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근거지입니다.

by 몽접

나는 흔히 말하는 개근거지이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여름을 죽도록 싫어하는 나는 늘 해마다 생각한다. 올해 8월은 호주에 가야지, 마음만 이렇게 먹은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가지를 못하고 있다. 연차를 다 몰아서 갈까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 년 연차도 다 못쓰고 살고 있다. 늘 바쁘고 연일 터지는 일은 봉지 터지듯이 터져서 이제는 어느 정도 업무에서 베테랑이라는 왕관을 쓰고 살아서 어느 정도는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신입이 들어오면 이것저것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자리도 쉽게 비울 수 없다.


얼마 전 점심을 먹는데 이야기가 나왔다.

자기는 여름에 연차를 왕창 써서 유럽에 다녀 올 생각이라고 그래서 난 부럽다고 했다. 분야가 다르니 그러겠거니 했는데 다들 요즘은 직장에 대해서 연수를 채워서 나갈 생각은 없고 맞벌이의 경우는 아이가 대학을 가면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많았고 남편의 육아휴직이 있으면 일을 혼자서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나같이 혼자 사는 사람은 그냥 하는 게 없으니 일이나 하자,라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상반기도 어느 정도 흐르고 나는 무엇을 했는가 생각을 했더니 뭐 별거 없다. 집 직장 집 직장 똑같다. 지난번에는 독감이 걸려서 쉬려고 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백업을 해주기로 했던 사람이 갑자기 집안에 일이 있다고 결근을 했다. 급하게 불려 나가서 불을 끄고 약으로 버티면서 하루를 지내야 했다.

그날은 정말 하루를 태웠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커피를 사서 원샷을 하고 그냥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또 출근, 주변에서는 잠시 쉬어가지,라는 말을 했지만 당장 다음 달 일정이 있는데 그럴 수 없었다.

한숨이 나고 머리는 아프고 아픈 게 죄라면 죄라서 정말 울면서 출근했다. 그리고 순간 로또가 생각나서 로또를 구매하고 당첨을 기대했지만 꽝이 걸려서 그 주는 정말 최악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먹고 사는 건가 싶어서 울면서 출근한 최근의 나의 모습은 개근거지다.


엄마는 늘 성실함을 강조하셨고 지금도 성실함을 강조하신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이야기하신다. 그래서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막상 쉰다고 해도 어떻게 쉬어야 하지 하고 물음표가 앞서는 나에게 쉼이라는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그리고 밥벌이를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런 불황에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았던 터라 이제부터는 제대로 쉬어 보려고 한다.

개근 거지 정말 싫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옥수수로 사랑을 주시는 엄마, 여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