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북한산 일기

by 박순영

모처럼 atm을 쓸일이 있어서 오늘은 운동을 그 방향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간만에 유원지쪽으로 향했다. 날이 더워서 안그래도 경량패딩 앞섶을 열고 갔는데도 땀이 비질비질 났다. 젠장...하면서 들어선 유원지엔 주말이어서 사람이 꽤 있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단지 뒷산은 인적이 드문편이라 나는 그것이 좋다. 그렇게 늘 가던 지점가지 가서 유턴을 해서 돌아나와서는, 가던길에 힐끔 본 내가 탐내는 아파트단지 너머 뚫려있던 길이 떠올랐다.



저기로 가도 길이 나오다 보다,하고는 그쪽 길을 따라걷다보니 이어지다 끊어져서 이크 , 잘못왔구나 했지만 가만 보니 옆으로 또 샛길이 나있어서 어찌어찌 평소 내가 이용하는 산책로까지 다다랐다.

그리고는 횡단보도 앞에 멈추려다 힐끔 돌아보니 뒤에 천막을 드리운 노점 같은게 있어 자세히 보았더니 붕어빵 종류를 팔고 있었다. 뒤에 돈가츠 점에서 부수적으로 낸거같은데 정작 돈되는 돈가츠 가게는 앞의 천막에 가려 거의 보이질 않았다.


현금이라고는 1원도 안갖고 다니다 아까 atm에서 만원을 꺼내놓은지라 오랜만에 현금결제좀 해보자,하는 심정으로 돈가츠가게를 열고 ,붕어빵좀 주세요, 했더니 사람좋게 보이는 30쯤의 여성이 앞치마를 두른채, 네,하고 달려나왔다. 붕어빵이 다 될때가지 내가 침묵할 리가없었다.

'이 동네 거의 20년 살았는데 저어기 길이 또 나있는걸 몰랐다,...나도 사업자 등록증을 내려한다, 꽁알꽁알'. 그녀는 처음에는 좀 경계하는 눈치더니 이내 마음을 열고 사업할때의 팁이며 주의할 사항을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1인출판이면 온라인거래고, 해서, 나는 그에 질세라 '글로벌 셀링'도 가능하죠. 라고 허세를 부렸다. 아마땡같은 데 납품만 하면야... 그렇게 팥 두개, 슈크림 한개, 총 세개의 붕어빵을 2000원에 사서 봉지에 담아서는 집으로 오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였다.




남친은 내게 '제발 아무한테나 불쑥불쑥 말좀 걸지 마'라고 했지만 허구한날 집콕하는 인생이라 가끔은 입운동을 하고싶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궁금하기도 하다. 제 아무리 소규모의, 내지는 하찮아보이는 것도 다 거기까지 이르기에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두려움, 자기극복이 동반됨을 깨닫게 된다.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팁을 주고 그 팁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습작기의 설레임에 동반되는 무수한 거절의 산을 넘고 포기 내지는 휴지기를 거쳐 재도전, 그리고 또 거절당하기를 반복하다 나중에는 오기로, 내지는 유일한 생계로 택하는 경우도 있고 하고많은 케이스가 존재한다고 본다.


아무튼, 오늘 나는 새 길을 또 하나 찾아내었고 땀을 흘려가며 기분좋게 걷기를 마쳤다. 그리고는 사온 붕어빵을 우거우걱 먹으면서, 이런게 행복이지 뭐,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는가...




하늘로 간 붕어들에게 죄스러움을 표합니다. ame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