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증금 2,000만 원, 우리 기준이 생긴 날

지원과 독립 사이, 우리가 만들어낸 현실의 숫자

by Goalmate

결혼 후 어느 날이었습니다.

시어머님께서 조심스럽게 한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아는 분이 아파트를 세 놓으신다며,

신혼집으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떻겠냐고요.


저희 시부모님은 정말 따뜻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주실 때도

저희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배려 깊은 마음으로 건네주셨습니다.


“월세는 우리가 도와줄게.”

그 말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그 집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전세는 생각도 못 하던 시기였고,

그 제안은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집주인분이 매매를 원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는 조용히 접히게 되었습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불안도 함께 남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이 집은 아니어도,

우리도 2,000만 원 정도는 준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저희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저를 만나고부터 조금씩

오빠는 청년 적금을 시작했고,

저는 노란 우산공제에 가입했습니다.

결혼 후 매달 오빠가 제게 보내주는 50만 원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집’을 위한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 돈은 함께 쓰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갈 집을 위해,

한 푼씩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모은다는 건 참 조용한 일이었습니다.

눈에 띄지도 않고,

당장 바뀌는 것도 없었지만

우리 둘 사이엔 매달 작은 확신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정말로 그 2,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그 돈은,

저희가 직접 만든 첫 번째 기준이자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숫자 속에 조금씩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LH 청약을 신청하는 데 필요한 예치금이 되어주었습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마음속에

크게 박수 한번 쳐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대출을 먼저 갚았다면

조금은 더 이자를 아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보다 저축을 지켜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 돈을 손에 쥐고 있다는 감각,

우리의 이름으로 조금씩 쌓여가는 숫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서로에 대한 신뢰.

그게 저희에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선택을

’심리계정(Mental Accounting)’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돈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고,

‘저축’, ‘대출’, ‘생활비’처럼

각자의 마음속 서랍에 나눠 담는다고요.


저희도 그랬습니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안정이었고,

‘매달 우리는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이자보다 큰 건,

우리가 매달 무언가를 지켜내고 있다는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감정만은 아니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은 평생의 소득과 소비를 한꺼번에 바라보고

그 안에서 저축과 지출을 조절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생애주기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조금 아껴두는 건,

나중의 나를 위해 쓰기 위한 준비라는 뜻이죠.

현재의 만족을 잠시 뒤로 미루는 대신,

미래의 우리에게 더 안정적인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저축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매달 다짐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지금 조금 아껴두는 건,

나중의 나를 위해 쓰기 위한 준비라는 뜻이죠.

현재의 만족을 잠시 뒤로 미루는 대신,

미래의 우리에게 더 안정적인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매달 저축하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흔들리지 않을 기준이 되어줍니다.


2,000만 원을 모았다는 이 숫자는,

저희에게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생활력과 마음, 그리고 오래도록 지켜가고 싶은 방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함께 기준을 세우고

함께 채워낸 시간을 지나

드디어 그 목표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작고 조용한 숫자였지만,

그 안에는 둘이 함께 걸어온 길과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공감이 되셨다면,

라이킷과 구독으로 응원해 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용카드 고르기, 우리만의 방식으로 철들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