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 패거리

by 몽접

"자 여러분 이번 한 번의 기회를 위해서 여러분들에게 비법을 알려 드립니다. 필리핀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금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 로또 가게를 통해서 여러분들에게 행복을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 행복 로또방은 이번 주 1등 배출을 위해 여러분들에게 무료로 5천 원을 드립니다. "

이런 사람들이 북새통이다. 나도 모르게 듣고 있었다. 사람들은 줄을 섰고 새로 생긴 로또방은 금방 대박을 칠 분위기였다.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 줄을 서주세요" 라며 확성기로 이야기를 했고 옆에 아르바이트생은 인사를 하며 "대박 나세요" 하며 웃으며 로봇처럼 일을 했다. 나도 줄을 섰다. 대충 어림잡아 앞에 백 명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얼마나 서 있었을까? 드디어 내 차례다. "저..."


그때였다. "아니 나 몰라요?"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당황에 주인은 "우리 옆집이잖아요" 나는 골똘히 봤다.

"아 네..." 인사를 받으며 " 우리 자주 봐요" 하면서 나에게 로또를 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는 내게 "우리 집 근처에 행복 로또방 대박이래" 엄마는 이미 흥이 나셨다. 아빠는 " 그 집 오늘 무료로 백장 나눔 했데"

엄마는 "정말?"

아빠는 "응, 그래서 아마 1등이 나오게 했겠지"

엄마는 "너 받았어?"

나는 "응... 아니.. 난 그냥 왔어" 나도 모르게 거짓말했다.

엄마는 "그냥 공짜인데 좀 받지, 넌 어째 집에 기여도가 없니" 그렇게 저녁은 넘겼다.

중요한 건 내 입사이다.

얼추 지원자격서를 다 마무리하고 지원한 곳만 40여 곳 이제 하반기 마지막 공채였다.

나는 살도 빼야 한다는 생각에 저녁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면접 시뮬레이션을 했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척척 답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최애리나처럼 살아 보겠노라 다짐을 하던 그때

로또방 주인아저씨다. "어 민구 씨"

"네 아저씨, 어떻게"

"오늘 아주 바빴어요, 우리 로또방 일등이 나와야 하는데 그래야 나도 돈을 벌지. 내가 알아보니까 이게 일등이 나와야지 평생직장이 되겠더라고, 허허허"

나는 "잘 되실 거예요, 걱정 마세요. 오늘 무료 나눔에는 아마도 1등이 있지 않을까요?"

아저씨는 "그럼 좋지. 아 이 로또방 내 전제산이에요. 회사 퇴직금 박아서 한 거라.. 흐흐흐"

그렇게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어디선가 아저씨를 불렀다.

"여보 뭐 해 내일 일 안 해?" 앙칼진 여자 목소리였다.

아저씨는 "나 그럼 먼저 가요"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열심히 서류 합격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이 다 될 즈음 한 곳에서 면접을 제안받았다.

얼마 만에 받은 제안인가 싶다.

T회사다. 나름 중견기업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엄마는 "파이팅" 웃으시며 밝은 표정을 보여주셔서 더 불안했다.

그렇게 나는 발걸음을 향했다.


도착하니 많은 대기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2시 면접 시작, 너무 떨려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황민구 씨?"

면접자를 불렀다.


"네" 나는 손을 들어 표시했다.

그렇게 들어갔다.

임원진을 포함해서 4명이 있었다.

"여기 게임회사인 거 아시고 오셨죠?"

질문이 나왔다.

"네"

이어진 질문이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게 뭐죠?"

이건 생각하지 못했다.

"전 잘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옆 사람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옆사람은 "세대공략과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업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아마도 10대보다는 20대가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구절절한 대사에 난 벌써 속이 쓰리다.

그다음 질문이었다.

"황민구 씨 왜 지원하셨어요?"

그래 잘해보자, "전 지원서에도 썼듯이 인내심도 많고 기다림 속에 원하는 이미지를 잘 구현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옆사람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갔다. 옆사람은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오래도록 제 능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가 대학 동아리가 게임이었습니다. 단순한 오락이상으로 생각해서 지원했습니다. "

너무 비교가 된다.

결국 이 두 문제를 풀려고 여기까지 왔다. 힘이 빠진다.


터벅터벅 걷는데 눈물이 났다. 옆사람에게 마지막까지 질문공세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질문이 없었다. 세상은 이리도 잔인하다. 결국 나는 그렇게 쓴 소주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길, 행복 로또방이 보였다. 아저씨는 무얼 그리 보시는지 응시하고 계셨다.

그리고 무작정 들어갔다.

"아저씨"

듣지를 못하셨는지 대답이 없으시다.

"아저씨"

"응, 총각이네, 복권 줘?"

"아뇨, 저 오늘 면접 봤어요. 그런데 떨어진 거 같아요."

아저씨는 눈썹을 씰룩이시며 "왜?"

나는 "아니 그냥 그 느낌요.."

아저씨는 "그렇구먼.. 그래 그럼 내가 로또 한 장 무료로 줄게. 기다려 봐"

찌르르륵.. 하고 나온 무료 한 장 , 내 손에 넘기시며 "당첨을 빌어요"

그렇게 난 집으로 왔다.


집에서는 질문 공세에 입이 닳았다.

엄마는 이번에 합격하면 옷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라는 말이 목구멍에 있었지만 내뱉지 않았다.

그래 기다려 보자,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다시 컴퓨터를 켜서 확인을 하니 떨어진 곳이 절반이 넘는다.

'아 인생 힘들다' 옆에서 로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무심결에 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로또 1등의 최후가 방영되고 있었다.

1등에 당첨된 자장면집 오토바이 배달기사는 1등이 되고 나서 그 자장면 집에 오토바이 10대를 기증을 하고 홀연히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재취업을 했단다. 이유는 갑자기 불어난 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로또 1등을 위해서 한 번에 백만 원 치 돈을 써가며 탕진했고 술과 유흥에 돈을 쓰고 사기를 당해서 돈이 없다는 쓸쓸한 비보를 전했다.

결국 비극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1등이 되면 착실하게 은행에 넣어놓고 살 텐데 왜 그러지,라는 생각과 충돌하여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면접을 보고 보름 후 역시나 난 탈락했다. 엄마 아빠는 다음 면접을 준비하라고 했고 난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기다렸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연락은 없었다.

쓰디쓴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던 걸까? 다 지난 이야기다.


그래, 접자.

그렇게 난 현실의 벽에 또 좌절헀다.

무거운 입을 닫고서 주말이 되었다. 엄마 아빠는 로또 이야기를 꺼내셨다.

나는 잊고 있었다.

받은 로또를 들고서 시간을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또 추첨 시간입니다. 벌써 일주일인데요, 두근두근 합니다.."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너무 흥분되었다.

"자 그럼 공을 추첨하겠습니다" 기계가 돌아가고 번호가 나왔다.

자 3번 두 번째 공은 뭘까요? 네 , 7번 그럼 세 번째 10번 네 번째 43번 다섯 번째 25번 마지막 여섯 번째 행운의 숫자는 1번입니다!


복권은 어려운 곳에 계시는 분들에게 쓰입니다라며 내레이션을 끝으로 마쳤다. 생각보다 짧았다. 나는 번호를 적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런 세상에 난 5등 당첨이다.

5천 원, 뒷면을 보니 5천 원 치로 교환을 하던지 아니면 5천 원 현금을 할 수 있다. 갑자기 가슴이 뛴다. 이렇게 돈을 만든다고? 좋다.


그다음 주 행운 복권방에는 난리가 났다. 대박 1등이 나왔다. 1등 당첨자는 누구인지 모르나 1050회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플래카드가 흔들거렸다.

무려 25억의 주인공이었다.

25억 내가 대기업을 들어가서 20년을 벌어도 못 받는 돈이다.

누구일까? 궁금했다.


아저씨네에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어 총각"

"일등 나와서 좋으시겠어요"

아저씨는 "그러게 나는 사실... 긴가민가해, 그런데 이렇게 일등이 나오니 정말 좋아. 내가 대박이지"

"그러게요, 그 1등은 좋겠어요"

아저씨는 "그러게 나는 팔면서 부럽기는 처음이야"

나는 "아저씨 일등하려면 몇 장을 사야 하나요?"

아저씨는 "글쎄 한 장을 하고도 일등이 되기도 하니까 모르지"

나는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집을 향해 나는 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로또를 해야겠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우연히 들린 편의점에 주변 이웃 남자 3명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 민구 아니야?"

"안녕하세요" 옆집 아저씨"어쩐 일이야? 취업은 했고? " 술 냄새가 났다. 나는 어찌할 수 없어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옆집 아저씨는 성이 현에 이름은 성찰이다. 그래서 성찰이라는 이름 때문에 늘 술을 먹지만 자신을 돌본다고 하신다. 구라다, 그런 사람이 술을 먹고 자식을 패는 사람이다. 그러다 결국은 이혼을 했다. 아무튼 성찰이 아저씨는 이야기를 이어가실 요량으로 의자를 빼주셨다. 파라솔에 앉아 소주를 들이켜시며 "인생이 말이다. 다 어려워, 쉬우면 종교가 있겠냐?"

나는 묵묵히 들었다. "네"

"인생은 외롭다, 그리고 이 술도 어렵고 떨어졌다고 너무 소침하지 말고 그냥 살아라. 나는 예전에 사막을 다녀왔는데 그때가 이제는 그냥 그렇다."


"사막에서 그러니까 중동에서 한국사람 둘이 길을 뚫고 참 크윽 운치였지, 너는 모르지?"

나는 "네 저는 역사에서 배웠습니다"

그때 술을 마시던 일행 중 한 명이 "이렇다니까 애들이 이래요, 그래서 나도 애들한테 이야기하면 진짜야?"라고 물어본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자리를 파한 그 자리에는 소주 빈병이 자리를 지켰다.

나도 마시고 싶었지만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다시 생각을 복기하면 아마 내가 질문에 대답한 내용이 기대치를 못 맞춘 것 같다. 아니다 못 맞춘 거다.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 확실히 덜하다.

그리고 집으로 가려고 가방을 올리려고 할 때 파라솔에 손님이 앉았다.


조용한 집, 아무도 나에게 궁금한 것이 없다는 티를 내는 이곳이 너무 불편하다. 그래 이제 잠이라도 자야겠다. 휴대폰만 3시간을 눈알 빠지게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을 잤다. 일어나니 오후 1시, 쪽지도 없는 아침밥상에는 국과 반찬이 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열어보니 아직도 회신이 없다. 이러다 다 떨어지는 건 아닌지 눈물이 앞선다. 취직한 친구들은 지금 즈음 커피를 마시며 오후를 보내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러다 바깥을 혐오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창밖의 바람은 너무 다부지다. 괜한 마음에 공원을 나갔다. 이런 어제 봤던 3분이 앉아 계셨다.

"어 그 청년이네?"

민구는 당황스러웠다.

"아.. 네"

그때 한 아저씨가 인사를 건넸다.

"나 김민철이요, 아니 젊은 사람이 취직이.."

민구는 "네.. 준비 중입니다"

민철이 아저씨는 "아 그렇구나, 걱정 말아요. 내 손자도 5년을 준비해서 들어갔어요"

밝은 웃음을 주시며 앉으셨다. 그 옆에 계신 어르신이 인사를 했다.

"난 박민수 , 이름 흔해"

민구는 "네 반갑습니다"

민수 아저씨는 "그럼 일이 없을 때는 이렇게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나?"

민구는 "네 가끔은요"

민수아저씨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복덕방 아저씨이자 옆집 아저씨 최민구, "아니 그럼 우리 이럴게 아니라 모임을 만들까?"

민구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네?"

세명은 "그래 우리도 어차리 지금은 낙오자, 아니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일시휴무 하하하. 우리 로또에서 만났잖아. 우리 로또 연구자들로 만나는 게 어때?"

민구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러지 말고 젊은 사람이 들어와서 우리들에게 좀 가르쳐 주기도 하고, 우리는 술 사고 서로 도와주는 거지"

민구는 "전 로또에 대해서 몰라요"

그때 민철이는 "우리라고 아나? 이제 시작이지? 자 이러지 말고 축하주 하러 가자!"

민구는 "저 생각 좀..."

다들 그럴 필요 없다고 이끄는데 그렇게 발길은 순대국밥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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