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운받은 '1인출판 전자책 입문서'를 다 읽고 '발트3국서'를 몇페이지 읽고는 보다만 <아멜리에>를 좀 보다보니 오늘도 갔다. 이제 6시가 가까워오니 쉬어야 할듯 싶다.
오늘은 오랜만에 붕어빵을 먹어본 날이었고 딴에는 조금 시의성있는 소설을 써본날이고 여기 다른 작가들의 글도 많이 읽었다. 꼭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나와야만 작품이고 문학서가 아니다. 브런치 공간의 모든 책들이 작품이며 저자들은 모두가 작가다. 다만 욕심내지 않고 소소히 자신의 취미와 재능을 그려내는 공간이어서 요란하지 않고 조용한 것일게다.
어쩌면 출판업을 진짜 할지 모른다 생각하니, 요즘 와서 멀어진 외국어를 다시 해야 할 '명분'이란게 생겨났다. 난 은근히 실리적이어서 '명분, 목적, 수익성'같은게 없으면 안한다. 생각대로 될지, 얼마나 할지 몰라도, 최소한 영어와 다른 언어 하나 정도는 해둬야 할거 같다. 하다보면 욕심이 생길수도 있어 진짜 아마땅에 납품을 할수도 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친구가 집에 와서 '너 출판좀 해봐. 영어되잖아'라며 아마땡을 언급한 적이 있다. 나의 영어라는게 중3문법과 그 수준의 회화정도지만 외국어라는게 결국엔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라 나름 붙잡고 시간을 투자하면 고1정도의 레벨은 되지 싶다.
방금 어느 유저의 방에서 '지극한 책사랑'글을 보고는 '난 이제 종이책은 졸업했지만 지금의 나를 키운 8할은 책이었다'고 댓글을 남기고 왔다.
어릴적 집에는 무슨무슨 전집류가 즐비했다. 물론 그중에 읽은건 몇권 안되지만 책이 아주 없는 환경은 아니었고 그러다 피아노로 예술계 중학을 가면서도 '이길이 아닌데'라고 어린마음에 갈등을 하였고 결곽는 졸업후 인문고로 진학, 인문계대학을 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대학때 정말 많은 책을 읽었고 되도 않는 실력으로 원어서적도 많이 접했다. 걔중엔 내 엉터리 영어실력에 잘못읽은 책도 허다할 것이다. 하지만 수십권의 책을 대출받아 양팔에 가득안고 도서관 계단을 오르내리던때 이상의 감흥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거 같다.
이사를 가게 되면 무엇보다 저 책들이 문제다. 버려야지,버려야지, 하면서도 못버리고 있는. 물론 8할은 나의 게으름에 기인하고 나머지는 미련 탓이다. 아니면 우유부단함이든가.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작은 집으로 갈거 같아 정리를 하긴 해야 할듯싶다.
그렇게 나를 키워준 책이건만, 거기서 퀘퀘하게 배어나오는 냄새나 이따금 기어나오는 벌레들을 보면 단번에 정이 떡 떨어진다.
이런면에서 나는 골수문학가가 되기는 글렀다. 글로 어느정도의 장사는 할지 몰라도.
해서 글관련 부업이 아주 망하진 않을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진짜 하게된다면,이라는 단서가 늘 붙지만...
나의 실연에 감사할 노릇이다. 그렇게 끔찍한 경험과 돈을 날리지 않았다면 이런 건전무쌍한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발상이며 공상을 하겠는가.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자기 배 채운기에만 연연한 그의 이기심에 감사한다. 누구라고 얘기할것 없이 내 초기 책리뷰를 보면 답이 딱 나오지만, 그렇게까지 남의 일에 열성인 독자가 얼마나 있으랴 싶다...
그럼에도 내가 줄창 연애이야기 얼개속에서 글을 쓰는것은, 실연에 대한 보상심리에 기인한다. 제 아무리 아닌척 해도, 내가 실패했기에, 저세상에서나 가능해보이기에 이렇게 줄줄이 사탕처럼 꿰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남기고 간 칫솔, 기타, 구두..이런것들을 아직 버리지 못하였다. 그거은 딱히 미련이라기보다는 '그를 개념화해서 버린다'는 자체가 아직은 시기상조여서 그럴수 있고 그 자체가 조금은 귀찮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숱한 실연은 나를 연애소설,연애드라마 작가로 만들어주었다.그 당시의 뼈저린 자괴감과 자존감하락, 무시와 냉대, 배반감이 책과 함께 나를 키운 '바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할지도 모를 출판일을 대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독서를 해볼참이다. 대학원에서 다문화와 문화철학을 공부했으므로 그분야의 책들도 찾아보고 틈틈이 교양인문서를 써보겠다는 야심무쌍한 (이 용어또한 없을거 같다) 생각도 조금씩 실행해보려 한다. 내가 쓰고 내가 내는...'혼자 하는 사랑', 프로스트의 <자작나무birches>에 나오는 '혼자 하는 놀이'처럼 고독한 작업이 될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