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를 샀다. 내 생애 처음이다. 대학 때는 구두를 약간 신었다. 그러나 발이 편하지 않아서 결국은 운동화를 많이 신고 다녔다. 선배들을 따라서 술을 마실 때도 운동화를 신었고 학교 축제를 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닐 때도 운동화를 신었다. 나에게는 운동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시장에서 가장 싼 운동화를 사주셨다. 좁은 시장에 운동화 파는 곳이라야 뻔해서 그곳이 그곳인데 몇 번이나 돌고서 흥정도 몇 번이나 하시는지 하루 종일 흥정을 해서 가장 저렴한 곳에 가서 한 켤레를 사주시고 그 운동화를 가장 깨끗하게 신게 해 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내년에는 엄마가 꼭 불 나오는 밍키 운동화 사줄게"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난 믿었다. 그래도 울지 않았다. 밍키 운동화를 신지 않아도 내 운동화는 늘 깨끗했고 엄마는 내가 학교를 다녀오면 운동화부터 보시고는 운동화부터 세탁을 하셨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이유를 철이 들고 알았기에 나중에는 울었다. 그리고 난 말했다. "엄마 나는 이미 밍키 운동화를 신었어. 그만 씻어" 그럼 엄마는 "아니야 " 하시면서 그렇게 나를 키우셨다.
대학을 가서 처음으로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었다. 아빠는 아디다스 매장에 가셔서 "딸 하나 골라라" 너무 비싸서 가격표를 보고서 "아빠 그냥 신을게"라고 문을 열고 나오자 아빠는 화를 내시며 "이제는 밍키 안 사도 괜찮으니까 사"라고 하셔서 그렇게 처음 산 운동화가 아디다스 운동화였는데 그 운동화는 정말 3년 이상은 신었다. 촌년이 서울을 가니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살았다. 지하상가, 지하상가에 예쁜 구두를 정말 많이 팔았다. 백화점을 좋아하는 부자 친구는 계절마다 갔는데 나는 눈구경을 하면서 이런 옷을 이렇게 입는구나 하고 옆에서 보고 있으면 친구는 "야 올해는 이게 유행인가 보다" 하면서 옷을 사면 정말 그 옷은 그 학기에 안 입는 친구가 없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가을이었는데 가을코트가 너무 똑같아서 웃었던 적이 있다. 친구 따라 그날도 다르지 않게 백화점을 갔는데 친구는 가격표도 보지 않고 자기 사이즈에 맞게 하나를 샀다. 나에게 점원은 하나를 권했는데 엄청 비쌌다. 나의 기준에서는 , 그래서 나는 망설였는데 친구는 "야 선배들 다 입었어. 너도 하나 장만해"라고 웃는데 그냥 살아도 괜찮은데 무슨..이라고 있는데 귀신같이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엄마는 다음날 돈을 보내셨고 나도 그 코트를 샀는데 정말 그 학기는 똑같은 교복을 입은 것처럼 입고 다녔던 웃픈 썰이 있다.
아, 빨간 구두. 사실은 보라색 구두를 살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보라색이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구두를 산 이유가 옷에 포인트가 필요했다. 내 옷의 상의 하의가 다 검은색이라 뭔가 포인트가 필요해서 늘 신는 흰색 운동화를 신을까 하다가 빨간색 구두는 어떨까 싶어서 신었는데 주변의 반응이 더 의외다.
"아니 자기가 구두를 신어?"
나는 "네"라고 수줍게 이야기를 했고 그러자 이어진 반응은 "진작에 신지"라는 반응이었고 더 이어진 반응은 "참 신기하다, 전혀 어색하지 않아"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나는 괜히 내 구두를 보면서 그런가 하여 멍하게 있는데 멍하게 있다가 엄마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엄마는 웃음표를 보내시고는 말씀이 없으셨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 구두를 한참을 보는데 웃음이 나왔다.
구두가 뭐라고 생각해 보니 로퍼는 몇 개 있는데 구두는 이게 처음이다.
처음에는 힐이 있는 구두를 대학교 때 몇 개 신었다. 그러다 직업이라는 걸 가지면서는 아예 로퍼로 낮췄다. 사는 것도 힘든데 다니는 게 힘들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붓는 발도 미워서 나는 그냥 힐을 다 버리고 로퍼로 변화를 주고 나서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게 하나 있는 구두가 되었다.
모르겠다. 앞으로 구두를 살지는 , 하지만 분명한 건 내게 유일한 구두는 이 빨간 구두이다.
그래서 괜히 친하게 지내고 싶다.
마흔에 이룬 나름의 방황이자 반응이다.
이렇게도 사는 거지 싶어서 괜히 웃음을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