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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Oct 05. 2022

단상<이웃의 다정한 거짓말>

정릉단상...

내가 사는 정릉은 정말 오랜 동네다.

아파트빼곤 고층건물이 없을정도로...



이 속에서 난 이것저것 연고라고 맺어놓고

먹고 산다.




우선, 우리동에서 가까운 후문을 타고 내려가면

내 주치의가 있는 가정의학과가있고

거기서 한달마다 약을 타다 먹는다.

공복혈당이 어마무시 나오는 나는 늘 겁을 먹지만

아직 당화혈색소가 괜찮으니 현상 유지하면 된다는 의사가 난 의심스럽다.



거기서 2차선 길을 건너면 미용실이 나오는데

원장은 40초반 정도로, 손님 누구나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쓴다.

그 원장말에 의하면 난 아직도 청춘처럼 보인다고.

괜한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머리 다듬는 내내 기분이 괜찮은건 사실이다.



미용실을 나와 20미터 가면 우리동네 제일 큰 마트가 나오는데

난 이제 더 이상 그곳을 갈수가 없다.

사장님이 아내가 있는데서 나한테 사랑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아내 다음으로 사랑하는 이가 나라고.

그리하여 난 주위의 중지를 모아 결국 그보다 한참 작은 구멍가게를 택해 거기서 먹거릴 해결하고 있다.

그 사장은 진정 날 좋아한걸까?



마지막으로 정릉천을 따라 거의 매일 왕복 걷기를 하며 살빼는 시도를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들어오면서 요즘 맛들린 편의점 도시락을 무제한 먹어대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 어쩌다 비라도 쏟아진 다음날이면 정릉천은 폭포처럼 너울지고 귀청이 찢어지는 물소릴 낸다.

그럴땐 청둥이도 백로도 볼수 없지만 수면이 좀 가라앉으면 어김없이 삼삼오오 몰려나와 여기저기서 꽥꽥 댄다. 걔들은 도대체 집이 어디길래 그동안 숨어지내다 나오는걸까?

혹시  인근 어느 민박 펜션이라도 잡아놓고 개기다 나오는건 아닌지...

거짓말처럼 정말 쨍하고 나타난다!



평생 뼈를 묻을줄 알았던 이곳을 이제 조만간 떠나리라는 생각이 든다.

꿈처럼 몽롱하게 지난 17년이 스쳐간다. 그때는 옆에 계시던 노모와 함께..

내가 이곳에서 보낸 그 세월은 진짜였을까? 혹시 을 꾼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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