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고서라는 걸 써서 책상에 두라는 상사의 말을 듣고서 앞이 깜깜헀다. 그래서 옆 사람 보고서를 보고서 대충 저런 양식에 저렇게 쓰면 되는구나 하고 일주일을 머리를 써가며 제출을 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대기업을 다니고 이제 막 들어가서 한 달이 되었을까? 였다. 상사는 눈알을 크게 뜨며 "야 몽접이, 너 제대로 써라. 이 보고서로 널 제대로 보겠어. 같이 들어온 기수 h 잘 썼다." 나는 "네 최선을 다해 쓰겠습니다" 하고 웃으며 자리에 앉아서 이래저래 썼고 당일 보고서 제출날 상사에 책상에 사뿐히 놓아놓고 나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탕비실로 가서 잠깐의 여유를 부리는데 정말 2분도 안돼서 "몽접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와 같이 있던 사수도 같이 불려 갔다.
상사는 "사수는 쉬어? "
사수는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끝을 내셨고 나에게 "죄송하다고 해"라고 옆구리를 찌르셨다.
나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라서 "저 뭐가 잘못되었는지 말씀.."까지 가는데 바로 상사는 "이게 레포트지 보고서야?"라고 내 리포트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 있었고 사수는 "왜 내게 말을 안 했어"라고 귀에 말을 하셨다. 나는 "저렇게 쓰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을 하는 그 순간 상사는 "둘이 뭐 해!!" 하며 고함을 지르셨다.
결국 사수와 나는 혼이 나고 점심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사수는 "밥이 넘어가냐?"라고 물으셨고 나는 거의 울상이 돼서 "저는 정말 열심히 썼습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사수는 "보고서는 열심히 쓰는 게 아니라 적합하게 쓰는 거야, 목적에 맞게" 웃으시면서 말씀을 하시더니 그간의 보고서를 보여주셨다.
이런 나와 포인트가 너무 달랐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사수에게 "저 이제 어떡하죠. 완전히 찍혔는데.."
사수는 "처음에는 다 이렇게 크는 거지. 뭐 어쩔 수 있냐? 내가 너 가르치지 않아서 생긴 불상사, 내 팔자지..." 웃으시는데 나는 "웃음이 나오세요?"라고 했더니 사수는 "나도 엄청 깨졌어., 인마" 하시며 나에게 비타 500백을 건네시며 한 잔해 " 하시더니 "쭉 드시고 오세요" 하시며 내려가셨다.
대학 때 리포트에서는 선배보다 잘 썼다고 교수님들에게 칭찬을 듣던 나인데 이렇게 깨지고 나니 정신이 없었다. 처음만 깨진 게 아니라 여러 차례 그 이후도 많이 깨졌다. 그래서 나중에는 무조건 "네" 하고 고치고 그렇게 수없이 반복하니 나름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 즈음 후배가 들어왔고 그 후배도 나처럼 보고서를 써서 남일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제가 처음 쓴 보고서입니다. 저 많이 깨졌거든요. 보세요"라고 줬었다.
남일 같아 보이지 않은 건 기시감일까, 역시 깨지고 깨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결국 나는 후배의 보고서를 중간에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고 사수는 "어쭈 이제는 네가 알려주냐?' 라며 웃으시면서 나에게 "잘했다" 한마디로 자리를 옮기셨다.
지금 생각하면 보고서는 내가 처음 회사에 올리는 첫 글이자 시작인데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 정말 지금 봐도 그냥 대학교 리포터이다. 그때는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뭐 사람이 처음에는 실수라는 걸 하니까, 그리고 그 속에서 배워가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은 잘 쓰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배워가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보고서는 그곳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다시 배웠고 또다시 교정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의 중요성은 같다.
누구에게는 처음은 있다. 그리고 그 처음이 있기에 지금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를 생각하니 미소가 나온다. 그래 처음, 그 떨리는 처음이 좋다.