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운명의 수레바퀴

by 몽접

아침이 밝았다.

입시 컨설팅에 가야 한다. 괜히 로션도 바르고 정장을 차려 얇고 그간의 이력서를 얼추 뽑는데 백팩에 꽉 찬다.

이렇게 썼는데도 다 떨어졌다면 내 문제는 정말 컸다. 아니면 내 대학이 문제였거나.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이라는데 그것도 다 그런 건 아니다.

어쨌든 난 그렇게 했다.

떨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호선을 탔다.


사람들은 각자 휴대폰을 보거나 멍을 때리는 사람들로 이뤄졌다.

나는 무슨 질문으로 한 시간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도착한 면접 회사

"안녕하세요"

데스크 직원은 정말 밝았다.

"안녕하세요. 저 황민구 오후 3시 예약자입니다."

직원은 "아, 네 룸 4번입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4번 문을 열었다.

이런 너무 젊은 여자가 앉아있다.

"안녕하세요"

이름은 최애리나, 명찰에 그렇게 적혀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져서 왔습니다. 이유를 모르겠고요"

최애리라는 " 그러시군요. 그럼 자료 좀 볼까요?"

웃으면서 진지한 그녀는 진짜 프로다.

대략 20여분을 휘리릭 보는 그녀는 "이렇게 써서 제출하셨나요?"

나는 "네 다른 내용들 다 진실이고 쳇 GPT 안 쓰고 제가 쓰고 전 성실하게.."

최애리나는 "아니 제 말은 이렇게 일관된 내용에 핵심이 없어서요"


나는 무척 놀랐다.

"네?"

컨설팅 최는 "아니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없으시고 자신에 대한 어필이 고작 고등학교 봉사활동으로 끝나니 이러니 누가 뽑나요"

커피를 후루룩 마시는 컨설팅 최는 "그리고 글이 일관성도 없고 남들 다 하는 이야기 적으니 저라도 안 뽑을 것 같아요. 대게 헤드헌터 회사도 이런 사람들은

연결을 해주지 않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분했다.

쓴소리를 이어가던 최는 "이건 좋네요. 성실성."

커피를 내려놓더니 "그럼 제가 제안하는 내용으로 글을 고치실 의향은 있으세요?"

나는 "네"

그렇게 난 컨설팅 최가 원하는 글을 쓰고 인사방법과 면접을 준비했다.


일단 다섯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기소개서 수정이었다. 수정할 때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쓰고 주로 학점을 높였던 전공과목을 쓰라고 했다.

두 번째는 지원 회사에 대한 장점에 대해서 쓰고 회사공과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입장을 쓰라고 했다.

세 번째는 면접자세이다. 면접을 볼 때는 내 자세가 바르지 않다고 했다. 구부정한 자세를 교정하고 눈이 날렵해 보여서 다소 화난 표정으로 보이기에 안경을 쓰라고 해서 디자인 안경을 할 생각이다.

네 번째는 목소리다. 목소리에도 퍼스널 컬러가 있는데 내 목소리가 진회색이라고 한다. 보통 면접을 볼 때는 붉은색에 진한 파이팅이 묻어나야 하는데 많이 떨어져서 그런지 힘이 없게 느껴진다고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합격에 대한 열망이 크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면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고정금 25만 원을 내고 한 시간은 아주 효율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고쳤다.

일단 자소서가 문제다. 이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마음을 놓고 두고두고 고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대학에서 활동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나는 늦은 점심을 먹고 카페로 향했다. 다들 노트북을 들고 앉아있는 사람들, 그래 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


생각해 보면 마냥 놀았던 건 아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쿠팡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 면접을 봤고 그러다 정직원을 뽑는다는 곳에서 일을 했다. 여기서는 내가 꼭 있으리라 한 곳이다.


상담사였다. 통신사에서 콜수로 페이를 받는 전화 상담원 역할을 하는 곳에서 취업을 하기도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을 했을까, 그날이었다. 다들 바쁘게 아침을 보내고 정확히 12시를 점심시간으로 근처 밥집에서 밥을 먹고 오후를 시작하는데 걸려오는 전화에 "네 안녕하세요, 상담사 황민구입니다. 무슨 일이실까요?"

"야 이 미친놈아 할 일이 없어서 젊은 나이에 이런 직업을 가지고 하냐"

정말 당황스럽다.

"고객님 지금 고객님께서 하신 말씀은 녹음이 되고 후에 법적으로 매우 위험하실 수 있음을 고지합니다"

라고 말을 했지만 그 고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건 됐고 내가 통신사를 이용한 지 10년이 다 됐는데 무슨 통신비가 3만 원이 나와, 거의 공짜로 해도 되는데 말이지, 내 친구가 그러는데 이거 사기래!"


민구는 한숨을 쉬고서 자세하게 "고객님 지금 고객님께서 쓰시고 계신 요금제는 최저 요금제로 확인되고 있으시며 더 낮추시기는 힘드십니다"라고 말을 하기 무섭게 "아니 그러니까 난 공짜가 좋다고!" 이즈음 되니 매니저가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 저는 텔레콤 매니저 최현아입니다. 고객님께서 저희 업무에 컴플레인하신 내용 접수하여 추후 발송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겨우 그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결국 그날은 매니저에게 끌려갔다.

"아니 민구 씨 이런 전화는 우리 규칙사항에 따라서 일하세요, 다른 전화받기도 턱없이 시간이 부족한데 안 그래요? 그리고 마음 다치지 마시시고요"

민구는 "네"

마지막으로 매니저는 말에 힘을 주며 "이런 일은 아주 자주 있어요"

민구는 생각했다. '그래 그만두자'

이렇게 그만둔 회사가 전화상담원 회사였다.


그날은 그렇게 집에 들어오는 길 포장마차에 들러 가락국수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마시며 이러려고 대학을 들어간 게 아닌데 괜히 학점이 아까웠다.

어쩌겠는가 나를 원하는 곳이 없는데, 이래서 서울 사대문에 들어갔었어야 했던가를 후회하며 친구 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이는 고등학교 친구로 수재였다.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선생님들도 "너는 서울대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런 부담을 즐기며 사는 정이가 나름 신기하고 부러웠다.

정이는 이미 S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이야"

"어이 민구, 잘 사냐?'

정이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 민구는 지금 힘들다. 이 형아는 지금 몹시도 쓸쓸하다"

정이는 "왜?"

민구는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정이는 "야 그걸 가지고 뭐 또 그렇게"

민구는 "너같이 서울 3 대문을 나온 사람은 또 달라요. 나는 아주 구차하게 설명을 하고 내가 뭘 했는지 증명하라는데 힘들다. 힘들어. 아니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거든 그런데 회사는 관심이 많은지 많은 걸 쓰라고 하고 미치겠어요"

정이는 웃으며 "야 세상이 어디 만만하냐, 다 그렇지. 어디냐 내가 갈게"

민구는 "정말? 야 그럼 내 술값 네가 사냐?"

정이는 "그럼"

그렇게 1시간을 뒤로하고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시작으로 얼마 만에 웃음인지 모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정이는 "야 나 간다" 그렇게 헤어졌다.

고마운 녀석, 그래 우리는 친구였지, 쓴웃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자 휑한 바람만 불었다.


이전 02화2. 20만원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