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애물덩어리

by 박순영

어제 오후에 조용한 집에

굉음이 발생,

택배를 또 던졌구나,하고는 나갔더니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하고는 조금 있다

예전 서재방에 들어갔더니

책이 우르르 쏟아져

그 아래 있던 이동식 테이블을

덮쳤다.



책이 아까운게 아니고

테이블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뒤뚱거리는게 속이 상했고

쓸수 없게 돼버려

돈 내고 폐기했다.


요즘 서가를 자주 건드릴 일이 있어

아마 조금씩 책이 움직였던 듯하다.

해서는 , 내가 요긴하게 쓰는 테이블을

망가뜨린 죄를 물어


쏟아진 책은 죄다 오늘 아침

재활용 분리배출로 내다 버렸다.



그 중엔 내 젊은날의 바이블이었던

지드, 외에 고요하고 여리여리한 시집들,

지금 읽을수 있는 책도 끼어있었지만

다시 간추리고 어쩌고 하기가 싫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예술, 뭐 이런 책도

있던 거 같고. 대학원 논문 쓸때 분명

열나게 봤을텐데 미련없이...



다음주에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던

영어교재를 무더기로 내다 버릴까 한다.

버리지 않으면 비워지지않는 서재짐이다 보니

달리 도리가 없다.


그나마 요즘은 전자책에 맛들려

종이책을 살 일이 없어 다행이다.



이사다닐때 제일 애물덩어리중 하나가

책이 아닌가 한다.

누구는 단칸방에 살면서도 책을 쌓아두고 섬기다시피 한다지만

난 그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없는 거 같다.


'누렇게 바랜 수십년된 책들은

벌레도 만만찮게 나오고 눅눅한 샘새도 풍기고...



해서, 미안하지만,

종이책이여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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