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동수는 집에서 독립해 알바로 학비를 대며 생활하고 있다. 잦은 데모로 일찍 여름 방학에 들어가는 대학. 마침, 알바하던 PC방에서 손님과 싸움을 벌여 쫓겨나고 예전 잠깐 살던 K시로 내려간다. 거기서 아는 형인 철민의 바에서 알바를 한다. 거기서 대학친구인 쥐를 만나 여름을 함께 보낸다.
쥐의 집은 굉장한 부자였지만 아버지가 돈밖에 모르는데다 의처증으로 아내를 괴롭혀 그런 아버지를 포함한 부자들을 혐오한다.
한편 동수는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라났지만 모든 것이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해 삶자체가 공허하다.
그러던 어느날, 술집화장실에 쓰러져있는 지영을 보게 된다. 지영은 레코드샵에서 알바를 하고 있고 어릴 때 일찍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가 엄마 친구와 재혼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래서 사랑을 그닥 믿지않고 한낱 놀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동수는 그런 지영에게 서서히 끌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동수는 적은 알바비로 지영의 방에 중고 에어컨까지 놓아준다.
한편 쥐는 늘 소설을 쓴다고 떠벌린다. 단, 자기 소설엔 섹스와 죽음이 없다고. 그만큼 삶을 보는 시선이 건조하고 동수만큼이나 공허하다.
동수는 지영과 섹스를 하고싶어하지만 그때마다 지영은 거절하고 다음으로 미룬다. 하지만 동수는 충분히 기다릴수 있다는 소극적 자세를 보일뿐이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지영이 여행을 통보하고 둘은 못보게 된다.
쥐는 자기 여친을 동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면서도 정작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자기가 쓴 소설을 읽으라고 하지만 동수는 콧방귀를 뀔뿐 읽지 않는다. 그렇게 답답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마침내 지영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여행은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그말에 동수, 혼란스러워지고.. 하지만 둘은 예전처럼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지영은 여전히 섹스를 거부하고, 낙태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말에 동수 충격받지만 더 이상 캐묻거나 따지지 않고 그녀와 K시를 떠나 서울로 돌아온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르고, 증권회사 직원이 된 동수, 영화평론가이자 대학강사인 해란과 조건적인 만남을 갖다가 3개월만에 결혼한다. 가끔 외도를 하지만 오래 끌지는 않는다. 그러다 어느날, 동수의 회사로 지영이 나타나고 둘은 그렇게 오랜만에 마주 앉는다. 지영은 쥐의 원고와 usb가 담긴 봉트를 내밀며 그가 1년전에 죽었음을 알린다. 동수는 충격받고, 지영은 쥐가 일부러 마지막 작품을 미완으로 남겼다며 동수에게 써달라고 한다. 그제서야 동수, 예전 쥐가 소설속에서 고백하려 했던, 그리고 동수에게 인사시키려했던 여친이 어쩜 지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영이 낙태한 아이의 아버지가 쥐일수도 있다는. 그러나 지영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가버린다.
둘은 다시 그렇게 헤어지고 동수는 쥐의 유작을 완성해 나간다. 1년후, 미국 출장을 떠나는 동수, 거기서 오랫동안 흠모해온 작가 데릭 하트필드의 묘를 찾아간다. 자기들 셋처럼 상실된 삶을 살다간 그의 묘비 앞에서 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key concept-어긋나고 모순된 사랑으로 인한 상실된 젊음.
러닝 타임 85-90분.
주요 등장인물
강동수 (21-29) -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지만 순진한 사랑을 믿는다.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라났지만 그 안에 내재한 위선과 가식에 예민하다. 그런 것이 두려워 인간관계, 나아가 이성간의 사랑에서도 자기마음을 다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쥐 (22-30) -동수의 대학친구. 하지만, 공부에 별 취미가 없고 열심히 데모만 하다 낙오자로 전락해 결국 자퇴를 한다. 부동산업을 하는 아버지덕에 부유하게 살지만 늘 고성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 불행한 가정생활속에서 술과 소설에 탐닉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속엔 섹스와 죽음이 없다. 그만큼 삶을 보는 눈이 드라이하다.
안지영 (21-29)-아버지가 불륜으로 재혼한 상처를 갖고 있어 사랑을 그닥 믿지 않는다. 동수를 좋아하지만 섹스는 마다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과 비슷한 쥐에게 끌리게 된다. 둘의 사랑은 작품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암시만 될뿐이다.
박철민 (31-40) 동수와 쥐의 아는 선배형. K시에서 바를 운영한다. 열 살이나 어린 동수 쥐, 지영을 늘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준다. 그러나 그들의 위험한 사랑과 우정이 깨질것임을 예감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1. 의사의집 전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있음.
동수n. 어린 동수,
어렸을때 나는 무척말수가 적은 소년이었다. 부모님은 걱정이 돼서 나를 잘 아는 정신과 의사한테 데리고 갔다.
#2.동, 내경
중년부인, 쥬스와 도넛 2개 가져옴. 상담받는 동수 옆에 부모.
맞은편, 중년의 정신과 의사.
벽면에 모자르트의 초상화 걸려있다.
여기서부터 나레이션에 따라 애니로 처리.
의사, 옛날에 아주 마음이 착한 산양이 살고 있었단다.
동수 (스르르 눈을 감고 상상)
의사 산양은 항상 무거운 금시계를 목에 걸고 헉헉거리면서 돌아다녔어. 그런데 그 시계는
너무 무거운데다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도 않았어. 그래서 친구인 토끼는 이렇게 물었지
동수 (눈을 뜬다)
의사 ‘이봐 산양, 왜 자네는 가지도 않는 시계를 늘 목에 매달고 다니는거야? 아무 쓸모도 없을텐데’
그러자 산양은 ‘ 물론 무겁긴 하지만 익숙해졌거든. 시계가 무거운 것에도, 움직이지 않 는 것에도’
동수 (살며시 미소)
의사 어느날, 산양의 생일에 토끼는 예쁜 리본이 달린 작은 상자를 선물했단다. 그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고 아주 가볍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새 시계가 들어있었어. 산양은
기뻐하면서 그걸 목에 걸고 모두에게 자랑하면서 돌아다녔지.
(동수를 응시하며)
네가 산양이고 내가 토끼, 시계는 네 마음이란다
동수 (...)
n. 그후로 믿을수 없는 일이지만 열네살에 나는 마치 봇물이 터진것처럼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14년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나는 석달동안 쉴새없이 지껄 였고, 모든 얘길 끝낸 7월 중순에는 열이 40도까지 올라 사흘이나 학교를 결석했다.
열이 내렸을 때 나는 말수가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평범한 소년이 되어 있었 다. 그리고
#3. 대학 캠퍼스
친구와 얘기하며 걷는 동수
동수 n. 난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운동장 저쪽 한편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는 구호와 함께 일련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동수와 친구, 각자 흩어진다.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전경들, 데모대를 진압한다)
#4. 학교 도서관.
학생들, 창밖으로 데모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동수도 쳐다본다
-사이-
동수, 밖의 모습을 뒤로 하고 서가를 뒤적인다.
그러다 갸웃하며 데릭 하트필드를 꺼낸다. 펼쳐본다
동수 n. 불행하게도 하트필도 자신은 모든 의미에서 ‘불모’의 작가였다.
문장은 읽기 힘들고, 스토리는 엉망이고, 테마는 치졸하다. 8년 2개월, 하트필드는
그런 불모의 싸움을 계속 하다 죽었다.
#5. 뉴욕 고층빌딩
동수 나레이션 따라 하트필드 묘사.
동수 n 1938년 6월의 어느 맑게 갠 일요일 아침, 그는 우산을 펴들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렸다.하지만 그가 살았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죽었다는 사실도 그리 대단한 화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