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은 콩국수를 엄청 좋아한다. 여름이 되면 냉면을 먹을래 검은 콩국수를 먹을래라고 물으면 난 후자이다. 그래서 검은 콩국수를 전문을 하는 가게를 가면 한 입을 숟가락으로 먹고 그다음은 마시고 그다음은 냄새를 맡고 그다음은 한가닥 한가닥을 스파게티처럼 돌돌 말아서 먹는다.
여름의 별미다. 그냥 콩국수도 좋아하는데 검은 콩국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 엄마가 정말 많이 해주셨다.
이렇게 여름이 시작이 되면 엄마가 하신 게 딱 세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수박을 정말 싼 가격에 3 덩이를 사셔서 물에다 던져 넣어 보관을 했다가 아침이면 밥을 다 먹으면 수박을 주셨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을 해 두셨다가 또 하교 후에 주셨다.
두 번째는 아이스크림인데 주스를 사셔서 아이스크림 틀에 넣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셔서 더위에 맛있게 먹으면서 더위를 잊고 책을 보면서 저녁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이 주말에 엄마가 만드시는 검은 콩국수였다. 이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이날은 엄마가 "몽접아, 맷돌 준비해라" 하시며 아침부터 전쟁터가 되어서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음식을 만드셨는데 아빠는 "어휴 더운데 그냥 먹지 그래" 하시면 엄마는 "아니 어머니가, 음식은 정성이라고 하셨어요. 당신도 잘 드시면서" 그렇게 아침에 시작하면 오후에 끝나는 그 과정에는 엄마의 손이 늘 많이 가는 음식이라 정말 귀한 국수를 먹으면서 , 김치에 올려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지난주 집에 갔을 때 엄마는 이미 검은콩을 고르고 계셨다. 더운 여름이지만 시골이라 아직은 시원하다.
나는 "엄마 또?"
엄마는 "딸, 이 음식으로 우리가 여름을 났거든?"
그렇게 우리는 검은콩을 고르고 엄마는 가마솥에 콩을 삶으셨고 옆에서 불씨를 살리시고 난 엄마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다 익은 콩을 큰 그릇에 옮기고 결국 엄마는 맷돌 넣어서 갈았다. 쓱쓱 갈았다. 맷돌을 돌리며 다 나온 검은콩 국물은 입맛을 당겼다. 그렇게 나온 국물은 잠시 냉장고에 보관을 하고 엄마는 다시 국수를 삶으셨고 나는 옆에서 다시 준비를 도왔다.
엄마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그렇지, 맛있지"라고 미소를 보이셨고 맷돌은 그렇게 덩그러니 있었다.
인생도 돌고 돌아가는 맷돌이네, 참 틀린 게 없어. 맷돌을 보면서 멍을 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다.
굳이 맷돌까지.. 난 엄마에게 "엄마 다음에는 그냥 블랜더에 돌리는 게 어때?"라고 했더니 엄마는 "나도 시어머니에게 배운 거야, 다르지. 힘이 들긴 해도 반칙은 없어. 해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엄마도 나이가 있어서 언제까지 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생각해 보니 엄마 손목이 걱정이 되었다. 나이가 있어서 손목이 울끈하신다며 한약방에 가시는 걸 아는 나는 이 콩국수가 괜히 마음에 무겁다. 그리고 울컥했다.
엄마의 자리가 이 맷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미웠다.
그렇게 완성된 검은 콩국수를 먹으면서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엄마 다음에는 우리 가볍게 먹어요, 그 맷돌을 멈춰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