아해.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을땐 보지 않아도 되고 말야.

동수 (담배 태운다)

쥐  내가 이런말을 자꾸 하면 넌 구역질이 나겠지만 때때로 나는 내가 부자라는,

   우리 아버지가 부자라는 사실이 못 견딜만큼 괴로울때가 있어. 도망치고 싶어진다고.

   이해할수 있어?

동수 글쎄..그럼, 도망 치면 되잖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야

쥐 아마도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 (하늘 잠깐 보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야. 그것도 나쁘진 않지

동수 복학할 방법이 있을거야. 내가 알아봐줘?

쥐 (피식 웃고)아니. 이미 끝난일이야. 안그래도 그 일로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이야. 돌아가구 싶지 않아.

동수 왜 그만뒀는데?

쥐 글쎄...지겨워서 아니겠어?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노력을했어.          

#84. 학교 캠퍼스 (과거)

쥐, 데모대 선봉에섰다..

전경들, 제압하고...

그러다 쥐, 잡혀서 곤봉으로 마구 맞는다.

쥐 n. 나를 생각하는것만큼 타인도 생각해봤고. 하지만 때가 되자 결국은 모두 자기자리로

    돌아가더라고. 그런데 나만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어. 의자 차지하기 게임같은거지.

텅비고 스산한 캠퍼스, ins.     

#85. 해변 (현재)

동수 그래서 이제부턴 뭐할건데?
 쥐 글쎄..

동수 (툭치며)그 잘난 소설을 쓰면 되겠네

쥐 (머리 박박긁으며)그게 안돼 요즘 안돼. 영 안 나가. 그래도 써야지.

동수  임마, 생업을 생각해야 될거 아냐.

쥐 소설은 생업이 안되나? 좋은 소설을 쓸거야 언젠가는. 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쓸때마다 내자신이 향상된다는 생각이 들어. 최소한 어릴적 나는 아니니까.

동수...

쥐  너한테 얘기할걸 거기다 썼는데 넌 안 읽었어. 후회할거야.

동수 그나저나 니 여친은 어떻게 된거야? 철민 형은 니가 이렇게 골골한게 여자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던데?     

-사이-

둘, 걸으며

쥐  솔직히 말하면, 그 일에 대해서는 너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바보같은

    얘기여서 말야.

동수  하지만 지난번엔 의논하려고 했잖아?

쥐 그랬지. 그런데 하룻밤 생각하고 그만뒀어. 이 세상에는 어떻게 손을 써볼수 없는 일도 있

   있더군. 예를 들면 충치같은거..어느날 갑자기 쑤시기 시작하지. 누가 위로해줘도 통증은

   멈추질 않아. 그렇게 되면 자기자신에게 무척 화가 나기 시작해. 그다음엔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는 녀석들에게 견딜수 없이 화가 나기 시작하는거야. 내 말 이해해?

동수 조금은...

쥐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구. 모두 같은거야.무언가를 가지고 있는자는 언젠가는 그걸

    잃어버리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자는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수

    없는게 아닐까 걱정하지 그러니까,

동수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단 말이지?

쥐   순진한 녀석...헛소리라고 해두자. (시간보고)오늘은 바이 (하고 저만치 달려간다)

동수 야, 쥐새끼!

쥐 (손짓하는)     

#86. 철민의 바, 외경. 그날밤.     

#87. 동, 방.

철민 동수 나란히 자고 있다.

동수, 꿈을 꾸는 듯.

아마도 악몽을 꾸는지 뒤척인다. 그 기미를 느낀 철민, 깨어서 동수를 흔든다.

동수, 식은땀을 뻘뻘 흘린다. 호흡을 가다듬는데,

e전화벨.     

#88. 동, 홀

울리는 전화를 받는 동수.

지영이다. 둘, 전화.

지영  나야 . 지금 돌아왔어.

동수 임마, 지금이 일주일이야?

지영 미안해 . 화났어? 기다렸구나?

동수  그걸 말이라구?     

#89. 밤거리. 그날.

지영 동수 걷는다.

동수 여행은 재밌었어?

지영 여행같은건 가지 않았어. 너한테 거짓말한거야.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잖아.

동수 (어이없는)왜 거짓말을 했지?

지영 나중에 얘기해줄게 (그러고는 팔로 동수의 목을 감으며)보구 싶었어

동수 (키스한다)..나도 이따금 거짓말을 해.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했던건 작년이야. 거짓말을

   하는건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지.

지영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 인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거대한 두가지 죄악이야.

 (서로를 응시한다)     

#90. 항구 전경.

그날. 저만치 보이는 작은 레스토랑     

#91. 동 레스토랑

마주앉아 식사하는 지영과 동수, 항구 불빛에 매료된 듯..그러다,

동수 (먹고 있던 음식보며)이거 비싸지 않아?

지영 내가 낸다니까. 너 속 끓게 한 값이야. (웃고) 서울 가지 인제?

동수  꼭 최후의 만찬 같은데?  다음주에 시험이 있어. 크리스마스엔 돌아올게.

     12월 24일이 내 생일이야.

지영 염소자리구나

동수 맞아, 너는?

지영  나도 같아. 1월 10일.

동수 왠지 손해 보는 별자린거 같아. 예수님처럼.

지영 그래..(그리고는 테이블 밑으로 자기손을 넣어 동수의 손을 잡는) 니가 없음 쓸쓸할거같      아

동수  다시 만날텐데 뭐.

지영 (동수의 손을 놓는다)     

#92. 레코드샵 (며칠후)

문열고 들어오는 동수. 마치 겨울처럼 스웨터를 걸치고 오한이 나있는 지영.

동수 전화두 안받구 걱정돼서 왔잖아.

지영 (떨며) 잘왔어...추워

동수 추워? 아직 한낮은 30도야.

지영 모르겠어. 괜히 추워.

동수 어디 아픈거 아냐?

지영 (눈물 흘린다...그러다 닦고)무서워.

동수 뭐가?

지영 모든게 다. 너는 무섭지 않니?

동수  (흔들며)무슨일이야. 무슨일이 있었어?

지영 (고개 젓는)

동수 (가만히 안아준다)

지영 (물끄러미 보다가)나하고 섹스하고 싶어?

동수..그럼. 널 얼마나 원하는데

지영 미안해. 오늘은 안돼

동수 ...기다릴수 있어. 충분히. 지금까지도 참았는데 뭐

지영 수술했거든 오늘

동수..!...아기?

지영 응...

동수 (아무말도 못하고 뒷걸음질)

지영  미안해

동수  뭐..가...그럼 너 여행두..

지영 그때 입덧이 심했어..

동수 그래.. 몸조리 잘해. (하곤 도망가듯 뛰쳐나간다)

지영 ...     

#93. 밤거리 그날.

술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동수

동수 n. 데릭 하트필드는 그 방대한 작품량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나 꿈이나 사랑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대해선 늘 비판적이었다. 거기엔

      우주에 대한 관념이 결여돼있으며, 그래서 작품이 아주 뒤죽박죽이란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우주에 대한 관념’이란 말을 그가 할땐 대부분 ‘불모성’을 의미했다.


#94. 우물, 그날밤 동수의 꿈

  동수 나레에 따라 애니로 처리

동수 n.하트필드의 작품중에 ‘화성의 우물’이라는 단편이 있다. 그것은 화성의 지표에 무수히

     파여있는 바닥없는 우물속으로 내려간 청년의 이야기다. 도대체 왜 그런걸 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수 있는지는 지구의 과학자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지       만, 그 우물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몇만년의 세월이 흐른뒤에도 벽돌한개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어느날  우주를 방황하던 한 청년이 우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우주의 광대함에 권태를

     느끼고 죽으려 했던 것이다. 우물밑으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기분이 좋아졌다. 기묘한

     힘이 부드럽게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췄다. 공복감이나 피로감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햇빛을 느꼈다.

     (청년의 입가에 미소)     

#95. 철민의 바. 밤.

 빈 바를 찬찬이 둘러보는 동수     

#96. 쥐의 집 외경

동수, 아직 불이 켜진채 있는 쥐의 방 창문을 올려다본다     

#97. 지영의 방, 앞

불이 꺼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동수.

동수n.   난 그때 깨달았다. 더 이상 그곳은 내가 있을곳이 아니란걸...

OL     

#98. 서울행 새벽열차.

밤을 새워 피곤해보이는 동수가 타고 있다.조촐한 베낭.

그렇게 무심하게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열차....점점 멀어져간다     

동수 n.그러다 난 스물아홉이 되었고 쥐는 서른살이 되었다. 적지않은 나이다.     

#99. 철민의 바, 럭셔리해지고 손님 많아 분주한.

동수 n.철민형의 술집은 도로를 확장할 때 개축되어서 아주 세련된 술집으로 변했다.     

#100. 회사 사무실 안

벽면 한쪽에 증권게시판이 있고,

번듯한 정장차림의 사원들, 바삐 움직인다.

동수, 여과장에게 업무 지시 받고 있다..그때 울리는 동수의 핸폰.

여과장  그렇게 처리하심돼요

동수 예..(하고 자기자리로 가며 핸폰 받는)  강동숩니다

동수, 해란 전화.     

해란 저...

동수  누구시죠?

해란 지난번 톡으로 인사했는데요

동수 아, 은해란씨. (씩 웃는)

동수 n. 나는 증권회사에 들어갔고 하루하루 실적을 쌓고 있었다. 한달전, 대학선배로부터

      여자를 소개받았다. 당시 내가 출장중이어서 사진으로만 서로를 만났다.

e 까페 음악     

#101. 회사 근처 까페

동수, 저만치 먼저 와있는 해란을 찾으며 두리번... 해란, 손을 살짝 들어보인다.

동수 (알아보고 와서는)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해란  저녁은 그쪽이 내는거예요!

동수 당연하죠..

해란 바쁜데 내가 찾아온거 아니예요?

동수 눈문 때문에 해란씨가 바쁠텐데?

해란 오늘 간신히 눈문 제출했어요

동수 통과하면 은박사?

해란 눈문쓰느라 교수님한테 얼마나 야단 맞았다구요

동수 차는 뭐,

해란 배고파요 그냥 일어나요

(둘, 일어난다. 나간다)

동수 n. 우린 그렇게 만난지 석달만에 결혼하기로 했다. 누가봐도 잘 맞는 그림이었다.

    더 이상은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102. 한식집.

동수 해란, 식구들, 상견례한다. 흐뭇한 표정들

e.웨딩송.     

#103. 예식장

식끝나고 행진하는 동수 해란, 즐거운 하객들, 축복하는...     

#104. 드라이브 하는 동수

옆에 해란 아닌 다른 여자.

그녀, 동수의 한손을 잡고 빙긋 웃는다.     

#105. 호텔.

정사하는 동수, 그녀.     

동수 n.가끔 아내 아닌 여자를 안았지만 세 번을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충실하게 늘

   아내에게 돌아갔다.     

#106. 산부인과

임신한 해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수, 벅찬 듯..     

#107. 부부의 아파트 외경.

동수n. 아내는 학위를 취득하고 여기저기 강의를 나갔다.     

#108. 동, 내부

출근하는 동수, 배부른 해란, 뒤뚱거리며 다가와서

해란  이따 7시, 늦음안돼

동수 알았다니까

해란  시사회끝나고 교수님이랑 죄다 인사하니까 정말 ,꼭,

동수  안늦어.

해란  (넥타이를 만지며)딴거 매자

동수 아이고 마님, 쇤네 늦었습니다.

해란 치..

동수 (해란뺨에 뽀뽀)     

#109. 영화 시사회장

영화 끝났고, 교수, 감독, 여주등이 해란, 동수와 담소 나누고 있다.

교수 (해란에게)우리 은박사, 비평 잘 써줘야돼

감독 (깊숙이 인사하는) 다 은교수님 펜 끝에 달려있어요.

해란  영화 자체가 좋은데 나쁜글이 나오겠어요?

동수 (웃는)     

#110. 둘의 아파트 외경, 밤.     

#111. 동 침실

해란 (영화 비평을 쓰고 있다)

동수 (잠옷 차림으로 하품하며 들어온다)언제까지 할거야

해란  당신까지 왜 그래. 글이 안돼. 영화가 그게 뭐야..

동수 어? 이중인격이네

해란 지루해 죽는줄 알았어. 그래두 아는 감독이라..내일 강의준비도 못했는데

동수 (해란을 번쩍 들어안으며) 내일해. 일찍 깨워줄게. (해란 배에 귀를 대는)어?

    이놈 또 발차기했어.

해란 (침대에 앉으며)당신, 인제 글 안 써?

동수   마나님 회사일만두 빠듯합니다.

해란 그래도 당신, 옛날엔 문학 좋아했다며

동수 언젯적 얘기야...자자.

    (해란을 눕히며 자기도 눕는다)

-사이-     

(해란 잠들었고, 동수 뒤척이다 일어나 책상 서랍을 연다. 그럼, 수북한 쥐의 원고뭉치가..)

동수 n. 쥐는 아직도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는 작품을 복사해서 매년 크리스마스에       나에게 보내준다. 작년엔 정신병원 식당에서 근무하는 요리사 얘기였고, 재작년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바탕으로 한 코믹밴드의 이야기였다. 변함없이 그의

     소설에는 섹스장면이 없고 등장인물은 단 한사람도 죽지 않았다.     

#112. 회사 구내식당

바삐 밥먹는 회사원들...동수, 식판에 음식받아 빈자리 찾아 앉는다. 한술 뜨는데 핸폰 울리는.

동수와 지영의 전화     

동수 여보세요 (먹고)

지영 ...

동수?..(끊으려는데)

지영   나야  안지영.

동수...!     

#113. 회사 근처 까페

해란과 처음 만났던.

종업원, 차 두잔 놓고 가면

지영 오랜만이야. 한 10년 됐나?

동수 글쎄..

지영 와이프는 언제 출산이야?

동수 그걸 니가 어떻게...쥐?

지영 가끔 전해듣고 있어 너 사는거...

동수 그럼 쥐하고 가끔 연락하고 지내?

지영  (원고가 든 봉투를 내민다)

동수   뭐지?

지영 usb도 들어있어

동수 ( 꺼내면)

지영 그 사람, 작년말에 갔어

동수 그사람? ...쥐?   그 자식?

지영  응

동수 어딜...죽었단 얘기야?

지영   그것두 애매해. 사고라는데...나중에 유품속에서 약통이 잔뜩 발견됐대.

동수 니가 어떻게 그걸...

지영 (눈짓으로 원고 가리키며) 그 원고, 미완성이야. 마지막 장을 일부러 안쓴거 같아.

동수 (영문 몰라 ....그러다)그럼 혹시 너희 둘,

지영 뭐가 궁금해?

동수  그때 그 아기,

지영 그런게 뭐 중요해

동수...그렇지. 이제와서 중요할 리가 없지..

지영 (발끈해서)넌 늘 그런식이었어. 날 사랑했음, 날 원했음 가졌어야지.

동수...

지영 왜 그렇게 떠났어? 난 아니었는데 , 넌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한거야

동수 아냐 그건..

지영 내가 맞아. 하지만 때가 되면 바람의 방향도 바껴. 그렇게 각자 사는거야

동수  그래두 말해줄수 없어?

지영 (지긋이 바라보며)왜 그렇게 떠났어? 도망치듯?

동수 더 이상 거기서 하수 있는게 없었어.. 방학도 끝나가고...

지영   왜 나한테 더 묻지 않았어?

동수 지금 니 입으로 그랬잖아. 그게 무슨 소용이냐구.

지영 (울먹이며)너, 하나두 안변한거 알어?

동수   내가? ..너두 그래. 그때랑 똑같아

지영 ...갈게 (눈물훔치며 일어난다)

동수  (애틋하게 보다 지영의 한손을 잡는)

지영  가능하면 마지막장은 니가 써주길 바랄거야 그사람도. 그래서 니가 갖고 있든

  뭐, 문학상에 응모하든, 어찌어찌 출판하든 알아서 해

(지영, 돌아서 문쪽으로. 동수의 시선, 그녀를 따르고)

동수 n. 그렇게 우린 두 번째 헤어졌다. 난 쥐가 죽은것도 몰랐다. 죽었다는 작년에도

    원고를 받았으니. 어쩜 내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건 그의 원고가 아닌 지나가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바람의 노랠 들으라고.     

#114. 거리. 그날저녁.

동수, 원고봉투를 낀채 걷다가 저만치 중고 대리점의 벽걸이 에어컨에 시선이 간다.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115. 부부침실

해란 자고 있고, 동수, 잠옷차림으로 침대에서 나와 서랍에서 지영이 준 원고뭉치를 꺼낸다.

컴퓨터를 켜고, USB를 꽂는. ....잠시 생각하다 마지막 장을 써내려간다     

#116. 인천공항  (1년뒤)

미국 출장가는 동수, 배웅나온 해란과 딸 은이.

해란  진짜 가서 딴짓 하면 안돼

동수 아이고 마나님, 의붓증이 심하십니다

해란 (살짝 눈 흘기는)

동수 회사일만도 정신없어

은이 (동수에게 안아달라고) 아빠

동수 (안아서 불 비벼준다. 다시 해란에게 은이 주고) 들어가. 나, 좀 일찍 들어가서 서류좀

   보게.

해란 당신 은근히 신나 있는거 알아?

동수 (살짝 키스하며) 애 칭얼대기전에 얼른 들어가     

#117. 날고 있는 비행기     

#118. 동 내부,

비즈니스석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동수..

승무원, 음료갖다주면 고맙다고..     

#119. 뉴욕전경

바쁜 뉴요커들, 그속에서 금발남자와 나란히 업무 얘기하며 걷는 동수.     

#120. 미국 호텔방

하루 일과를 마친 동수, 가방을 침대에 던지며 털썩 눕는다. 넥타이 느슨하게..그러다

생각난 듯,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낸다. 주소가 적혀있다.

동수 n. 꼭 와야 하는 출장도 아니었다. 이메일로 충분히 해결할수 있는 업무였지만

   꼭  한번은 보고 싶었다. 하트필드는,          

#121. 택시 타고 가는 동수

나레이션 이어지고, 하트필드에게 가고 있는 동수. 하트필드 보여진다.

동수 n. 하트필드의 아버지는 과묵한 전기기사였고 어머니는 별점 보는 일과 쿠키 굽는 일을

    했다. 음울한 소년 하트필드에게는  친구 따윈 한명도 없어서 그는 시간만 나면

     만화책이나 싸구려잡지를 탐독했다. 졸업후, 우체국에 취직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다섯 번째 단편은 20달러에 팔렸다.      

#122. 공동묘지

걸어오는 동수, 꽃을 들고.

동수 n. 대부분 하트필드의 소설은 모험소설과 괴기물이며, 그 두가지를 교묘하게 섞은

    ‘모험가 월드 시리즈’는 그의 최대 히트작으로, 월드는 그안에서 세 번이나 죽고,

    수천명이 죽고  화성인 여자까지 포함해서 전부 375명의 여자와 섹스를 했다

(동수, 드디어 묘를 찾는다. 꽃을 놓고 앉는다. 하트필드의 묘비를 어루만진다)

동수  hello, how are you?  finally we met each other.

(그러던 동수, 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스쳐가는 쥐, 지영과의 추억들...     

)     

자막,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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